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과 파보예르비.
티켓이 좀 비싸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조성진도 비싼 돈 내고 보러 가는데 김선욱을 두고 그런 고민을 한 것이 어쩐지 미안해서(?) 뒤늦게 예매했다. 결론적으로는 안 갔으면 어쩔뻔!!!
파보 예르비는 2011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백건우의 협연 때 처음 보았는데, 그 때는 외국 오케스트라를 거의 처음 접했던 때였고, 지휘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때였다. 그러나 그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각난다. 서울시향이 내가 아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는데 관악의 레벨 차이가 그렇게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고, 끊임없는 기립박수를 보냈었고, 단원 전체가 기립하여 인사하고 합창석을 향해서도 인사하는 모습에 또 감동받았던 그 날.
신랑과도 그 날을 이야기하며 들떠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우선, 김선욱의 슈만 피협. 목관과 금관이 거슬림이 없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김선욱과 오케스트라가 계속 사인을 맞추며, 마치 밀당하듯이 조화를 이루는데 정말 좋았다. 평소의 선욱이 연주 스타일과는 좀 달랐는데, 파보 예르비의 스타일인것일까, 선욱의 슈만에 대한 해석이 다른 곡들과 차이가 있는 것일까, 궁금함을 해결할 수 없고 정말 좋았다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내공이 아쉽다. 앵콜은 브람스의 곡을 연주해 주었는데 앵콜곡을 설명해주었으나 너무 멀어서 잘 들을 수가 없었다. 슈만과 브람스 사이의 이야기를 해준 것일까? 앵콜로 연주해주는 모든 곡을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헛된 꿈을 꿔본다.
이어서 슈만의 교향곡 4번은 워낙에 좋아하던 곡이기도 했는데 파보 예르비의 해석은 좀 색달랐다. 더 빠르고 경쾌하고 몰입감이 있다고 할까. 신랑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연주가 박자감도 맞지 않고 별로였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좋았다. 목관 수석들과 금관은 정말 거슬림 없이 훌륭했고, 현악의 보잉도 특색있었던 것 같은데 지휘자의 영향인건가, 그 곡은 그렇게 연주할 수 밖에 없는건가, 악기를 알면 좀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 참 아쉽다. 앵콜도 세 곡이나 해주었는데 아~ 정말 흥분되고 행복한 밤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파보 예르비 선생의 팬입니다! 내년에도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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