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5일 토요일

11월의 문화생활

라 바야데르

오랜만의 발레. 라 바야데르를 처음 본 것은 국립발레단의 작품이었는데 이번엔 유니버셜 발레단. 그래서 선입견이 작용한 것일까, 기량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박수도 많이 안 나오는 것 같고 무대랑 의상 디자인도 조금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사실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고 3막의 군무도 안정적이고 아름다웠는데 왜 저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움을 반감시키는걸까. 끙
시작할 때 문훈숙 단장이 몇 가지 의미에 대해 마임을 보여주었는데, 가끔 마임에 대해 해설해 주는 것을 봐도 웬만해선 와닿지 않는다. 이번에는 자막을 넣어주었는데 자막이 있으니 발레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마임 설명보다는 자막 도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연기를 충분히 이해하게 되니 몇 배는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4층 만원짜리 좌석에서 봤는데, 이런 공연을 만원에 보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빈 자리가 너무 많아서 안타깝기도 했다. 나는 칼군무를 보는 것이 좋아서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어차피 2층부터는 표정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쌍안경을 활용하므로 4층도 충분히 괜찮다. 이런 훌륭한 공연이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많이들 보러 가면 좋을텐데.. 영우랑 같이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모네전

억지로 억지로 짬을 내서 방문한 모네전. 일본의 미술관은 우리나라보다 이른 시간에 오픈하고 금요일에는 늦게까지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Marmottan Museum이란 곳의 소장품인데, 이는 모네의 아들이 죽으면서 기증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모네의 인물화는 까미유의 임종을 그린 작품 말고는 본 기억이 없는데 모네가 그린 가족들의 초상화는 전시회에 출품하지 않고 집 안에 두고 감상했었기 때문이다. 친구인 르누아르가 그린 모네와 까미유의 초상, 모네가 그린 쟝과 미셸의 초상, 쟝이 까미유와 함께 있는 풍경은 본 적이 있었지만 미셸은 처음이다. 거기다 베이비 미셸부터 어린이 미셸까지 석 점의 초상화가 있어 모네의 부정을 느낄 수 있었다.
희귀한 작품이라 생각되는 것은 모네의 캐리커쳐. 부뎅을 만나기 전까지 캐리커쳐 화가였던 모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수련과 꽃으로 가득찬 1층을 지나 2층으로 가면 Japanese Bridge가 가득한데 이 시리즈만으로도 벽 하나를 넘게 채울 수 있다. 버드나무 시리즈도 있었는데 이 작품들은 거의 처음 보는듯하다.
모네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이 기증된 것이기에 부뎅과 들라크루아, 용킨트의 스케치도 전시되어 있었다. 모네가 들라크루아를 존경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 모네의 초창기 작품부터 노년기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1910년 이후 작품들이 꽤 많았는데 이 시기의 수련은 거의 추상에 가까웠다.
모네의 작품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다니, 그것도 일본을 사랑한 모네라는 컨셉으로 이런 작품들을 갖고 올 수 있다니, 심지어 인상주의의 시발점인 해돋이를 갖고 올 수 있다니 부럽다. 희귀한 작품들이 많아 도록을 사왔어도 좋았을텐데 그 순간에는 괜한 질투심(?) 때문에 사지 않았다. 돌아와서 신랑한테 작품 이야기 하면서 내가 왜 안샀을까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렇게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는 한심한 의사결정에 휘둘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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