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1일 수요일

이케아 방문

주말에 가는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평일 휴가를 이용해서 다녀온 이케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더니 주차장 규모부터 남다르다. 이렇게 넓은 주차장이 주말이 되면 아수라장이 되는건가보다. 들어가는 입구에 철제 구조물이 있어 뭔가 했는데 주말에는 사람들 줄세우는 용도인 것 같다.
2층에는 쇼룸과 식당, 놀이방이 있고 1층에는 셀프 서브를 할 수 있는 창고형 공간과 계산대가 있다.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 제품들도 많다고 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가구들을 보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편이다. 쇼룸에는 전시된 가구의 전체 가격도 기재되어 있어 나처럼 인테리어에 재주 없는 사람들은 요긴할 듯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아 인테리어에 재주 있는 사람들은 더 요긴할 듯하다. 영우 돌쯤 되면 디자인스킨의 소파를 사주기로 다짐했었으나 이케아의 유명한 유아용 책상은 진정 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잘 참아내고 볼링공 세트와 컵쌓기 세트를 구매, 원목 포크레인도 사고 싶었는데 매진되어서 아쉬웠다.
2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3,900원의 불고기덮밥, 4,900원의 치즈케잌(회원인 경우 2,900), 1,000원의 커피(회원인 경우 무료)이 유명하다고 한다. 괜히 욕심부려서 크로와상과 파스타도 먹었는데 특별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다. 좀 특이한 연어랩이나 연어샐러드를 먹어볼걸 뒤늦게 아쉽네. 이 레스토랑은 시스템이나 가격이나 대학교 식당, 흔히 말하는 학관의 카페테리아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10 30분쯤 식사를 했는데 한 시간여 후에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다. 그런데 쇼룸에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쪽 말고 반대쪽으로 들어가도 똑 같은 음식을 사고 계산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줄 서 있으니 이어서 줄을 서는데 이케아에서는 반대쪽도 있다고 노티스를 해주지 않는다. 주말은 더 난장판일 테니 관리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평일 개장 시간에 맞추어 방문한 덕에 주차도 편히 했고 식사 대기 시간도 길지 않았으나 쇼룸에는 개장부터 사람이 많았다. 11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여기저기 부딪히고 쇼룸의 통로 이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먼지도 많고,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이들도 많이 울어서 정신이 없다. 지금은 연말이라 휴가 내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평일에도 붐빈 것 같고 당분간 주말에는 아비규환일듯 하다. 개장효과일지 코스트코처럼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만 적으면 구경거리는 많고 재미있다. 레스토랑이 9 30분 오픈, 쇼룸이 10시 오픈이니 일찍 가서 식사부터 먼저하고 둘러본 후 점심은 나와서, 또는 바로 옆의 롯데 아울렛에서 먹기를 추천한다

309일 소파 올라가기

거실 나무 테이블은 좌식이라 영우가 올라가기 어렵지 않다. 굳이 다리를 들어올리지 않더라도 배를 대고 팔을 이용해 조금만 꿈틀대면 바로 안착. 그러나 소파는 높이가 허리춤까지 올라오니 소파에 올라가려면 한참 멀었을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에 아빠가 소파에 아이패드를 세워 놓으니  건드리고 싶어서 낑낑대는데 손이 닿지 않아 버둥대는 영우 사진이 올라왔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소파에 올라가고 싶었던 것은? 드디어 영우가 소파에 올라갔다. 전 날에는 올라가고 싶은데 다리가 잘 안 올라가서 짜증을 엄청 냈다고 하던데 이 날은 힘겹게 힘겹게 짜증을 내면서 겨우겨우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소파에 올라와서는 아이패드를 누를 수 있게 되어 성취감이 느껴져서인지 씨익 웃으며 좋아한다. 동생의 증언에 의하면 영우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을 때 사람이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지가 뒷걸음으로 살포시 내려온다고 한다. 이제 곧 올라가고 내려가고가 자유롭게 되겠구나. 소파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건 이제 난장을 피울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스스로 하나씩 익혀나가는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치료 끝, 식이요법 끝

수요일에 방사선 옥소 복용하고 금요일에 스캔하고 이제 공식적인 치료는 다 끝났다. 다음 달에 외래에서 결과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잘 끝나지 않았을까싶다. 수요일에 다섯 명의 환자가 함께 교육 받고 같이 있었는데 여자 넷에 남자 하나, 갑상선암의 남녀 비율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좀 놀랐던 것은 두 명의 여성은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었단 것.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지방에서 올라왔다. 지방에도 대학 병원이 있을텐데 유난이다 싶은 생각이 잠깐 들다가도 암은 암인거지, 내가 좀 담담하게 받아들인거 같단 생각이 새삼 든다.
식이요법이 끝나고 맞이하는 아침. 신랑이 지금 이 순간 먹고싶은 것이 무어냐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아무거나 먹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특별히 먹고싶은 것은 없다. 외부에서 사먹은 첫 번째 음식은 즉석 떡볶이. 신랑은 도대체 사람이 왜 그러냐며 답답해한다. 못먹어서 괴롭긴 했었지만 먹고 싶은건 없구나. 그렇지만 곧 맛있는 것을 조금씩, 많이 먹는 모임에 간다. 와인도 마실거다. 신난다!

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303일 씹어먹기

영우는 이유식을 꿀떡꿀떡 잘 먹는다. 아직 어금니가 없으니 제대로 씹을 수는 없고, 밥알은 점점 커지는데 그냥 삼키니까 후기 이유식에 물을 많이 타서 먹이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 이유식이 입에 들어오면 바로 삼키지 않고 좀 머금고 있더니만 이제는 달랑 네 개 있는 앞니로 씹어보고 싶은가보다. 턱 관절을 좌우로 살짝씩 움직이고 오물오물거린다.
매일매일 똑같아 보이면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크리스마스 선물


