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3일 수요일

758일 일상

요즘 날이 좋아져서 영우는 어린이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모드가 되었다. 한 두 바퀴 돌아도 직성이 풀리지 않고 결국 울면서 들어간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오전 시간은 할머니랑 노는게 아니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노는거야 라고 이야기해도 영우는 대답을 안한다고 한다. 그렇게나 밖에서 놀고 싶은 것인가. 동생의 증언에 따르면 영우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타이를때 납득할 수 없으면 대답을 안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할머니한테 배운듯?
어린이집에 울면서 들어가긴 했는데 간식으로 준비된 떡과 딸기를 보고는 바로 울음을 그치고 맛있게 먹었나보다. 영우는 뭔가 더 달라고 할 때는 꼭 다섯개 더 달라고 하는데 딸기 다섯개 더 달라고 하면서 기분전환한듯.
오후에는 영우랑 전화통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최근에는 영우랑 영상통화하기가 매우 힘든데, 전날에도 아빠 가라고 해서 신랑이 좀 상처받았더랬다. 동생이 그러면 안된다고 교육을 시킨 모양인지 엄마 미안해요 한다. 오늘 저녁에 영상통화 할때는 전화 잘하기로 다짐받았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영우는 통화내내 신이 나있는 상태였고, '아굴타가 아굴타가' 하면서 전화기에 뭔가 주는 흉내를 내더라는데 뭘 한걸까.
드디어 저녁이 되어 영상통화의 시간. 오오, 책을 보고 있다! 아이패드로 전화가 온 것을 보았지만 계속해서 책을 본다. 한 권을 보고 나더니 읏차읏차하면서 책을 몇 권이나 더 들고 온다. 할머니가 책에 써있는대로 예쁘게 앉아요 라고 말했더니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면서 예쁘게 앉아요라고 따라한다. 물론 뭔가를 알고 따라하는건 아니고, 손가락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책을 내게 보여주면서 엄마 책읽어줘 한다. 이럴 때는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지. 책을 보면서 모래놀이 하는 내용이 나오니 모래놀이인줄 아는지 모래놀이라고 말한다. 해운대에서 모래놀이 한거 기억나냐고 하니 기억난다고 한다. 이러니 더 많은 것을 경험시켜주고싶지 않을수가 있나. 그나저나 이제 영우랑 영영 영상통화는 못할 줄 알았는데, 영우의 움직이는 모습은 동영상으로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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