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0일 화요일

선물

봄과 림이 휴가로 파리에 다녀왔다. 봄은 전 직장 동료와 림은 동생과. 요녀석들, 언제 남친 또는 남편과 여행 갈거냐
길지 않은 일정인데도 잊지 않고 챙겨준 선물
봄은 오랑쥬리에서 모네의 수련 포스터를, 림은 오르셰에서 모네 따라잡기 채색 노트를. 그리고 꼬달리 미스트와 메르씨 팔찌.
수련 포스터와 모네 노트 정말 좋다~ 포스터는 이사 갈 집에 잘 붙여봐야지. 약속이나 한듯이 이런 센스 넘치는 선물을! 고마워라~ 
아, 나도 파리 가고싶다, 유럽 가고싶다~~

9월의 마지막 날

지난 주 건강검진을 하면서 처음 대장 내시경을 했다. 대장에 용종이 있어 절제술을 했고, 갑상선의 혹이 더 커졌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금요일에 조직검사를 했는데 일주일 걸린다더니 오늘 아침 연락이 왔다. 결과는 악성.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고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 심란하다. 주말에 영우 보면서 최소한 20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더랬다. 갑상선암이 가볍다고는 하지만 20년 생존율이 90%란다. , 꼭 암 때문이 아니더라도 20년 지나면 죽을 수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스무살이 된 영우는 어떤 모습일까. 신랑도 20년까지는 살아서 영우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고싶다고 했다. 스무살이 되도록 별 볼일 없으면 이후에도 별 볼일 없을거라나. 냉정한 아빠 같으니.

215일 잇몸 이용

영우가 사과 맛을 알아버렸다. 사과를 갈아주면 맛있게 먹는다. 어떨땐 한 조각을 다 먹고도 더 먹고 싶어서 운다. 그래서 한 조각을 쥐어줘 보았다. 손에 꼭 쥐고 얼마나 잘 먹는지. 아직 이도 없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그러다 뭔가 크게 베어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 정말 손톱만큼 베어물었다. 목에 걸릴까봐 손가락을 넣어서 빼주었는데 이제 잇몸으로 사과를 베어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러고도 한참을 쪽쪽쪽~ 사각사각사각~ 영우가 먹다 남긴 사과를 버리기도 뭐해서 먹었더니 어찌나 단물을 잘 빨아먹었는지, 그렇게 맛없는 사과는 처음이다!

2014년 9월 25일 목요일

김정원 슈베르트 전곡 연주

얼마만인가, 김정원의 리사이틀이라니.
김정원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한다. 2016년까지 5회에 걸쳐 연주하고, 레코딩도 하고. 8월 말에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가지 못하고, 이번에 강동아트센터에서 또 연주를 하길래 냉큼 예약.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자체는 거의 처음 들어본 것이라 익숙치 않기도 했고, 다른 소나타들에 비해 구성이 좀 특이한 것도 같았다. 가곡을 더 많이 들어본터라 앵콜곡이었던 즉흥곡쯤 되야 슈베르트 곡의 느낌이 났다. 믿고 듣는 김정원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좋다. 멜로디를 생각해보면 꽤나 치기 어려운 곡 같은데 저렇게 편안하게 쳐도 되나 싶다. 이렇게 좋은 연주회를 유치했는데 티켓을 반도 못 판거 같아 내가 다 아쉬울 정도.
다음부터는 얼굴이 보이는 위치보다는 손이 보이는 위치에 앉아야겠다. 연주 들으면서 얼마나 잡생각이 많이 나던지.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의 표정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데 김정원의 표정을 보니 슈베르트의 악보를 접하고 어떻게 해석을 해서 어떤 감정으로 연주를 하길래 저런 표정이 나오는걸까, 나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그 감정과 표현이 너무 궁금하다. 김정원을 알게 된지 이제 7년이 넘어가는데 한때 미남 피아니스트로 꼽혔지만 이제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영우한테 김정원 아저씨 연주회 가는거야하면 좋아할 날이 올지, 김정원 아들 래온이는 잘 자라고 있는지 남의 아들 걱정까지 한다.
간만에 제대로 된 연주를 들으니 참 좋다. 슈베르트 전곡 연주를 빠짐없이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도를 해주는 학구파 김정원이 좋다.