난 평소에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는터라 다른 사람들보다는 식이요법을 잘 견디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반찬 해먹기가 힘드니 저요오드식 반찬을 파는 곳에서 사먹고 있는 중인데 대구 내려가면 엄마가 나물 반찬을 더 해주기도 해서 좀 덜 질린다. 
2주 이상을 먹어야 하니 1주일에 한 번씩 주문을 했는데 대부분 염장식품이라 상할 일은 없겠지만 다 덜어먹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 콩조림에 곰팡이가 폈다. 아픈 사람 먹고 싶은거 못 먹는것도 서러운데 몇 개 안되는 반찬에 곰팡이 피니까 열받는다. 클레임을 걸려고 하니 신랑이 영세한 업체일텐데 클레임에 대한 대응이 미숙해서 더 스트레스 받으면 어떡하냐고 말린다. 그렇지만 꼭 말해야되겠다싶어 전화를 했더니 생각보다 대응이 괜찮다. 처음에는 방부제를 안 쓰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들이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전화 잘 주셨다 앞으로 더 신경쓰겠다, 그리고 더 필요한거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이번주면 식이요법 끝나고 더 먹고싶은 것도 없다고 했으나 그래도 그럴 수 없다고 필요한걸 말해달란다. 그러면 빵이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재고가 모닝빵밖에 없댄다. 모닝빵이든 무슨 빵이든 그게 어디야, 별식을 먹을 수 있는데. 모닝빵을 좀 많이 보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택배를 받아보니 모닝빵에 식빵, 잼에다가 음료수, 식혜까지 보내주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침 치료받고 온 터라 금식시간이 풀리자마자 모닝빵 두 개에 잼 발라서 폭풍흡입. 아, 맛없는 모닝빵이 이렇게 맛있구나~ 크리스마스 아침은 빵으로 먹어야지!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라니. 지난 주 금요일에 다음주 금요일이 되면 일반식 먹을 생각에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3일을 남겨둔 화요일 저녁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이제 이틀남았다. 다 먹어버릴테다!  

문화가 있는 날 - 예술의 전당 아티스트 라운지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되는 나의 일주일간의 휴가. 연말에 이렇게 긴 휴가라니, 그러나 현실은 병원과 요양. 여행을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너무나 흥이 나지 않아 보류했다. 여행이 흥이 나지 않는 이런 기분 상태임에도 공연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우니 다행이다. 지난 달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이 끝나고 프로그램도 모른 상태에서 바로 예매했는데 지난 달의 바람대로 기분 전환이 되었다.
피아노 이미연,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권혁주, 비올라 이한나는 이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이다. 이번에는 각자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곡들로 선정을 한 것 같다. 피아노의 헝가리안 랩소디나 바이올린의 카르멘 환상곡은 난이도가 있었던만큼 박수도 많이 받았다. 보통의 연주회가 저녁에 많다보니 손이 안 풀리는건지 오전에 연주하는게 힘들다고들 했지만, 어렸을 때보다 힘들다고들 했지만 차세대답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중이라는 소프라노 홍주영의 아리아도 들을 수 있었는데 편차가 꽤나 느껴지는 기악에 비해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성악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엔 성악 듣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람의 목소리가 참 듣기좋다. 물론 기악과 성악 중에 택하라면 여전히 기악이지만.
앵콜이었던 크리스마스 캐롤을 끝으로 짧은 공연이 끝났다. 자리를 뜨지 않고 핸드폰으로 다음달 아티스트 라운지를 예매하는 사람들을 보니 좀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매주, 매월 공연보고 전시보고 다니리라. 지금 이 순간, 우울해 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300일

영우를 만난 지 300. 대구 내려온지 100일 더 지났고 이제 돌까지 두 달이 남았다.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먹는거 잘 먹고 노는거 잘 노는데 잠이 문제다. 수면텀이 40~50분 정도밖에 안되고 자다가 깨어났을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엄청 서럽게 운다. 혼자 자는게 아직 많이 무서운가보다. 밤에는 자다 깨서 놀려고 하지는 않지만 몸부림을 심하게 치고 자주 깨서 통잠은 아직도 먼 얘기다. 잠만 좀 잘 자주면 훨씬 수월할텐데 300일의 기적은 없었으니 또 400일의 기적을 기다려봐야겠다.
오후에는 동생 내외도 방문하여 300일 촛불 켜고 미니 파티를 했다. 200일 때는 고깔모자 씌워도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싫단다. 지가 벗겨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지 번갈아가며 사진 찍는데 뻥한 표정. 이쁜 사진 찍어서 카톡 프로필을 바꾸고 싶었는데 실패. 돌 스냅사진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겨우 예약했는데 돌 사진은 이쁘게 찍어보자! 돌잔치 식당은 한 달 전에 예약해두었었고 이제 돌상 예약하고 돌잔치 준비로~

