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1일 일요일

183일 굴리기, 영유아검진

영우가 좋아하던 장난감 캡틴매직볼. 사이즈도 적당하고 잡기도 쉬워서 물고 빨고, 외출할때마다 필수 아이템이었다. 지금은 가지고 노는 방법이 바뀌었다. 툭 쳐서 도르르 굴리기. 다른 장난감들은 여전히 물고 빨고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캡틴매직볼은 굴리면서 논다. 신기방기.

6개월 꽉 채운 시점에 영유아검진을 하였다. 문진표를 작성해 가면 병원에서는 키,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준다. 키와 머리둘레가 엄청 궁금했는데 키 66.4cm에 14퍼센트, 머리둘레 44cm에 62퍼센트. OMG, 키는 작고 머리는 크다. 김기완을 보면서 태교를 했건만 역시 유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머리둘레는 그렇다 치더라도 키가 너무 작아서 심란하다. 평균보다 2cm 작은데 의사 선생님은 엄마아빠가 너무 작은거 아니면 잘 먹고 잘 자면 큰 문제 없다는데 영우는 잘 안 먹고 잘 안자니까ㅜㅜ 다른 아이들과 사진 찍어보면 키가 그렇게 작다거나 머리가 큰 거 같지 않은데 수치는 그렇지 않다고 하니 원. 잘 먹고 잘 자서 쑥쑥 크면 좋을텐데. 신랑도 중학교 때 컸다고 하니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문진표는 너무 허접해서 공식문서인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나 작성을 하다보면 소근육, 대근육, 시각, 청각 등의 발달은 양호한 편인걸 확인할 수 있다.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밟아 가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키, 몸무게, 머리둘레는 등수가 나오니 더 민감하다. 생애 첫 성적표로구나~

182일 여의도, 문화센터 일일체험

이번 주 대구에 내려가기로 해서 신랑이 영우와 시간을 보내려고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덕분에 여의도 회사 방문. 림이도 만나고 팀 사람들도 만나고. 영우는 본부장님을 보고 웃어주는 센스를 발휘하여 점수를 땄다. 3주 후에 출근인데 회사 사람들을 만나도 현실감이 없다. 곧 그들과 다시 일하게 된다니.
오후에는 문화센터 방문. 텀블키즈-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빨간색 소품들을 갖고 진행된다. 장미꽃 조화를 하나씩 나눠주어 아이와 사랑해 블라블라 하면서 놀고 빨간 꽃잎 무더기 속에서 꽃잎을 뿌리며 놀게 한다. 노란색 고깔을 하나씩 나누어주어 거기에 꽃잎을 담기도 하고 다시 쏟기도 한다. 빨간색 스카프를 나누어주며 촉감놀이, 까꿍놀이 등등을 한다.
문화센터는 아직 영우에게 무리한 일정이었다. 영우 잡고 있느라 내 손목이 다시 덜그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 목요일에 예정된 문화센터 일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수요일의 베이비톡 수업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그저 내 욕심일뿐. 영우가 좀 더 학습능력이 발달했을 때 하는걸로~ 지금까지 문화센터 일일체험 수업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홈플러스의 베이비마사지와 교구가 훌륭했던 베이비톡이다. 참고해야지.

181일 청소하기, 큰댁 방문

요즘은 조금씩 기기 시작해서 무언가에 꽂히면 접근할 수가 있다. 이 날은 물티슈. 물티슈를 향해 돌진하길래 또 먹으려는줄 알고 뺏을까말까 잠깐 고민했는데 어쩐 일로 입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이어서 쓱싹쓱싹 바닥을 닦는 것이 아닌가? 엄마가 매일 걸레질하는걸 봐서 흉내내는건지, 아니겠지만 동작이나 표정이 정말 뭘 알고 하는 것처럼 진지하다. 쓱싹쓱싹 한참동안 바닥을 닦는 것이 너무나 웃겨서 동영상으로 남겨놓았다. 영우 빨리 커서 엄마 청소하는 것 좀 도와라.

