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목요일

733일 부산여행 첫날

영우 생일 기념으로 엄마아빠 동생부부와 함께 부산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며칠 전 열감기를 앓았던 영우는 이날 아침부터 얼굴에 벌겋게 열꽃이 피어올랐다. 처음엔 열꽃인지 모르고 뭘 잘못먹은건지, 알러지인지 걱정했는데 병원에 가보았더니 열감기를 앓으면 열이 내린 후에 며칠씩 열꽃이 핀다고, 특별한 처방도 없고 시간이 지나야 가라앉는다고 한다. 원인을 알고 나니 마음은 편하고 영우도 아파하거나 가려워하거나 하진 않는데 보고있자니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여행은 강행하는 우리.
열이 나는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어서 영우는 여행을 맘껏 즐기지는 못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는 자느라 괜찮았는데 부산에 진입하면서 정체가 시작되자 깨어난 영우는 처음 몇 분간은 도로 위의 차들 보며 들떠 있고 레미콘과 덤프트럭을 보며 즐거워했지만 이내 지겨워한다. 목적지인 해운대 숙소까지 거의 다 왔으나 정체 때문에 더디 가자 내려내려를 외쳐서 신세계 센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안타깝게도 영우는 밥을 거의 먹지 않고 짜증을 부려서, 식당에서 소리지르고 이런 진상이 따로 없다. 식구들이 돌아가며 영우를 데리고 나가서 달래다가 옥상 정원으로 나가서 공룡 모형으로 꾸며놓은 공원에 가보았다. 아직 영우는 공룡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사진은 별로 많이 못찍었지만 언제고 다시 한 번 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이제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놓고 해변가로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데, 영우는 바다를 보고 신났을까? 다른건 몰라도 모래가 신기했음은 틀림없다. 모래에 발을 딛자마자 모래를 손으로 한 번 만져보더니 쥐었다가 펴서 모래를 흘려보낸다. 모래놀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준비했던 장난감 삽을 쥐어주어서 영우는 해변에서 내내 삽질을 하며 즐거워했다. 바다와 파도와 갈매기에도 좀 반응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모래에 집중하느라 갈매기에는 무관심.
모래놀이를 마치고 들어가서 쉬다가 동생부부 오는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데 영우는 나가기 싫어하는 눈치다. 나가기 싫어하는거 억지로 데리고 나갔더니 이제는 식당에 들어가는걸 싫어한다. 엄청 울어대서 우리도 모르게 웃었더니 웃지마 웃지마 한다. 식당 주위를 몇 바퀴나 돌고 이제 들어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서야 겨우 식당에 입장했는데 다행히 저녁을 잘 먹었다. 그러나 식당에서도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수저통을 쏟아보고 싶어한다는 것. 집에서 통 안에 있는 물건들을 맘대로 쏟으면서 놀다보니 식당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못하게 했더니 울면서 울지마 울지마 한다. 이것은 눈물을 닦으라는 뜻. 아휴, 생일 기념으로 온 여행인데 영우도 힘들고 할머니 껌딱지가 되어 엄마도 힘든 여행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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