299일 일상

이제 거실에는 뭐가 있는지 너무 잘 알아 지겨운걸까, 온 집안을 탐험하고 싶은 영우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다 다니고 싶지만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주방. 냉장고가 열리면 그리 신날 수가 없다. 싱크대 서랍 속도 너무 궁금하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소리와 전기밥솥의 소리, 김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그간 싱크대 서랍만 열어보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직 활짝 열지는 못해서 뺴꼼히 들여다보고 살짝씩 건드려보는데 곧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난장판이 되겠지. 할머니가 주방에서 항상 뭘 하고 계신걸까 엄청 궁금할 듯 하다.
소파가 ㄱ자 모양인데 잡고 놀다가 코너 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손을 놓고 두 발자국 정도 움직였다. 아주 가끔씩, 2초 정도 안 잡고 서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발을 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요즘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데 그러다가 땅을 짚고 일어나나보다. 영우보다 3주 빠른 전 동네 친구는 이제 제법 걷는 폼이 난다. 아빠 말씀이 영우 다리 힘이 좋아서 걸음마 연습을 시키기 시작하면 금방 걸을 것 같다고 하시지만 연습은 시키지 않기로. 지금도 쫓아다니기 힘든데 빨리 걸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때가 되면 스스로 걷는 법을 터득하겠지.
그간 날씨가 추워서 계속 집에만 있었던터라 살짝 델리고 나갔다. 기온이 많이 낮지는 않은데 바람이 생각보다 세다. 아마 그런 바람은 처음 맞아봤을테지, 바람이 부는 동안 찍소리도 안하고 있다가 바람이 좀 잦아들자 하유~하며 큰 숨을 내쉰다. 녀석, 바람에 놀랐나보구나.
후배가 영우에게 선물한 곰인형이 있다. 어렸을 때는 자기 몸뚱이만한 곰인형을 좀 무서워하는 것도 같고, 갖고 놀줄도 몰랐는데 지금 주니 손으로 툭툭 건드리고 물고빨고 난리다. 뽀뽀하는 사진(사실은 물어뜯고 있는 사진이지만)을 찍어 밴드에 공유했더니 동생들이 이 곰이 그때 그 곰이냐며 영우 정말 많이 컸구나 한다. 한창 몸무게가 안 늘다가 이제 10kg이 되었는데 10개월 기준으로는 상위 퍼센타일이길래 키를 재보았더니 70cm 정도? 가만히 서있지 않아서 정확히 잴 수는 없었지만 좀 작은 편이다. 작은데 체중은 많이 나가는걸로 봐서 뼈가 튼실하거나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근육량이 많거나. , 지금은 작더라도 평균만큼만 크자.
영우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 것 같다는 엄마의 주장이다. 영우야 뽀로로 가자 하면 뽀로로 장난감으로 다가가 이것저것 버튼을 누른다. 영우가 젖병소독기를 건드리고 싶어서 계속 팔을 뻗고 있는데 아빠가 영우야 앗뜨 했더니 움찔하며 놀란다. 또 이가 나려고 해서 간질간질한지 요즘 계속 손가락을 입에 넣는데 영우야 손 빼 하면 바로 빼긴 한다. 밤에 영우가 더 놀고싶어 할 때 영우야 지금은 밤이야 자고 내일 놀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고 한다. 까꿍하면 따라서 깍 거리는 것도 웃기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좋지만 어서 말을 했으면 좋겠구나.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297일 공학자로서의 첫 걸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우. 아이들 장난감 중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등 모양 블록을 자기 자리에 맞춰 끼워넣는 것들이 있다. 러닝홈에도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블록을 빼더라도 먹는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끼워넣은 채로 빼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빼더니 모양에 맞춰 다시 끼워넣는다. 물론 아직 완전하게 끼우지는 못해서 다시 빼고 갖고 놀긴 했지만 아주 감격적이다. 신랑 회사 동료가 보고는 공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했단다.
장난감 중에 링을 끼우는 것이 있는데 빼내는건 잘하지만 아직 끼워넣는건 못한다. 조만간 이것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러닝홈에 전등을 켜는 스위치가 있는데 내릴 수는 있어도 올릴 수는 없었더랬다. 아직 손바닥을 제대로 뒤집지 못해서 한 동안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으로 올리는 법을 알았다. 요사이 손놀림이 활발해지더니 손가락 움직임도 더 좋아졌나보다.
이렇게 쓰면 활발히 활동하는 다 큰 아이같지만 빠르게 기어다니고, 아무거나 물어뜯고, 우어어어포효하고, 훈련을 거쳐 사소한 행동들로 주인을 기쁘게 하는 동물에 가까울 뿐이다. 이 날 아빠가 빠이빠이를 계속 시키니까 바바바를 몇 번 했는데 말을 따라한건가 싶기도 하다. 어서 걷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이가 되자, 영우야.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295일 엄마 가리키기

아빠가 매일 아침 우리 부부 사진을 영우에게 보여주시면서 '엄마 어딨노, 아빠 어딨노, 엄마 여깄지, 아빠 여깄지'를 한다고 하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는데 세상에나 엄마 어딨노 하니 엄마를 가리켰다고 한다. 이 날 저녁 영상 통화하면서 아빠가 또 엄마 어딨노를 했더니 영우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단다. 오호 뭔가 알고 하는건가? 아빠 어딨노를 했을 때에는 아직 아빠를 가리킬 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엄마라는 것을 알고 알아듣고 한 행동일까? 것 참 궁금하네 그려.

식이요법 7일차

지겹다. 벌써 지겹다. 주말에 엄마가 몇 가지 반찬을 더 해주시긴 했지만 같은 반찬 돌려 먹으니 참 지겹다. 부지런히 내가 해먹어도 되는데, 고기 같은건 구워 먹을 수 있는데 그건 또 귀찮다. 그러니 그냥 지겨워하면서 꾸역꾸역 먹고 있다.
평소 군것질을 하는 편도 아니면서 먹고 싶은게 많아졌다. 휴게소에 들리면 라면, 햄소세지, 각종 빵, 특히 마카롱 같은 것들이 먹고 싶다. 햄버거, 피자, 치킨, 기름진 것들도 먹고 싶다. 달달구리 케잌, 초코도 먹고 싶다.
식이요법 끝나면 다 먹어버릴테다! 그러나 아직 열흘이나 더 남았구나ㅜㅜ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293일 일상

아침에 잠에서 깬 영우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방에 들어가 안고 토닥여주었다그랬더니 영우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해준다뭔가 찡한 이 기분내가 누워 있을 때에도 영우가 가끔 팔을 베고 같이 누울 때가 있는데 비록 1초 후에 다시 일어나 제 갈 길 가지만 가슴팍에 폭 안길 때내 팔을 베고 누울 때뭔가 찡하다귀여운 녀석
영우가 앉아서 노는 동안 뒤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벌러덩 눕는다내 다리 위로 누웠으니 망정이지 사람이 뒤에 없을 때도 그러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엄마한테 평소에도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뒤에 있을 때만 그런단다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받아줄 사람이 있을 때만 벌러덩 눕는단다귀여운 녀석
무서워하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바로 안마기안마기를 작동시키면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진동게다가 빨간 불빛까지 번쩍거리니 무서운가보다사실 비주얼도 ET 머리같이 생겨서 소리 없이 봐도 무서워 보일것 같기도 하다안마기가 작동되면 온갖 인상을 다 쓰면서 우에엥 울어버린다그 모습도 어찌나 웃긴지귀여운 녀석

