2017년 1월 5일 목요일

1042일 2017년

2017년이 되었지만 크게 달라지는 일상은 없는 법. 아침에 일어난 영우가 우리 방으로 달려와서 손가락을 네 개 펴며 '네살이예요'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을 맞았다.
요즘 영우는 메모장을 열어서 타이핑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 날은 라인으로 '사랑해요 ♥♥'라는 메시지가 왔다. 당연히 영우가 말한 것을 신랑이 타이핑했을거라 생각했는데 신랑이 '시옷, 아, 리을,..' 이렇게 불러주고 영우가 자판을 찾아서 하나하나 타이핑했다고 한다. 아 이런 감동이~!
영우가 어린이집 방학을 맞이하여 숙제를 받아왔다. 바로 요리하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 내가 받은 숙제라면 무엇을 할지 엄두도 안났을 거 같은데 엄마가 호박전과 고구마전을 만드는데 영우에게 미션을 주셨다. 호박에 밀가루를 묻히는 것과, 반죽에 고구마를 넣어서 잘 묻힌 후 후라이팬에 넣는 것.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우는 집중해서 밀가루를 잘 묻혀서 주방이 많이 더러워지지 않았다. 게다가 고구마를 반죽에 넣을 때 그 많은 고구마를 전부 젓가락으로 담아냈다. 그렇게 미션수행과 인증샷 완성. 역시 전은 따뜻하게 먹는 것이 진리.
영우 방학이라 나는 대구에서 일주일간 지낼 예정이다. 신랑은 올라가고 나는 안간다고 하니까 영우가 '왜 출근 안해요?'라고 물어본다. 어, 그러게,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도 못했다. 이제 4살 된 꼬맹이가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거니?
색연필을 꺼내서 노는데 여러개의 색연필로 원기둥을 만들고, 가운데 하나를 뽑아올려서 우유에 빨대 꽂은거라고 하면서 마시는 흉내를 냈다. 영우 한 번 나 한 번, 번갈아가며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색연필이 흐트러져서 '어, 우유가 쏟아지려고 해 어떡하지' 걱정하는 흉내를 내자 '괜찮아 우유 아니니까'란다. 시크한 녀석, 난 지금까지 뭘 한거지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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