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월요일

172일 병원

영우가 일주일째 설사를 한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면 한 번, 가끔 두 번씩 누던 아이가 대여섯번씩 설사를 한다. 처음에는 좀 지리는 것이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묽어지더니 전날 저녁엔 거품이 있는 물똥을 싸길래 병원으로 갔다. 하필 광복절이라 다니던 병원은 휴진이라 홈플러스 지하의 병원을 방문.
일주일이나 되도록 병원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사가 뜨악해한다. 의사가 하는 질문에 나는 변명이라도 하듯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다. 설사를 한다고 하니 몇 번이나 하느냐는 질문에는 원래는 아침에 한 번인데 지금은 대여섯번이라고, 말하는 도중 그래서 몇 번 하느냐는 재촉 질문이 들어왔다. 녹변을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보는 변은 노란색으로 정상적이고 그 이후에 지리는 것들은 녹변이라고, 말하는 도중 또 재촉 질문이 들어왔다. 나처럼 말하는 엄마가 한둘이 아닐텐데 의사 참 귀찮겠다싶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남자들은 결과가 중요하고 여자들은 과정이 중요해서 과정을 열심히 설명하면 남자들은 변명으로 생각한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랬다. 영우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니까, 거기다 병원도 늦게 찾았다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의사 앞에서 더 변명이 하고 싶었나보다.
다행히 장염으로 인한 설사는 아닌것 같고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인한 설사인 것 같다고 지사제와 유산균을 처방받았다. 잘 먹고 빨리 나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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