오후에는 큰댁에 갔다. 영우가 추석 때는 대구에 있을거라 큰어머니, 큰아버지께 보여드리려고 갔는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큰어머니는 아이를 보니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며, 이렇게 웃을 일이 있다며, 내내 즐거워하셨다. 영우는 존재만으로 행복을 주는 아이였고 모두가 사랑해주셔서 또한 감사했다. 한동안 못 뵐테지만 우리 영우가 어른들의 사랑 잊지않고 잘 자라주면 좋겠다.

180일 판교 나들이

영우 내려가기 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간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신랑 친구네 급방문. 유명한 계절밥상에도 가보고 유용한 정보도 많이 얻고.
점퍼루. 지난 번에 왔을 땐 쏘서를 타보고 샀었는데 이번엔 점퍼루. 다른 곳에서 점퍼루 태워보니 발이 턱없이 닿지 않아 아직 태울 때가 아닌가보다 싶었는데 피셔프라이스의 개구리 점퍼루는 다른 제품보다 낮아서 지금도 태울 수 있을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에너지 방전시켜야 하니 점퍼루가 필수라고.
초유밀. 지난 주 감기 앓았다고 하니 신랑 친구가 하이웰의 초유밀을 사서 보내주었다. 그 집 아이는 초유밀 먹으면서 감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별게 다 있구나. 두 통이나 보내주어서 꽤나 오래 먹을 것 같은데 우리 영우 이제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자.
디자인스킨. 대구 거실에 깔 매트를 알집 칼라매트로 보내주려고 생각중이었는데 디자인스킨 매트를 추천한다. 알집은 밟으면 소리가 나는데 디자인스킨은 소리가 나지 않고 탄성이 더 좋다고. 지금 집에 깔려 있는 매트도 밟으면 소리가 나서 거슬렸는데 소리 안나는 매트가 있다니! 검색해 보니 매트 말고 다른 제품들도 많은데 엄청 갖고 싶지만 가격이 후덜덜. 지금 대구 거실에 깔려 있는데 정말 소리가 안난다. 굿~

179일 문화센터 일일체험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오감체험과 베이비톡, 두 강좌를 연이어 듣기로 한 날이다. 겁도 없지 정말, 6개월짜리 애를 데리고 이런 빡센 일정이라니. 등록하면서도 전혀 빡센 일정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나같은 엄마 몇 더 있더라는.
오감체험은 색습자지를 갖고 노는 시간. 습자지 속에 들어가서 까꿍놀이도 하고, 길게 찢어서 줄다리기도 하고 머리띠나 허리띠를 만들어 아이에게 둘러주기도 하고, 잘게 찢어서 비닐봉투에 넣어서 날개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오감체험, 오감발달 등의 수업은 항상 비슷한 것 같다.
베이비톡은 지금까지의 수업 중 교구가 가장 훌륭했다. 주제는 달팽이였는데 처음엔 달팽이 헝겊인형을 갖고 와서 아이들에게 소개를 한다. 당근, 잎사귀 모형도 갖고 와서 달팽이가 먹으면 먹은 야채 색깔의 똥을 누는걸 인형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플라스틱 달팽이 인형을 개인별로 나눠주는데 퀄리티가 좋다. 자동으로 움직이고 달팽이 집은 분리해서 가지고 놀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또 부직포로 만든 달팽이 머리띠를 개인별로 나눠주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어 다양한 교구에 감동을 받았는데 압권은 실물 달팽이! 주머만한 식용 달팽이 여러 마리를 갖고 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영우는 너무 어려서 별 관심 없었지만 12개월 정도 되면 유익한 수업일 것 같다.
두 강좌를 연이어 듣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수업이 다 6개월 이상인지라 영우가 가장 어렸고, 잘 못 앉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영우 넘어지지 않게 잡고 있으랴, 시키는거 따라하랴, 뭐든 먹으려는 거 말리랴, 나도 힘들고 영우도 짜증나고. 이런 무모한 짓은 다시 하지 말아야지, 벌써 극성 엄마가 된 꼴이라니. 