아래는 이번 전곡 연주를 준비한 김정원의 인터뷰. 그리고 우리가 슈베르트 전곡 연주에 관심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고 딱 집어 슈베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써 준 손열음의 칼럼.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72997911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4675

가을

가을이라 센티해져서 그런가. 카카오스토리에 동갑내기 애기엄마 둘이 약속이나 한듯이 육아에 대한 고충, 하고싶은 일들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고 있다. 나는 엄마아빠 덕분에 그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일은 없어졌다.
아직 한 달도 안됐지만 영우는 잘 지내고 있고, 나도 주중의 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회사 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에 프로젝트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한 나의 가을, 올 가을은 제대로 즐겨볼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다.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208일 열흘만의 만남

지난 열흘간 우리를 알아볼까 못알아볼까가 참 궁금했더랬다. 아침에 눈뜬 영우는 활짝 웃으며 딱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만 반가워해주고 지 갈길을 간다. 신랑한테 막 기어가길래 좀 부러워했는데(아마 신랑도 매우 기뻤을 듯) 신랑 뒤에 있는 선풍기를 향해 돌진. 너무 반가워해도 슬펐을거고 몰라봐도 슬펐을거란 신랑 말마따나 딱 적당한 반응. 쿨한 녀석.
지난 열흘간 활동량이 매우 늘었다. 잡고 일어나는 연습을 계속 하는데 기어가는 자세에서 무언가를 잡고 무릎 꿇는 자세까지는 매우 쉽게 한다. 소파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방석을 잡고 매달리는데 방석이 힘이 없으니 계속 놓치게 되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사람이 누워 있으면 타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발가락에 힘 들어가는거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분유 먹이는건 여전히 힘들지만 잠이 올 무렵에 먹이면 보다 수월하게 먹일 수 있어서 200까지도 먹는 모양이다. 이제 하루에 천ml씩 먹으니 살도 더 찔 듯. 사과 한 쪽을 갈아서 먹였는데 꽤 맛있게 잘 먹는다. 이유식은 지가 먹겠다고 숟가락을 잡고 난리난리라 흘리는게 많긴 하지만 그럭저럭 잘 먹는 편인데 아직 농도가 묽고 재료를 다양하게 맛보여주진 못했다. 빨리 중기 이유식으로 주고, 두끼로 늘리고 싶은데 엄마가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뭐. 입육아는 자제해야지.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다시 한 번 다행이다 싶다. 금요일이 더욱 기다려지는 효과는 덤.

207일 잡고 일어서기

며칠 전부터 밴드에 뭔가를 잡고 매달리는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니, 아마 잡고 일어나고 싶어서 그러나보다 싶었는데 이 날 드디어 탁자를 잡고 일어섰다고 한다. 그 광경은 엄마만 본 모양. 언제 이만큼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활동량이 늘어나니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2014년 9월 14일 일요일

복직 준비

미용실에 갔다. 푸석푸석한 머리 질끈 묶고 머리띠하고 다니다 얼마만에 영양 주고 파마한건지. 그렇지만 뭘 하더라도 앞머리가 많이 빠져서 휑~한것이 보기 좋지 않다. 이제 빠진 머리가 새로 나기 시작해서 잔머리가 잔디처럼 솟았는데 흰 머리도 많이 났다.
여의도에 집 알아보러 갔다. 아직 이사갈 집이 확정된건 아니지만 11월 말이나 되야 이사가 가능할 듯 하다. 여의도로 복귀하는건 별로지만 그래도 집에서 거리라도 가까워지면 몸은 덜 힘들테지. 이제 또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마지막 복직 준비는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 예전에 마케팅 사이드에 있을 때는 트렌드 따라간답시고 매주 숙제하듯이 예능을 봤었는데 지금 딱 그 심정. 8개월 반동안 완전 감 떨어졌는지 재미는 없더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될까. 또 열심히 살아보자.

201일 팔로 기어가기

영우가 배밀이를 시작한지는 꽤 되었고 기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빠르게 기기는 하는데 양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해 한쪽 팔만 힘을 주어 내딛고 한쪽 팔은 질질 끌려간다. 동생이 영우 동영상을 보내줬는데 이제 양쪽 팔을 써서 기기 시작했나보다. 아직은 한쪽 팔의 움직임이 살짝 어색하지만 제법 힘이 들어갔다. 양쪽 팔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기는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까나. 다치지 않기를.
영우는 이 날 성주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이제 엄마아빠가 영우 데리고 다니는데 자신이 붙으셨나보다. 차타고 한시간 가까이 걸리긴 할텐데 별로 칭얼대지 않고 잘 다녀왔다고.

