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0일 일요일

743일 영어 수업

한 살 더 먹었다고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이 많아졌다. 야외활동도 할 예정이라고 하고, 체육 선생님, 미술 선생님도 초청하고, 영어 선생님도 초청해서 특별 수업을 한다고 한다.
이 날은 처음으로 영어 수업을 하였는데 선생님이 몸으로 알파벳 만드는걸 가르쳐주었나보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알파벳에 관심이 있겠느냔 말이지. 세 살 반이지만 만 2세도 안된 애들이 대부분인데 왜 이런 수업을 하는걸까. 그런 와중에 알파벳을 아는 영우는 선생님의 수업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열심히 따라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영어 선생님이 영우보고 네 살이냐고 물어봤다고 하여 모두가 영우를 자랑스러워한다.
며칠 지나고 대구에 내려가서 영우한테 몸으로 알파벳 만드는거 배웠다며? 엄마 보여줘봐 했더니 H를 만든다며 일어서서는 다리를 직각으로 들어올려 벽에 갖다댄다. 엄마 표현으로는 눈이 반들반들하게 쳐다봤다고 하더니만 뭔가 기억나긴 하나보다.
그로부터 또 며칠 지나서야 어린이집에서 영어 수업시간의 사진을 카페에 올려줬는데 정말 영우만 뭔가 따라하고 있다. 그리고 초반에 함께 수업을 듣던 다른 아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사진 속에서 사라졌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데 호기심을 갖고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팔불출 같아 보이겠지만, 내가 선생님이라도 영우가 기특하긴 할 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