2014년 8월 30일 토요일

177일 문화센터 일일체험

이번엔 홈플러스 베이비 마사지.
베이비 마사지는 아이에게 뭔가 해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언제나 만족도가 높다. 역시나 돌아서니 기억나는건 많이 없지만 서혜부 부분을 자주 문질문질 해주라는 것과 쭉쭉일을 해줄 때 다리를 크로스로 해주라는 것, 무릎 뒤와 발목에 성장점이 있으니 자주 문질러 주라는 것, 발바닥 전체를 꾹꾹 눌러주면 좋다는 것과 엄마도 뒤꿈치쪽의 발바닥이 자궁과 연결되어 있으니 셀프마사지라도 해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유익했다.
영우는 이제 누워 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눕히면 뒤집고 바로 눕히면 또 뒤집어서 마사지 해주기가 너무 쉽지 않다. 엄마 체력 소진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영우. 생각날때마다 마사지 해주려고 하는데 집에서도 마사지 해주기는 쉽지가 않다.
문화센터 끝나고 사촌동서를 만났다. 그녀는 5살, 3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결혼한지 꽤 지났지만 그리 친하게 지내진 않았었다. 지금은 아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대화가 끊이지 않으니 밖에서 만나기가 어색하지 않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 잘 모르는 이들에 대한 경계도 순간 풀어지게 되고 끊임없는 관심을 받게 되며 모두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8월 26일 화요일

176일 또 병원

설사 때문에 병원에 간 그날부터 기침을 시작했다. 설마 감기는 아니겠지, 요즘 침이 많이 나오는데 삼키면서 기침하는거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밤부터 기침이 심해지더니 아침에는 콧물까지 난다. 갑자기 너무 심해져서 오후에 신랑 친구들이 방문하기로 한 일정 모두 취소.
기침, 가래, 콧물에 설사까지. 너무 안쓰럽다. 6개월이 지나면 엄마한테 받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한번씩 아프다고 하더니 6개월 되어가니 바로 아프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설사도 감기도 다 나았다. 아프지 말자, 영우야.

2014년 8월 22일 금요일

감기

영우가 감기에 걸렸다. 우리 부부도 감기에 걸렸다.
정말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으니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밖에. 힘들어 죽겠는데 감기까지 걸리니 정말 죽을 맛이다. 아직 수유중이라 나는 타이레놀밖에 먹을 수가 없다. 신랑이라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는데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진다.
푹 쉬어야 나을 수 있을텐데 쉴 수가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하다가 배 중탕을 해야지 싶어 배를 사왔다. 이렇게 8개월만에, 얼린거 해동하는게 아닌, 내가 처음 조리한 음식이 배 중탕이 되었다.
내 몸 나아야 되는것도 급한데 신랑 생각부터 먼저 하니, 중탕하다보니 나도 먹어도 되겠구나 싶긴 했는데 시작할 땐 정말 신랑만을 위해 준비했다. 아침에도 최대한 늦게 깨우고 싶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면 육아할 때 시간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사랑을 고백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 나는 정말 신랑을 사랑하나보다.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175일 문화센터 일일체험

기다리고 기다리던 베이비마사지!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는 있지만 책에서 본대로 대충 하는거라 마사지 수업을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동.
2개월~6개월이 대상이라 아이 낳고 집에만 있었던 3개월 언저리의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6개월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제대로 마사지 수업을 받으려면 5~6개월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너무 어릴때는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하니 서로 힘들기만 하다고. 물론 6개월이 되니 자기 의지가 생기고 자꾸 뒤집으려 해서 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받았던 다른 수업에 비해서는 잘 따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아이를 안고 눕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많은 동작들을 했는데 문제는 기억이 안난다는 것. 엄마가 베이비마사지는 열심히 배워와서 엄마한테도 잘 알려달라고 했는데 ㅜㅜ

문화센터 가기 전에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리원 동기를 잠깐 만났다. 그녀는 우리회사 근처에 있는 화장품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전에 만났을 때 자기가 개발한 색이라며 립스틱을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전공이 서양화라고 한다. 미술 전공자라니 사회에서 만난 사이이면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온통 아이 이야기뿐이고 그 이야기들이 참 재미가 없다. 여러 측면에서 아쉽다.