2014년 9월 13일 토요일

200일

200일이다.
이유식 먹일 때 한 명은 영우 손을 잡고 있어야 하고, 한 명은 먹여야 하는데 이 날은 기특하게도 자기가 숟가락 잡고 쪽쪽 빨면서 잘 먹었다고 한다. 쏘서의 철봉을 잡고 노는 것을 넘어서 먹어보려고 까치발을 하고 폴짝댔었나보다. 영우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받아보니 그 자리에 없어도 상상이 되고 함께하는 것 같다.
막내 동생이 매일 퇴근하고 잠시 들리는데 이 날은 200일이라 둘째도 방문을 했다. 이모들이 케잌을 사다가 200일 초를 켜고 영우에게는 고깔모자를 씌워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자리에 없어도 영우의 즐거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대구에 있는동안 분유도 잘 먹고, 공갈도 잘 물고, 잠도 좀 더 잘 자고, 훨씬 더 많이 웃게되어 다행이다. 300일이 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아지겠지.
영우야 200일 축하해~!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겁게 자라도록 하자~

198일 서울로

연휴 마지막 날이라 막힐까봐 서울로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영우는 엄마아빠랑 곧 헤어지는걸 아는지 이날따라 많이 찡찡댄다. 영우랑 안녕을 하고 떠나는게 좋을까, 자는 사이에 떠나는게 좋을까, 이런 것까지 걱정되고 신경쓰인다. 자는 틈을 타서 출발했는데 금세 깨어난 모양이다. 올라가는 내내 잘 지내고 있는지, 울지는 않았는지, 잘 먹고 있는지 걱정걱정. 아빠가 계속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려주셔서 걱정이 조금은 덜해진다. 다행히 밤잠까지 크게 보채지 않고 잘 잔 모양이다. 이제 잘 적응해야할텐데.

서울에 와서는 그간 쌓인 먼지 청소하고 뭉친근육 풀려고 스포츠마사지를 받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신랑이랑 삼겹살에 소주. 저녁엔 TV를 보며 멍하니 있는데 영우가 없으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몸은 편한데 계속 영우 생각에 영우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다.

197일 아빠의 눈물

영우가 뒹굴뒹굴 놀다가 '엄마아바'라고 말했다. 발음이 너무 정확해서 신랑이랑 나랑 깜짝 놀라며 동시에 쳐다보았다. 신랑이 눈물을 보였고 덩달아 나도 눈물.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걱정 가득했는데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도 됐을 것이고,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아빠를 말할 수 있게 되었나 싶었을 것이고, 당장 내일이면 영우를 두고 올라가야 하니 짠하기도 했을 것이고.
이렇게 영우 성장기 시즌1이 마무리된 느낌이다. 시즌2도 건강하게 쑥쑥 성장해가자, 영우야.

2014년 9월 8일 월요일

나란 사람은

가끔씩 나도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좀 부끄러울 때가 있다.
영우가 설사할 때 설사를 하면 분유를 좀 묽게 타주라는 얘기가 있어서 의식적으로 좀 묽게 탔다. 얼마를 탔느냐고? 160 분유 분량에 물을 좀 더해서 170. 나는 좀 묽게 타주라고 하면 얼마나 묽게 타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한스푼을 덜 넣어야 할지, 반스푼을 덜 넣어야 할지, 두스푼을 덜 넣어야 할지. 병원에서도 좀 묽게 타주라고 하길래 얼마나 묽게 넣으라는건지 결국 물어보았다. 160 먹는다면 세 스푼, 한 스푼 덜 넣는거다. 신랑은 그 정도일거 같지 않더냐며 커먼센스가 없다고 난리난리.
유산균을 처방 받아왔는데 물에 타서 먹이라고 한다. 물 얼만큼에 타서 먹여야 할지 역시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약국에 전화해봤더니 200cc에 타서 먹이라고. 아니 얘가 분유도 200을 못 먹는데 유산균을 탄 맹물을 200cc나? 패닉에 빠져 병원에 전화해봤더니 간호사는 먹을만큼 타 먹이란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몇 cc를 말하느거냐고 하니까 한스푼이랬다가, 녹을 만큼이랬다가, 20cc랬다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약국에 전화했더니 아까는 자기가 약을 착각했다며 10cc정도에 녹이랜다. 신랑은 그 정도일거 같지 않더냐며 커먼센스가 없다고 난리난리.
할리스에서 이벤트를 하여 아이스커피를 만들 수 있는 잔을 받아왔다. 뭐 특별한 건 아니고 잔에 눈금이 있어서 얼음을 얼만큼 채워야 할지, 드립커피를 어느 정도까지 내려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잖아도 드립커피 마실때면 어느 정도 내려야할지 몰라서 대충대충 했는데 가이드가 있으니 참 좋다. 신랑에게 커피를 내려주며 너무 좋아라 했더니, 보통은 잔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잔에 매뉴얼이 있어서 좋아한다니 정상은 아닌거 같다고 한다.
음, 나란 사람은 정말 왜 이래?