292일 일상

일주일만에 새로운 기술이 생긴 영우. 다 먹은 분유통을 굴려가며, 두드려가며 놀곤 했는데 몇 개 되지도 않는 앞니로 분유 뚜껑을 여는 법을 알았다. 없던 이가 생기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뜯는데 이가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침을 닦아주다보면 가끔 분홍빛이 나기도 하는데 입 안에 상처가 생겨 아프지나 않을까 또 걱정이다.
손놀림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 아직 손바닥을 위로 향하는건 잘 못한다. 러닝홈에 있는 스위치를 내리는 건 잘 하는데 올리는건 잘 못한다. 그래도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는건 그럭저럭 모양이 나오는 편이다. 그간 영상통화 할 때마다 열심히 안녕, 빠이빠이를 연습시켰는데 살짝, 아주 살짝 비슷하게 모양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좋아지니 이것저것 잡아당기고 싶다.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와서 잡고 일어선다. 꼬꼬마라 별 일 있겠나 방심하고 있었는데 손이 휙 올라오더니 국그릇을 잡아당겼다. 다행히 신랑이 잘 커버해서 국은 식탁에만 쏟았는데 영우도 당황한듯. 이제 쏘서 들어가기 싫어한다고 해서 잡고 걸음마 연습할 수 있게 재조립하였는데 잡아당기는 힘이 세서 아직 사용하기는 무리. 엎드려서 쏘서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는데 커다란게 자기가 힘쓰는데로 움직이니까 신이 난 모양이다.
음악 소리에 반응하는게 정말 웃기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면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는데 음악이 멈추면 동작을 딱 멈춘다. 정말 음악을 듣고 있는 거였나보다. 매우 흥에 겨워있을 때에는 음악이 멈추면 틀어달라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테이블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어 발지압판이 막고 있어도 올라가고 싶다. 그래서 발지압판을 끌어내리는데 아주 용감하게 끌어내려서 아빠 말씀이 이제 발지압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잡을 때만 용감하고 발지압판이 끌려 내려오기 시작하면 눈을 질끈 감는다. 살짝 실눈을 떠보고 아직도 안 내려와있으면 또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감으면 안 무서운가보지?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다같이 빵터졌다.
우리가 와있으면 영우 리듬이 흐트러진다. 이 날도 오전, 오후 낮잠을 40분씩밖에 못 잔 상태. 많이 피곤했는지 7시 좀 넘어서 점퍼루에서 놀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평소보다 너무 일찍 자서 다음 날 새벽에 깰까봐 걱정했더니 40분만에 또 깨던지. 이게 저녁 낮잠이었는지. 좀 더 놀다가 9시 넘어 자러 들어가는데 엄마 말로는 거실에서 놀다가 잠자리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방에서 뒹굴거리다 잠드는데 방에서 잠자리 인사를 하고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면 자기도 나가고 싶어서 운다고 한다. 그것 참 신통방통하다. 서울 있을 때 노는 공간과 자는 공간이 동일해서 안 좋은 습관 들까봐 걱정이었는데 공간을 분리해주니 잠 자는 습관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괌

태교여행으로 다녀온 괌. 비행 시간이 짧고 휴양지로 적합해서 태교여행 및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으로 인기가 많다. 섬은 작은 편이고 관광거리가 많진 않아서 여행의 목적에 맞추어 호텔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은 투몬거리를 따라 모여 있는데 대부분 오래된 호텔들이라 룸컨디션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 위주로 휴식할거라면 수영장이 잘 되어 있고 식사까지 일체형인 PIC가 좋을 것이고 쇼핑이 목적이라면 투몬의 중심인 아웃리거 인근이 좋을 것이다. 괜히 호텔 브랜드 보고 쉐라톤 이런데 하면 교통이 영 애매하다. 괌은 대중교통비가 비싸고 렌트가 저렴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지, 셔틀버스를 탈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렌트를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힐튼호텔에 묵었는데 메인거리 가장 끝 부분이긴 했으나 여행사에서 준비해준 셔틀버스 무제한 카드 이틀치가 있어서 잘 활용했다.

태교여행이었으니 유아용품 쇼핑도 여행의 목적 중 하나. 급하게 결정하고 간 여행이지만 블로그 보면서 쇼핑리스트를 만들어갔었더랬다. 괌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는 애기 옷, 쌤소나이트 여행가방, 나인웨스트 구두, 비타민, 그 외 어른들 용품, K마트에서는 장난감, 젖병, 연고류, 그 외 자질구레한 용품들,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는 폴로, DFS 갤러리아에서는 명품을 사는 것이 정설이다. 괌에 있으면 다 싸게 느껴져서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이 있는데,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아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딱 그만큼만 쇼핑한게 다행이다 싶다.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쇼핑리스트를 보면 애기 개월수에 맞춰서 6개월, 9개월, 12개월별로 계절 잘 맞춰서 옷을 사라고 되어 있으나 글쎄다, 엄마가 보고 뭐 이런 옷들을 샀냐며, 개월수에 맞추는 것보다는 좀 큰 옷을 사는 것이 낫고 여름옷은 우리나라 면 소재가 훨씬 시원하고 좋다. 한국에서 8천원하는 면봉을 괌에서 3달러 언더로 살 수 있다고 엄청들 사는데 굳이 뭐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폴로에서 두 돌짜리 패딩조끼랑 잠바를 사왔는데 요즘은 직구가 활발해서 이것도 큰 가격 메리트는 없어보인다. 너무 싸서 멋모르고 장만한 바운서는 막상 사용해보니 못내 아쉬웠고, 장난감이 한국보다 많이 싸서 살만한데 부피와 무게 때문에 좀 부담된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직접 장난감을 고를 수 있으면 꽤 괜찮을 것 같다.

보통 렌트를 해서 괌 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별히 관광지가 많은건 아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차모로 야시장이, 토요일 아침에는 데데도 새벽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정이 딱 비켜가서 가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랑의 절벽, 전혀 기대 없이 갔는데 풍경이 환상적이다. 이건 순전히 그 날의 날씨에 따라 호불호가 좌우될 듯 한데, 쨍하니 파란 하늘과 탁 트인 바다가 함께라면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좋았던 곳은 피쉬아이. 과거에 군사 용도로 쓴 곳이라는 것 같은데 타워까지 연결된 나무다리를 지나 타워로 들어가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보면 그 곳이 바로 바다 속. 유리창 너머로 물고기떼를 볼 수 있는데 수족관에서 보는거랑은 느낌이 다르다. 여기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 사실 어른들도 좋다이 외에도 아가나 성당 등 몇 군데 가볼만한 곳이 있나본데 굳이 그런 곳 가지 않고 해변에서 노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호텔마다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바다가 깊지도 않은데 스노클링할만할까 싶었으나 의외로 괜찮다. 동남아처럼 예쁜 물고기들은 아니지만 눈 앞에 물고기들이 휙휙 지나다닌다. 이래서 사람들이 다이빙을 배우고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구나 싶었다.