174일 엄마엄마

영우의 엄마 발음이 제법 그럴듯해졌다. 아침에 신랑이 진짜 엄마를 알고 엄마를 찾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그냥 엄마라는 발음이 가능해진 것이겠지 무슨 엄마를 찾는거겠냐고 했다. 다른 엄마들 같으면 엄마 비슷한 소리만 내도 엄마 했다고 난리일텐데 엄마라고 말해도 그저 그렇게 발음한 것일 뿐이라고 시큰둥하다니 나란 사람은 참.
신랑 말에 의하면 주로 내가 있는 주방 쪽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말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제 정말 나란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알고 엄마라고 부르는걸까? 자다가 깨서도 엄마라고 하는거 보면 아닌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일이다.

2014년 8월 18일 월요일

172일 병원

영우가 일주일째 설사를 한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면 한 번, 가끔 두 번씩 누던 아이가 대여섯번씩 설사를 한다. 처음에는 좀 지리는 것이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묽어지더니 전날 저녁엔 거품이 있는 물똥을 싸길래 병원으로 갔다. 하필 광복절이라 다니던 병원은 휴진이라 홈플러스 지하의 병원을 방문.
일주일이나 되도록 병원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사가 뜨악해한다. 의사가 하는 질문에 나는 변명이라도 하듯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다. 설사를 한다고 하니 몇 번이나 하느냐는 질문에는 원래는 아침에 한 번인데 지금은 대여섯번이라고, 말하는 도중 그래서 몇 번 하느냐는 재촉 질문이 들어왔다. 녹변을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보는 변은 노란색으로 정상적이고 그 이후에 지리는 것들은 녹변이라고, 말하는 도중 또 재촉 질문이 들어왔다. 나처럼 말하는 엄마가 한둘이 아닐텐데 의사 참 귀찮겠다싶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남자들은 결과가 중요하고 여자들은 과정이 중요해서 과정을 열심히 설명하면 남자들은 변명으로 생각한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랬다. 영우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니까, 거기다 병원도 늦게 찾았다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의사 앞에서 더 변명이 하고 싶었나보다.
다행히 장염으로 인한 설사는 아닌것 같고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인한 설사인 것 같다고 지사제와 유산균을 처방받았다. 잘 먹고 빨리 나았으면.

171일 문화센터 일일체험

문화센터 체험 두 번째 시간, 도레미팡팡의 신나는 음률놀이
비오는 날 성수 이마트까지 버스타고 갔더니 초행길이라 더 힘들었다. 고기잡이 놀이를 장조, 단조, 장조로 녹음한 것을 들려주며 약간의 율동을 가미한다. 플라잉 디스크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까꿍놀이도 해주고 태워서 돌아다닌다. 머리크기만한 공을 방안에 뿌려놓고 차기도 하고 바구니에 넣기도 한다. 역시 아직은 잘 노는게 무리이지만 무릎에 앉혀서 노래불러주는 것 정도는 좋아했다.
음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흔드는 악기, 두드리는 악기, 음계가 나오는 악기를 다 준비해주어야 한단다. 준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놀아줄 수 있어야 할텐데.

168일 문화센터 일일체험

문화센터는 백화점에나 있는줄 알았더니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도 문화센터를 운영한다. 일종의 사회환원 사업이라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비용도 꽤나 괜찮다. 영유아 뿐만 아니라 성인을 위한 수업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가을학기는 9월부터 시작인데 3개월이나 하는 수업은 어차피 할 수가 없어서 8월에 맛보기 체험할 수 있는 원데이 특강들을 신청하였다.
그 첫 수업은 텀블키즈에서 하는 신바람놀이-종이나라. 쭉쭉 늘어나거나 오돌토돌한 여러 소재의 종이들을 아이가 만져보게 하고 피부에 문질러주어 오감을 자극시킨다. 셀로판지를 이마에 붙여 색색별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신문지를 쭉쭉 찢어 찢는 느낌을 경험하게 하고 가지고 놀게 한다.
6개월부터 수강 가능한 수업을 신청했더니 영우는 아직 제대로 앉을 수가 없어서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고 종이들을 자꾸 입으로 가져가려 해서 제대로 놀 수가 없었다. 좀 더 크면 찢어놓은 신문지는 스스로 비닐봉지에 넣어 정리하게 하고 그 뭉치를 테이프로 붙여서 공으로 만들어 놀아도 좋다고 하는데 아직은 이 수업이 무리구나.  