196일 아빠아빠

제법 아빠 비슷한 발음을 하기 시작했다. 아바, 아봐.
그냥 그런 발음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하기엔 아빠가 옆에 있을때만 말해서 신랑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
엄마 발음은 꽤나 정확해졌는데 나를 바라보며 엄마라고 할 때도 있지만 시도때도없이 엄마라고 말하기도 한다. 엄마아빠를 구별해서 불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녀석 영리할 것 같다는 우리아이 천잰가봐 병 재발.

195일 꿀잠

영우를 대구로 내려보내며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역시 밤잠이다. 잘 무렵이면 엄마를 찾기 때문에 재우는 것도 문제고, 잠든 이후에도 한시간마다 깨니 엄마아빠가 잘 버티실 수 있을까, 밤중수유도 끊어야 하는데 괜찮을ㅇ까.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란건 알고 있다. 아이들은 금세 적응하니 며칠 울겠지만 엄마가 없어도 잠들 수 있을 것이고 분유 먹으면 아무래도 먹는 양이 많아질테니 밤잠도 잘 잘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목요일부터 완분으로 갈아탔더니 밤에 자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 날은 5시간동안 푹 자고 새벽에 6시간 40분만에 수유를 했다. 아마 최장시간 안 먹고 버틴게 아닌가 싶다. 밤에 푹 잔 시간이 길어서인지 낮잠을 자는데도 큰 뒤척임 없이 1시간 25분을 잤다. 하루종일 컨디션도 최고. 5시간만 푹 자줘도 정말 기쁘다. 점점 더 나아질테지~ 같이 5시간 잤더니 나도 안 피곤하던지!

194일 손주세요

내가 영우를 안고 있는데 엄마아빠가 영우를 안고자 할 때면 항상 손을 벌리면서 '언제 손 줄래' 하셨더랬다. 안기겠다고 손을 뻗어주는가보다 싶었다. 이 날 내가 영우를 안고 있는데 엄마가 손을 벌리며 손 하니까 영우가 손을 준다. 오오 이런 잘 훈련된 강아지같으니. 요 행동 하나로 또 엄마아빠를 즐겁게 해준 날이다.

193일 장난감 탐색

장난감 갖고 노는 것이 제법 늘었다. 지난 번에 공굴리는 것만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쏘서에 여러가지 장난감들이 붙어 있는데 영우의 관심은 오직 '한 번 빨아볼 수 있을까'였다. 빨아보고 싶은데 입이 안 닿으니까 지구본에 코가 눌리기도 하고 점프해보다가 실패해서 짜증내기가 다반사, 멀리 있는 장난감은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지구본에 있는 동물 얼굴들을 손으로 눌러보는 일이 생기고, 높이 달려있는 나비도 만져보고, 새의 머리를 누르거나 배부분을 굴려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날은 원숭이의 위치를 옮기는 고난이도의 작업을 했다. 며칠 전부터 원숭이가 있는 반원형 지지대를 철봉처럼 잡고 흔들흔들하길래 손이 꽤나 높이까지 올라가는구나 했는데 원숭이를 휘익 올려서 반대쪽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후로도 몇 번 한 모양인데 나는 아직도 그 모습을 못보았고 아빠와 신랑의 증언이다.
vtech의 움직이는 공 장난감이 있는데 처음에 그 공을 보았을 때는 먹어보고 싶은데 움직이니까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움직이는 공을 두 손으로 딱 잡아두고 있을만큼 힘이 생겼고 본체 뿐만 아니라 태그 부분도 빤다. 상단에 있는 무당벌레는 돌릴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무당벌레도 돌리면서 논다. 움직이는 공은 6개월 이상부터 사용 가능이었는데 5개월 때 내놓으니 짜증만 내다가 6개월이 되니 제법 가지고 노는 모양이 참을 신기하다. 뮤직 카 역시 처음에는 손잡이 부분을 빨기만 했는데, 이제는 동물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부분을 돌리기도 하고 피아노 건반을 치며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같은 장난감으로 이렇게 노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보니 신기방기하다.