먹거리는 무난한 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밀리레스토랑도 있고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가는 프로아도 로컬푸드라지만 우리 입맛에 딱이다. K마트 앞의 햄버거집은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먹었는데 특별히 싼 건 아니다.


갑작스레 가게 된 여행, 전혀 기대가 없었던 탓이었는지 꽤 좋았다. 영우가 어느 정도 크면 데려가도 좋겠다 싶은 여행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동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세 번째 미국 여행은 친구들 방문이 주 목적이라 이동경로가 범상치는 않다.

피츠버그라니, 이런 도시를 방문하게 될 줄이야. 관광도시가 아닌 곳을 방문하게 되면 잘 정리된 안내서가 없어서 이동할 때 교통이 애매한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IT의 발달, 구글맵 덕분에 버스로도 이동 가능. 피츠버그가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데 워싱턴 마운틴에서 보면 그 명성에 걸맞는 야경이 펼쳐진다.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 있는데 때마침 페스티발이 열렸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다소 심심한 지역 축제이다. 피츠버그에는 특이한 먹거리가 있는데 과거 철강 노동자들이 식사할 시간이 없어서 햄버거에 감자튀김, 코울슬로 등을 다 넣어서 한 번에 먹었다는 특이한 비쥬얼의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 철강왕 카네기의 도시답게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 위치한 뮤지엄의 콜렉션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작품들을 이렇게 관람객 없이 방치해도 되나싶어 내가 다 민망할 지경. 앤디 워홀이 피츠버그 출신이라 앤디 워홀 뮤지엄도 있는데 친구 일정에 맞추느라 시간이 안되서 패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야구, 미식축구 경기장에도 가볼만 할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스털링의 친구 집이지만 어쩐지 그냥 가기 아쉬워서 방문한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 버팔로와 캐나다 온타리오 사이에 걸쳐져 있는 이 거대한 폭포는 캐나다 방향에서 봐야 제맛이다. 우비 입고 폭포 아래로 가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폭포수의 위력이 당혹스러울 지경. 바람도 많이 불고 휘날리는 물방울에 맞으면 아프기까지 하고 우비를 입었지만 잘 싸매지 않으면 쫄딱 젖는다. 나중에 메이드 오브 미스트호를 타고 폭포 앞으로 가면서 보니 우리가 간 곳은 한귀퉁이의 작은 폭포에 불과했다. 폭포 앞으로 가면 규모와 소리, 뺨을 때리는 물방울들에 압도된다.
미국 방향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액티비티도 했다면 이제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 간단한 절차로 여권에 캐나다 도장이 찍히고 국경을 이동하는 재미도 있다. 구경만 하고 바로 이동해도 되지만 이왕 캐나다까지 넘어온 것, 구경도 할 겸 나이아가라폭포를 바라보며 숙박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차로 삼십여분 이동하면 온타리오 호수가 나온다. 호숫가 주변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미드에 나오는 바로 그 마을처럼 정겹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골목골목 걸어 다니며, 꼬맹이들과 호숫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니 좋지 아니한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스털링까지 이동하는 중에 어디 들릴 곳 없나 해서 찾아보다 발견한 왓킨스글렌. 지도를 보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뉴욕주 윗쪽에 발톱에 할퀸 것 같은 모양의 호수가 여러 개 있다. 왓킨스글렌은 그 호수 중 하나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지인들은 캠핑을 하기도 하는 주립공원이다. 우연히 찾은 관광지이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고생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난듯한 느낌. 인디아나 존스를 찍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스털링은 워싱텅 D.C.까지 몇 십분 걸리는 도시로 친구 신랑의 직장과도 가까운 곳이다. 친구 신랑은 HHMI의 연구원이다. HHMI는 하워드 휴즈가 설립한 의학연구소로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미국의 생명과학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나왔다고 하는데 2014년에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머리가 얼마나 작은지, 누가 머리 크면 공부 잘한대? 아무튼 HHMI Janelia Farm이라고 불리우는 넓은 대지에 큰 연못도 있고 멋진 건물이 서 있는데 옥상의 넓은 밭(?)에서 걸어내려오면 입구가 나타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건물 외관 뿐 아니라, 복지 수준 뿐 아니라, 연구소가 직원들의 연구에 투자하는 마인드가 정말 남다르다. 그래서 친구 신랑이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걸지도. 친구 집은 지하실이 있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거실에는 난로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집이지만 여기도 땅값이 비싼지 차를 주차할 만한 공간 외에 정원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그냥 내 기분 탓이겠지.

워싱턴 D.C.로 나들이를 갔다. 초여름이었지만 화씨 100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 친구 딸내미는 완전히 넉다운. 걷기 힘들다고 임신한 엄마한테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래서 사실 보는둥 마는둥 한 것 같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링컨기념관 앞 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공사중,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워싱턴 D.C. 나들이. 그러나 주차위반으로 딱지도 뗀 뜻 깊은(?) 경험을 한 곳.


괌 여행기는 예전에 한 번 기록한 적이 있어서 쓸 지 안 쓸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3편은 너무 숙제하듯이 쓴데다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도 안될 것 같다. 매 여행때마다 대학교 방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만 마무리지어야겠다.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필 받아 쓰는 미국 여행기 2탄.

샌프란시스코는 때마침 대한항공 광고로 더욱 더 흥이 나는 여행지였다. 도착하자마자 간 곳도 광고에 나온 롬바드 거리. 이 곳은 내가 차를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걷기를 좋아한다면 피셔맨즈워프에서 유니온스퀘어까지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다 탈 수 있는 승차권을 1일권, 3일권 등 상황에 맞게 구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저기 누빌 수 있다. 고대 건축물같은 느낌에 규모도 어마어마한, 왜 이 도시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던 파인 아트 팰리스, 안개가 껴서 아쉬웠지만 광대폭발 사진을 잔뜩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금문교, 아기자기 동화 속 마을처럼 낭만적인 소살리토, 샌프란시스코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트윈 픽스, 베이 브릿지를 바라보는 야경이 멋졌던 트레저 아일랜드, 피어39의 명물 바다사자, 주말에만 열리는 캘리포니아산 과일 가득한 플리마켓, 유니온스퀘어에 펼쳐져 주인을 찾고 있던 무명작가의 작품들, 지나고 생각해보니 친숙한 작품들이 꽤나 많았던 SFMoMA, 아버지와 아이가 온 몸으로 놀던 예바 부에나 가든, 전라로 도심을 누비던 자전거 행렬까지, 작지만 볼 것도 많고 뭔가 자유롭고 활기찬 느낌의 도시이다. 3년 연속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신랑은 자연사박물관과 베이스볼파크, 금문교 너머 등 몇 군데 더 갔었는데 다 좋았다고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간다면 나파밸리에도 가보고 싶다. 요즘 웹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보는데 가끔씩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설렌다.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일테지.

