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가 온 줄 알았는지, 엄마아빠하며 운다. 그래서 일찍부터 놀아주기 시작했더니만 영 밥먹기가 싫은지 아침 먹이는데 애먹었다. 동생이 퇴원하는 날이라 조리원으로 옮기기 전에 방문하려고 우리도 같이 아침을 먹는데 계속 찡찡대길래 왜그러나 했더니 젓가락으로 먹고 싶나보다. 젓가락으로 먹어보게 시켰더니 이제 제법 젓가락질을 모양나게 한다. 그렇지만 이런 시도들에도 밥 먹이는데는 실패.
도담이 보러 가는 길이 바빠서 아침 먹이는 것은 포기하고 우유를 먹였다. 막내동생과 만나서 병원에 가는데 영우가 가는내내 계속 칭얼대더니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아침에 너무 흥분해서 벌써부터 졸리나? 싶었는데 목 부분을 몇 번 가리키더니 토해버렸다. 아아, 속이 안 좋아서 아침도 제대로 안 먹고 칭얼대고 그랬던 거구나ㅜㅜ 그것도 모르고 계속 먹였더니 이렇게 되버렸네. 그래도 다행인건 토한 이후에는 큰 탈 없이 잘 놀았다는 거. 며칠 전에도 자다가 토했다더니 토하는 장염 아닐까 염려된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영우가 숫자를 보더니 1, 2, 하며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영우가 약한 숫자는 4와 7. 그래도 짧은 시간에 많은 숫자를 배워서 익혔다. 영우가 숫자 세는 것을 보던 다른 아주머니가 혼잣말로 네 살? 최소한 세 살은 넘었겠지? 라고 하시는데 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 두 살밖에 안됐어요 라고 하며 뿌듯해한다. 영우의 총명함이 모두를 뿌듯하게 하는구만. 잠깐 팔불출 타임을 갖자면, 영우의 총명함이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신랑이 영우가 천재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지 않아? 라는 오글거리는 발언도 했었다.
이번 주는 정말 깜짝 놀란게, 언어능력이 드라마틱하게 발달하였다. 아침에 점퍼루를 타길래 같이 몇 번 뛰어주었더니 신랑한테 '아빠 인나' 하고 나서 나를 보며 '엄마도' 한다. 얘 왜 이렇게 웃기니. 내가 립글로스를 바르니 손가락으로 바르는 흉내를 내면서 '엄마 입술 요렇게', '영우도' 하면서 입술을 내민다. 신랑이 퍼즐을 꺼내서 아빠는 폴리해야지 하니까 '나도 할래' 한다. 영우 의자에 앉기 싫어서 어른용 식탁 의자에 앉겠다며 '영우 여기에 앉아' 한다. 가장 신기한 것은 영우가 탑을 쌓았길래 내가 '탑이다' 했더니 '타비, 타비' 한다.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명사와 조사를 구분할 수 있나보다. '이게 뭐야'를 부쩍 많이 하는데 신랑 이야기로는 '이게 뭐야'가 정말 무언가가 궁금하여 의문형으로 쓰일 때도 있는데 어른이 감탄사처럼 내뱉는 '이게 뭐야'로 쓰일 때도 있다고 한다. 2주 만에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문장 구사능력이 발달하다니, 이제 정말 제법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녁에는 작은 형님이 사주신 RC 카를 갖고 놀았는데, 장난감 차가 혼자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영우는 완전 깜짝 놀랬다. 동생이 처음에 꺼냈을 때는 싫어했다고 하던데 신랑이 조종하니까 우와~ 하길래 좋아하는줄 알았다. 그 차가 앞 뒤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앞 바퀴가 360도 회전을 하는데 그 모습이 무서웠나보다. 잠시 후부터는 이게 뭐야를 외치며 신랑 뒤에 숨었다가 나중에는 엉엉 운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영우 아빠와 우는 아들을 촬영하는 영우 엄마. 이 사람들 왜이러나요;;
영우 손톱이 날카로워서 신랑 손목에 상처가 생겼다. 평소에는 잘 때 손톱을 깎이는데 자다가 또 얼굴을 긁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제 말귀도 알아듣고 하니까 깨어 있을 때 손톱을 깎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나보다. 두 개까지는 성공적으로 깎았는데 내가 후배랑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신랑이 대화에 참여하느라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일이 났다. 영우가 손톱가위를 들고 자기 손톱을 자르려다 상처를 낸 것.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가 나는 영우 손을 보면서도 신랑은 무슨 일인지 도무지 파악이 안되더란다. 가위가 언제 신랑 손에서 떠난지도 기억이 안나고, 영우가 가위를 쓸 줄 안다고는 생각도 못했고,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 금세 피가 멎었고 영우도 울지는 않았는데 정말 큰일날뻔했다. 아이 앞에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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