192일 공갈 물기

많은 엄마들이 공갈을 사용하면서 손을 빨게 하는 것이 나을것인가, 공갈을 물게 하는 것이 나을것인가 고민한다. 그렇지만 공갈은 마법과도 같이 아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대부분은 나중에 못 뗄 것을 걱정하면서도 공갈을 물리게 된다. 조리원 동기들은 공갈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도 하는데 모든 육아과정을 힘들게 가는 길을 택하고 있는 영우는 역시 공갈을 빨지 않는다. 못 뱉어내게 힘을 줘서 입에 갖다붙이라고들 하는데 어찌나 짜증을 내는지, 물었다손 치더라도 곧 빼내서 플라스틱 부분을 물며 논다.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는데 영우가 공갈을 물지 않고 갖고 노는 모습을 보자 이 좋은 것을 안 물면 어쩌냐며 입에 물린 후 톡톡톡 쳐준다. 세상에 이럴수가, 톡톡톡 쳐주니 공갈을 빠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그렇게 고생을 했다니 진작에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억지로 물도록 입에 갖다붙이면 잘 무는 아이도 있지만 거부하는 아이도 있는데 지금은 모든 관심이 입으로 가는 시기라 톡톡톡 두드려주면 거기에 집중해서 빨기가 수월해진다고 한다. 친구는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며 의기양양. 고맙다 친구야!
치과 의사인 친구 말로는 손가락을 빨면 오히려 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공갈을 빠는것이 더 낫다고 한다. 공갈을 뗄 때에는 젖꼭지 부분에 가위집을 살짝 내주면 바람이 들어가서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더 이상 안물게 된다는 꿀팁까지. 추석때 만난 사촌오빠 아이도 공갈 사용이 나쁠 거 같아서 손을 빨게 두었더니 손가락이 다 헐었다고, 공갈 쓰는게 나을거 같다고 하더라. 아직은 잘 못빨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잘 물 수 있겠지. 영우에게도 공갈의 마법이 함께하길~

191일 빨대컵 사용, 발레리노 자세

이유식을 시작하면 보리차를 먹이라고 하는데 컵에 마시게 하려니 줄줄 흘러서 빨대컵을 샀다. 친구 아들은 영우보다 1년 빠른데 빨대를 잘 못빨아서 고생이 많았다고 하길래 잘 빨 수 있으려나 은근히 신경 쓰였는데 다행히 잘 빤다. 아직 쭉쭉 빨아올릴 수 있는건 아니라 많이 흘리기도 하고 마시기보단 가지고 노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쪽쪽쪽 거리는걸 보니 신기하다. 새로운 도구에 또 하나 적응.

영우는 누워있는걸 싫어하는데 저녁에 누워서는 계속 다리를 180도로 쫙쫙 벌린다. 아이고, 어린 아이들은 어찌나 유연한지. 발레리노 저리 가라구나. 이것도 발달 과정 중에 하나인가 싶었는데 이 날 저녁에만 발레리노 자세를 취하고 이후로는 안한다. 이녀석, 발레리노의 비율을 바라며 태교를 했건만 키 작아서 엄마가 실망하니까 발레리노 자세라도 취하는건가?

2014년 9월 7일 일요일

186일 대구가는 날

당장 필요한 것들만 챙겨 가는데도 짐이 한가득이다. 장난감은 분해하고 이리저리 구겨넣고 겨우겨우 꽉꽉 채워간다. 오전에 시부모님이 오셨는데 어머님은 계속 눈물을 보이신다. 같이 마음이 안좋다.
챙길 것들이 많아 12시에 겨우 출발했다. 영우가 이제 카시트에 앉는 것을 싫어해 잠이 들자마자 출발, 고속도로 들어가기 전까지 깰까봐 조마조마하던지. 몇 번이나 보채고 울어대서 졸음쉼터와 휴게소를 들리고 들러 7시간만에 겨우 도착. 다행히 지난번처럼 도착해서 울지는 않았다.
영우야, 대구생활도 잘 해나가자~