팔로알토는 스탠포드 대학교가 있는 도시. 박사학위를 받는 고등학교 친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칼트레인을 타고 팔로알토에 갔다. 한국에서는 학위수여식 별 감흥도 없고 참석한 적도 없었는데 미국은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학교 곳곳에서 단과대별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넓은 캠퍼스 전체에 동문회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다과가 제공되는 천막이 깔려있다. 미드에서만 보던 학위수여식을 보고, 리셉션에 참석하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사진 찍고, 박사가운도 입어 보고, 동문들과 저녁도 먹고. 며칠 뒤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로댕갤러리에서 깔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을 처음 보았다. 이런 작품들이 비 맞으면서 그냥 야외에 있다니! 스탠포드 대학교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숙박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와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셔하며 조식으로 제공되는 베이글과 커피를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라스베가스. 의외로 낭만의 도시였다. 사진으로 볼 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던 건축물 카피 호텔들도 볼 거리였고 호텔마다 제공하는 무료 쇼도, 호텔 로비의 작품들도 꽤나 퀄리티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의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굳이 시간 맞추어 가지 않더라도 메인 스트릿을 지나다보면 거의 매일 볼 수 밖에 없다. 호텔마다 태양의 서커스를 하는데 가장 유명한 건 O. O쇼와 비슷하다고들하는 ‘Le Reve’‘Mystere’를 보았는데 하나는 기술력의 결정체, 하나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쇼라고나 할까. 근처에 아울렛도 있어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여기저기 롤러코스터나 놀이기구도 많이 있으니 아이가 있어도 여행하기 좋다. 라스베가스 끝에서 끝까지 운행하는 2층 버스를 타고 호텔 투어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카지노는 한 번 가볼만 하지만(우리는 매일 밤도 모자라 공항에서까지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ㅜㅜ)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불쾌한 기억.

라스베가스까지 갔다면 그랜드캐년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러가지 상품이 있는데 주로 후버댐을 경유해서 그랜드캐년의 한쪽 파트만 살짝 보고 오는 코스가 일반적인 당일여행. 경비행기 투어도 있고 헬리콥터 투어도 있는 것 같은데 여유가 된다면 어떤 경로로 가든 그랜드캐년에서 1박을 하고 트래킹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말도 안되는 규모에 그냥 압도당할 뿐, 사진으로는 표현도 잘 안된다. 그랜드캐년은 설명도 필요 없고, 그냥 봐야한다.

몬테레이. 예전 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우리는 101도로를 탄 것 같은데 1번 국도가 유명하단다) 여기가 그 곳이구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몇백평은 될 듯한 으리으리한 빌라들과 페블비치 골프장을 끼고 17마일 드라이브길은 굽이굽이 태평양 해안을 내려다본다. 어디에 머물러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지만 제주도도 그에 비길만큼 아름다운데. 날이 흐려서일까,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낚인걸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오히려 계획없이 방문했던 몬테레이 옆동네 카멜에서 신이 났다.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는 그 곳은 소살리토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들도 클래식하고 골목골목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 가게에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니 그런 행운을 꿈꾸면서 가보기를 추천.


2편은 1편보다 쓰기가 힘들다. 1편은 신나서 휙 써내려갔는데 그만큼 첫 미국 여행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던걸까. 2편은 뭔가 임팩트 없이 주저리주저리 말만 많아진 느낌. 표현은 이모양이지만 캘리포니아 참 좋아요!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에서 동부까지

이렇게 쓰면 미국 엄청 많이 가본 사람 같지만 괌까지 포함해서 4,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미국 가느라 유럽을 한 번도 못가본게 아쉽지만 간데 또 간다 하더라도 미국 여행은 생각만 해도 좋다. 수지형이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고려하고 계셔서 추억팔이도 할 겸 여행지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나의 첫 미국 여행. 첫 자유 여행. 회사에서 자기계발 차원에서 보내준 출장 겸 여행이라 떠나기 전엔 걱정도 많고 두렵기도 했으나 너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이후의 여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스앤젤레스는 마이애미에 가기 위한 경유지였던 터라 반나절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나와 있는 대학 친구 덕분에 자동차로 핵심 관광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헐리우드 스타의 거리와 베버리힐즈, 산타모니카 해변과 그로브몰. 어디를 가도 라티노와 동양인이 너무 많아 미국이지만 그로브몰에 가야만 백인을 볼 수 있었다. 베버리힐즈는 쇼핑을 해야 인상에 남을 것 같고 가장 좋았던 기억은 산타모니카 해변의 노을. 지금 LA에 다시 간다면 게티센터에서 온 종일 머무르고 싶다.

마이애미는 시내에 공항이 위치해 편리하고 무료 메트로도 운행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다. 말로만 들었던 마이애미 비치에 발을 담궈보았으나 바다는 바다일 뿐, 비치 근처 맥도날드 직원의 불친절함과 어우러져 그냥 그랬다. 에지워터의 야경이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때마침 보고 있던 미드에서 자주 보았던 바로 그 뷰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마이애미에서 세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키웨스트라는 미국 최남단 섬에 도착한다. 쿠바와 가까워서 쿠바에서 바다를 헤엄쳐 밀입국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키웨스트에 가려면 바다 위에 지어진 도로를 달려야만 하는데 어느 쪽을 돌아봐도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참 생경하다.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가 여행을 보낸 집이 있는데 왜 이런 곳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고 싶었을지 와닿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뉴욕은 너무나 멋진 곳. 타마키가 있었던 Seaport에서 바라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 모든 금융인의 로망 월스트리트와 황소상. 허드슨강 너머로 보이던 뉴저지의 단풍. 클로이스터 뮤지엄에서 보았던 쨍하게 파란 하늘. MoMA에서 보았던 고흐의 Starry Night. 단풍이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에서 3대가 공놀이하던 모습. 매일매일 지나다니던 타임스퀘어. 어디로든 데려다주던 지하철과 버스.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가득 메운 인파들. 정신을 놓게 만들던 센츄리21과 우드버리 아울렛에서의 쇼핑. 로커펠러센터 앞의 아이스 링크와 저 멀리 보이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불빛.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만찬. 어느 것 하나 뉴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아쉬웠던 것은 일부러 숙소를 브로드웨이에 잡았음에도 작가 파업으로 뮤지컬을 볼 수 없었던 것. 다시 간다면 뮤지컬과 뮤지엄 속에 빠져 살리라.

