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함께 이번 주를 보내며 어딜 가서 어떤 추억을 만들어줄까 이야기하다 선정된 것이 학교 산책, 예술의 전당, 오르셰전이었다. 마침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한시간짜리 공연도 있길래 간만의 문화 생활을 꿈꾸며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였다. 평일인데 차는 왜 그리 막히는지, 영우는 계속 울어대고 공연 시작 5분 전에 겨우겨우 도착. 공연이 끝난 후에는 분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그럭저럭 잘 보냈지만 이동하는 내내 카시트에 누워있기 싫어하는 영우 때문에 오르셰니 뭐니 다른 일정들은 그냥 취소하기로 했다.
한시간짜리 공연이었지만 알찬 구성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 이경숙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 김상진, 이미연
김상진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2001) : 김상진, 이미연
김상진 피치올라 센세이션 : 김상진, 이미연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 : 서민정, 이정란, 박소연
드보르작 피아노 4중주 2번 : 서민정, 김상진, 이정란, 이미연
이경숙은 피아니스트계의 대모 정도 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베토벤의 열정을 나이에 비해 열정적으로 치려고 하는게 너무 보여서 외려 감동이 반감되었다. 그녀가 16세 때 이 곡으로 콩쿨 우승을 해서 이 곡이라면 어디서도 칭찬받겠다 생각했는데 유학가서 사사하려는 교수 앞에서 열정을 연주했더니 퇴짜를 받았다고 한다. 꼬맹이가 어떻게 베토벤을 이해할 수 있겠냐며 엘리제를 위하여를 쳐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서 엄청 빠른 속도로 연주를 했는데 그 교수는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며 제자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앵콜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해주었다.
김상진은 좋아라하는 MIK 앙상블의 멤버인데 작곡까지 하는 사람인줄은 몰랐다.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는 와이프를 위하여 만든 곡이고 피치올라 센세이션은 기타 연주하듯이 현을 뜯는 곡이었는데 곡에 대한 설명을 하는 김상진을 보니 꽤나 유쾌한 사람인듯하다.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간만의 문화생활을 즐겨 기분이 좋을 틈도 없이, 감흥을 느낄 틈도 없이 다시 육아 일상으로 돌아간다. 문화가 있는 날 기념으로 대통령도 뮤지컬을 즐겼다니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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