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5일 목요일

1043일 백화점 나들이

대구에 신세계 백화점이 오픈했다. 센텀시티점보다 더 크다는 이야기도 있고, 전국 맛집도 많이 들어와 있고 해서, 영우와 막내동생과 새해 첫 영업일에 방문을 해보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아 백화점은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던가, 이런 혼잡함은 적응이 잘 안된다.
7층 장난감 코너는 체험도 많이 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어른들도 좋아할만한 레고나 스타워즈, 마블 히어로즈 시리즈도 많아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동생 말로는 토이저러스보다 더 잘해놓았다고 한다. 타요 트랙세트에 푹 빠진 영우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갔더니 오마이갓, 식당마다 줄이 길다. 영우가 오전 간식도 안 먹고 나온 탓에 배고플 것 같아 가장 대기가 짧은 떡볶이집;;에서 떡볶이와 주먹밥을 시켰다. 떡볶이를 파는 집이지만 그 언젠가 가로수길에서 벤츠가 몇 대나 주차되어 있던 것을 보고 깜놀했던 바로 그 집이다. 떡볶이를 먹여보는데는 실패했지만 주먹밥은 세 개나 잘 먹은 영우.
영우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는게 왠지 미안해서 7층의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키즈카페에 놀이 선생님이 있어서 엄마들이 편하다는 후기를 본 터라, 동생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러나 카페는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겨우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커피는 맛이 없었다. 놀이 선생님이 있기는 하지만 영우는 너무 어려서 큰 아이들에게 치일 수 밖에 없다. 엄마를 계속 찾아대는 통에 따라다니느라 키즈카페에 온 보람이 없었다. 영우가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물을 찾지도 않고 나도 물을 수시로 챙겨줘야 하는걸 몰라서 영우가 입술에 계속 침을 묻히며 빤 모양인데, 빨갛게 입술이 터서 엄마한테 혼났다. 몇 장의 이쁜 사진들은 얻었으나 백화점 5층에서 잠든 영우를 안고 오느라 힘들었다. 이럴까봐 유모차를 빌렸는데 대구는 아직 유모차에 대한 매너가 부족하므로 엘리베이터를 타는게 정말 힘들어 일찌감치 반납했다.
키즈카페에서 묻혀왔을 먼지와 세균이 너무 찝찝해서 옷을 벗기다가 영우가 깨버렸는데 다행히 별로 울지도 않고 우유를 찾는다. 그래, 엄청 뛰어놀았는데 간식을 못먹었으니 배가 고프고 목도 마르겠지. 신랑이 뭐하고 노는지 궁금해하는데 영우가 폰을 갖고 노느라 대답할 틈이 없다. 전시회 정보를 알려주고 무료/할인 티켓을 나눠주는 앱이 있는데 각 전시마다 신청자들의 데모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나보다. 영우가 어제 성별 그래픽을 보고 있는건 봤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그걸 찾아달라고 하더니만 엄마는 모르겠다고 하니 그 앱을 찾아 버튼을 몇 번 눌러 보고싶었던 그 그래픽을 찾아낸다. '우와~ 깜짝이야, 이걸 어떻게 찾았어?' 했더니 기분이 좋았는지 영우가 다시 할테니 우와 깜짝이야를 해달란다. 거짓말 안보태고 15번은 한 것 같다. 우와, 잠든 아이 안고 걷는 것만큼 힘들다.
저녁에는 아빠가 딸기를 사오셨는데 엄청 먹고 싶은지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치카치카 안했으니까 딸기 먹을래요'라고 외친다. 그리고 정말 딸기를 절반 이상 먹어버렸다. 이런 꼬맹이도 맛있는게 뭔지는 아는구나.
낮잠을 30분도 못 잤을텐데 열시 반까지 업되서 안잔다. 전날에 이어 또 출근 안하냐고 물어본다. 엄마 출근하면 좋겠냐니깐 그렇댄다. 끄응. 영우가 방학이니까 휴가 낸거라고, 지난 여름 방학때 서울 왔을때도 엄마 휴가내고 영우랑 놀았잖아 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구차하다. 열시 반에 그림 그리고 싶다고 엉엉 울다가 결국 할머니 손에 끌려갔는데 참으로 에너제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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