포트리는 회사 출장을 겸한 것이어서 지금은 망해버린 메릴린치의 PB를 만나러 간 곳이다. 다리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포트리는 뉴저지주라 가는 교통편이 애매했다. 말도 잘 안통하는 자가영업 택시를 타고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뉴욕과 달리 낮은 건물들과 잘 조성된 가로수의 단풍으로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 날 미국에 첫눈이 왔는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이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

뉴헤이븐은 예일대를 위한 도시이다. 그랜드 센트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포닥중인 대학 친구를 만나러 갔다. 7년만에 만난 친구와 보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 가볍게 들어간 예일대 미술관에서 만난 많은 작품들과 음대에서 들려오던 따뜻한 현악기 소리는 덤.


기억에 의존하는 몇 줄 안되는 정리인데도 이거, 하다보니 너무 즐겁다. 시리즈로 올려야겠다!

287일 매.찢.남.

매트 찢는 남자, 나영우.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매트 위에 박스를 납작하게 접어놓았나 싶었다. 동영상을 재생시켜보니 영우가 매트 표면의 비닐커버를 뜯어버린 바람에 뜯어낸 부분의 안쪽이 연갈색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영우가 손톱으로 찍어서 그런 것인지, 다른 도구들에 찍히는 것인지, 매트 여기저기에 흠집이 나서 엄마가 테잎으로 임시 땜질을 해 둔 상태였다. 어딘가 틈새를 발견한건지 영우가 매트를 찢기 시작했나보다. 찌익찌익 얼마나 잘 찢어대는지, 아주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여기저기 잡고 찢어댄다.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285일 잠자기 싫어

엄마아빠를 보고 반가운지 아침부터 영우가 업되어있다. 뭘 해줘도 즐거워서 꺄아아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물건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특히나 신기해해서 신랑이 저글링을 해주었더니 아주 넘어간다. 흥분상태로 있다보니 여기저기 쿡쿡 들이받기도 자주 들이받는다. 덕분에 온종일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지난 주에 영우를 재우려고 힙시트를 했는데 잠이 안 들길래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이게 뭔 일? 하는 표정으로 힙시트를 끌고 와서는 힙시트와 신랑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엄마가 대체로 업어서 재우기 때문에 힙시트를 한다는 것은 외출한다는 것을 의미, 그런데 그냥 내려놓으니 좋다 말았나보다. 그 행동이 너무나 웃겨서 결국은 외출했었다. 이번 주는 주중에 추워서 외출을 거의 못했다더니 힙시트 올라가는 순간부터 신이 났다. 다리를 얼마나 힘차게 흔들어대는지, 쭉 뻗었다가 흔들었다가 아주 신이 났다.

이렇게 신나게 하루를 보낸 것까진 좋았는데, 밤까지도 꺄르르꺄르르 즐거웠는데, 격하게 놀아서 너무 힘들었던 것일까. 평소와 달리 밤에 깨어날 때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운다. 아무리 달래도 계속 소리를 질러대서 결국 엄마가 업었는데 방에도 있기 싫다고 해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노는 시간인줄 안 것인지 또 막 즐겁다. 밤에 엄마가 두 번이나 업어 재웠는데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서 밤에 자기 싫었던 것인지, 과로로 너무 피곤한데 잠이 잘 안들어서 짜증이 났던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좀 살살 놀아줘야지. 그나저나 영우는 언제쯤 잘 자게 될까.

284일 짝짜꿍

전 날 할머니가 잘 안놀아줘서 삐친 영우. 밤새 서러워하는 영우를 보고 미안해진 할머니가 하루종일 열심히 놀아주셨다고 한다. 같이 만세도 하고 짝짜꿍 연습도 시키고 많이 안아주고. 그 덕분에 손뼉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손뼉치는 소리도 난다. 두 손을 마주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청난 호응을 보이며 짝짜꿍을 외쳐주신다. 짝짜꿍, 죔죔을 9개월이 넘어서야 할 수 있는데 난 도대체 몇 개월 때부터 연습을 시킨거람. 이렇게 영우 재주 하나 추가.

나영우 프로필

수지형이 작성해 준 영우의 생애 첫 프로필 :)

나이 : 1( 0)
별명 : 동자승, 근엄영우, 건방영우
취미 : 만세
특기 : 엉덩이 자 만들어 실룩거리기
무서워하는 것 : 뜨거운 것, 발지압판