185일 부스터와 아기의자 앉기, 첫 전투

전 날 아파트 친구 집에 갔더니 3주 빠른 그 아이는 벌써 식탁용 아기 의자에 앉아 이유식을 먹는다. 영우도 요즘 제법 앉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범보 의자에 앉는 것을 싫어하기도 해서 부스터에 앉혀 이유식을 먹여보았다. 범보 의자보다 훨씬 안정감 있게 잘 앉는다. 허리근육이 튼튼해져가고 있기는 한가보다. 점심엔 식당에서 아기 의자에 앉혀보았는데 역시나 그럴듯하게 앉는다. 진작에 앉혀볼걸, 아기의자에 앉히니 우리가 밥먹기에 훨씬 여유롭고 좋다.

저녁엔 신랑 친구들이 놀러왔는데 이틀 차이나는 아이도 왔다. 2개월만에 만났으나 여전히 날씬하고 잘 먹는 녀석. 기념사진 찍으려고 둘 다 눕혀놨는데 이제 뒤집기를 하니 이리저리 뒤집으며 서로 탐색을 하더니 그 녀석이 영우 손을 빤다. 영우가 짜증을 내며 그 녀석 손을 빤다. 그랬더니 그 녀석이 우왕하고 울어제끼고 영우도 이어서 울어제낀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전투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둘 다 울었으니 무승부, 나중에 사진 보여주며 놀려줘야지. ㅎㅎ

이리저리 사람들 만나면서 보내다보니 벌써 대구갈 날이 코 앞이다. 휴직 기간동안 낮시간이 자유로우니 오랫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미국에서 온 친구들도 다 볼 수 있었다. 영우 이뻐라 해주었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마 돌 즈음이 되어야 영우가 서울 올 일이 있을텐데 그때까지 건강하게 바르게 잘 키워서 인사할 수 있도록 해야지.

2014년 9월 3일 수요일

184일 예술의 전당 나들이

신랑과 함께 이번 주를 보내며 어딜 가서 어떤 추억을 만들어줄까 이야기하다 선정된 것이 학교 산책, 예술의 전당, 오르셰전이었다. 마침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한시간짜리 공연도 있길래 간만의 문화 생활을 꿈꾸며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였다. 평일인데 차는 왜 그리 막히는지, 영우는 계속 울어대고 공연 시작 5분 전에 겨우겨우 도착. 공연이 끝난 후에는 분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그럭저럭 잘 보냈지만 이동하는 내내 카시트에 누워있기 싫어하는 영우 때문에 오르셰니 뭐니 다른 일정들은 그냥 취소하기로 했다.

한시간짜리 공연이었지만 알찬 구성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 이경숙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 김상진, 이미연
김상진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2001) : 김상진, 이미연
김상진 피치올라 센세이션 : 김상진, 이미연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 : 서민정, 이정란, 박소연
드보르작 피아노 4중주 2번  : 서민정, 김상진, 이정란, 이미연
이경숙은 피아니스트계의 대모 정도 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베토벤의 열정을 나이에 비해 열정적으로 치려고 하는게 너무 보여서 외려 감동이 반감되었다. 그녀가 16세 때 이 곡으로 콩쿨 우승을 해서 이 곡이라면 어디서도 칭찬받겠다 생각했는데 유학가서 사사하려는 교수 앞에서 열정을 연주했더니 퇴짜를 받았다고 한다. 꼬맹이가 어떻게 베토벤을 이해할 수 있겠냐며 엘리제를 위하여를 쳐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서 엄청 빠른 속도로 연주를 했는데 그 교수는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며 제자로 받아주지 않았다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앵콜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해주었다.
김상진은 좋아라하는 MIK 앙상블의 멤버인데 작곡까지 하는 사람인줄은 몰랐다.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는 와이프를 위하여 만든 곡이고 피치올라 센세이션은 기타 연주하듯이 현을 뜯는 곡이었는데 곡에 대한 설명을 하는 김상진을 보니 꽤나 유쾌한 사람인듯하다.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간만의 문화생활을 즐겨 기분이 좋을 틈도 없이, 감흥을 느낄 틈도 없이 다시 육아 일상으로 돌아간다. 문화가 있는 날 기념으로 대통령도 뮤지컬을 즐겼다니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