성격 : 매우 조심성있음

2014년 12월 1일 월요일

9개월 발달

오랜만에 영우 발달 체크업.
이유식은 3회로 늘렸고 후기 이유식을 시작했다. 우유도 하루 3번, 8시쯤 마지막 수유를 한다. 이유식도, 간식도 많이 먹어서인지 응가를 하루에 5번씩 한다. 어휴~ 우리 엄마 얼마나 힘드실지, 기저귀 가는거 싫어해서 매번 진을 뺀다.
이는 아래윗니 두 개씩 네 개가 났다. 이가 더 나려고 간질간질한건지 입에 닿는 것들을 빨기도 하지만 깨물기도 한다. 엄마 손에는 영우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좋아라하며 쪽쪽 빠는 로션통이 있는데 이제 이로 뚜껑을 열 수 있다.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덮고 츕츕댄다.
이제는 배로 기지 않고 팔 다리를 이용해 엄청 빠르게 기어다닌다. 러닝홈을 갖고 논 보람이 있는지 기고 있는 자세로 문을 열 수 있어서 이 방 저 방을 휙휙 드나든다. 테이블 높이는 기어올라갈 수 있으나 아직 소파 높이는 기어올라갈 수 없다. 잡고 일어선 후에 잠깐씩 손을 놓고 서 있을 때가 있다. 활동량이 많아져서일까, 체중은 많이 늘지 않아서 9kg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뜨거운 고구마에 손을 덴 이후부터일까, 뭔가 만지고 싶을 때에는 검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찔러본다. 기분이 좋을 때는 만세를 한다. 갇혀 있는 느낌이 싫은 것인지 이제는 쏘서나 점퍼루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안아서 넣으려고 하면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몸을 ''으로 만든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면 엎드려 있을 때에도, 서 있을 때에도 엉덩이를 앞뒤로 씰룩씰룩댄다.
아직 밤에 잠을 푹 못자고 많이 뒤척인다. 엄마가 업어 재우고 있어서 잠자는 습관이 계속 걱정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밤잠 재울 때는 업지 않고 누워서 토닥토닥해준다고 한다. 엄마가 누워서 팔을 펴고 영우야 자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다시 누웠다가, 뒹굴뒹굴하다 잠든다고 한다. 이렇게 엄마가 하나하나 습관을 잡아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9개월이 되니 돌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지난 주에 돌잔치 장소를 예약했는데 직계가족끼리 간단히 식사하고 돌잡이만 할 예정이다. 영우가 대구에서 자라니까 돌 때라도 친구들, 친지들에게 인사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간소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돌에는 얼마나 더 자라있을까 기대된다.

280일 주세요~, 첫 눈

영우는 이제 과자를 먹는다. 이유식 먹고 나면 과자를 두 개씩 주는데 몇 개 없는 앞니와 잇몸을 이용해서 잘도 잘라먹는다. 아빠가 매일매일 영우한테 할아버지도 주세요, 할아버지 먹을까, 아~주세요를 하는데 들은척만척 열심히 먹기만 하다가 드디어 할아버지한테 과자를 주었다. 오후에는 동생한테도 이모 주세요 하니 주더란다. 뭔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걸까?!
12월의 첫 날, 영우는 생애 첫 눈을 보았다. 눈이 오길래 엄마가 영우를 업고 옥상에 널린 빨래를 걷었다는데, 업힌 상태여서 영우가 어떤 표정으로 눈을 맞이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도,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도 처음이지?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나영우.

278일 무서운 발지압판

발지압판에 잘못 손을 대서 놀란 적이 있는 것인지 지압판을 피하는 동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다. 영우가 테이블에 기어올라가지 못하게 러닝홈으로 막아두었는데 이제는 문을 열고 틈새로 몸을 밀어넣어 잘도 기어올라간다. 그걸 막아보려고 테이블에 지압판을 깔아두었는데 멋모르고 올라가려다 놀란 모양.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올라가고 싶어지면 지압판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바닥에 있는 지압판이 방해가 되면 아프지 않은 쪽으로 뒤집기도 한다.
아픈걸 알면서도 갖고 놀고는 싶고, 잘못하면 아플거 같으니 멀찍이 떨어져서 검지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본다. 우리 손을 지압판에 대고 아야야~ 아픈 시늉하며 손을 확 떼면 꺄르르 좋아한다. 한참을 그렇게 놀아줬더니 이제는 영우가 신랑 손을 잡아 끌어 지압판에다가 댄다. 자기 손은 안대겠다는지, 그 모습에 빵 터졌다. 장난기가 더 발동해서 영우를 들어다가 지압판 위에 세워 놓으려고 하니 발도 댈 수 없다며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공중부양 자세를 취하는데 그 모습 또한 어찌나 웃긴지.
이렇게 계속 즐거워해주면 좋으련만, 요녀석 같은걸 여러번 반복하면 웃음기를 싹 걷어낸다. 영우 웃게하기 참 어렵다.

277일 할머니가 좋아요 할아버지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지난 주 이사하느라 대구에 내려가지 못해 영우가 보고싶은 우리는, 신랑의 조기 퇴근 덕분에 영우가 잠들기 전에 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영우랑 놀아주는데 나를 볼 때보다 신랑을 볼 때 더 좋아한다. 더 환하게 웃어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살짝 서운했는데 눈치 없는 우리 아빠는 영우가 아빠를 더 좋아하네 하신다. 신랑은 좀 민망했는지 그래도 아프면 엄마한테 착 달라붙는다고 하더라는 발언을 하였으나 위로가 될리가. 영우는 이제 아프면 할머니한테 착 달라붙을걸.
점점 밤이 깊어가고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영우는 할머니만 찾는다. 예전에 밤이 되면 신랑이 잠투정을 달랠 수가 없어서 내가 안아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안아도 소용 없고 할머니만 찾는다.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 지금 할머니 찾는거야 당연한거지만 그간 고생해서 키우느라 아프기까지 했는데 신랑한테 밀리니 어쩐지 억울하다. 하긴 뭐, 내가 밀리는 사람이 신랑뿐일까, 매일 와서 목욕시켜주는 이모한테 밀려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좀 서운하구나 영우야.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문화가 있는 날 마지막 이벤트. 원래는 오후 7시까지 전시 관람이 가능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6시 이후에는 입장료의 50%가 할인된다.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는 필립스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인데 '고야, 마네, 세잔, 모네, 반 고흐, 피카소, 잭슨 폴록 등'의 작품 국내 최초 공개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고야, 마네, 세잔, 모네, 반 고흐, 피카소, 잭슨 폴록 작품이 한 작품씩밖에 없겠구나. 그래서인지, 만오천원이나 하는 관람료 때문인지 하루 종일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꼭 할인받아서 보고싶었더랬다.
전시는 19세기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다. 앵그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많고 많은데 필립스컬렉션의 앵그르 작품은 살짝 아쉽다. 마네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스페인 발레라는 작품은 마네의 명암표현 방식이 잘 나타나 있어서 아 이것이 마네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세잔의 생 빅투아르 산을 보니, 예전에 보았던 전시의 어느 화가가 세잔을 좋아해서 생 빅투아르 산을 통째로 사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도통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기억력은 안드로메다로 가는가보다. 그 외에도 칸딘스키나 폴록의 초기 작품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볼 수 있고, 이제 아는 작가가 된 라울 뒤피 작품을 보며 반가워라 해주었다.

이렇게 11월의 문화가 있는 날 마무리~

예술의 전당. 2014.11.25~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