167일 이유식 시작

이유식은 분유 먹는 아이는 4개월부터 모유 먹는 아이는 6개월부터 시작한다. 영우는 완모는 아니지만 분유는 하루 한두번밖에 안 먹어서 6개월 무렵부터 시작하려고 생각중이었는데 6개월부터는 쇠고기미음을 줘야한다고 해서 그 전에 이유식 적응도 필요하겠구나 싶어 마음만 급해졌다. 막상 시작하려니 일이 또 하나 늘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다 어른들 먹는 음식에 관심갖는 영우를 보니 이제는 더 미룰 수 없겠다 싶어 시작하였다.
분유나 모유 먹일 때 고생을 많이 한 터라 이유식 잘 안 먹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또 앞선다. 그런데 의외로 잘 받아먹는다! 아직 잘 먹을 줄 몰라서 흘리는게 반이지만 안 먹으려고 밀어내는 아이들도 있다는데 그런거 없이 꿀떡꿀떡 잘 먹는다. 이제 지 손 좀 잘 놀리게 됐다고 이유식기와 숟가락을 손으로 잡으려고 버둥거리는 것과 범보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신랑이 영우 잡아주고 도와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첫 이유식을 마쳤다. 잘 먹어보자.

2014년 8월 11일 월요일

162일 베스트 컨디션

밤에 한 시간마다 깨는 영우 때문에 여전히 이런저런 실험중. 잠자리를 포근하게 해주라고 하는데 아기용 이불은 포근하긴 하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제외. 낮잠을 덜 재우거나 더 재우는건 유의미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제외.
혹시나 신랑이랑 내가 잘 때 교대하는 것 때문에, 어릴때부터 할머니, 아빠, 엄마가 교대로 케어해주는 것이 오히려 본인은 불안해서 깨는게 아닌가 싶어서 일요일 밤에는 교대 없이 같이 자보았다. 그랬더니 네 시간 정도 안 깨고 자는 것이 아닌가. 결국은 엄마 찾는거라는 신랑의 결론으로 이제 교대 없이 나는 계속 같이 누워잔다.
이 날은 5시간 반을 안 깨고 잤다. 생애 최장시간 기록이다! 그리고 아침까지도 잘 자고 일어나더니 어찌나 컨디션이 좋던지. 낮에 출산을 3개월 앞둔 임산부 집에 방문했는데 얼마나 생글생글 웃어주고 투정도 안부리는지. 임산부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준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될 지경이다.
아이의 컨디션은 결국 잘 자고 잘 먹는 것인데, 우리 영우도 이제 잘 자고 잘 먹었으면 좋겠다.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복숭아 추억

그간 집에서 과일을 잘 안 먹었다. 둘 뿐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벌레 생기는게 싫어서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요즘은 집에 있으니 과일 한두개씩은 계속 사다놓는 편인데 사촌언니가 농사지은 복숭아가 우리집까지 왔다. 복숭아를 깎고 있으니 작년 생각이 난다. 작년 속초 여행 갔을때 복숭아 많이 사다 먹었었는데. 아마 영우와 함께 한 첫 여행이지 않았을까. 그때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육아에 대해 참 자만했었지.

161일 세 아이

지난 주가 휴가 피크철이라 휴가를 다녀온 아파트 친구들. 그래서 열흘만에 세 아이가 모였다.
못본 사이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두 아이는 이가 났다. 영우는 기려고 폼을 잡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은 영우가 제일 많이 큰 거 같다며, 기려고 꼬물꼬물거리는걸 신기하게 본다.
고작 열흘만에 이렇게 쑥쑥 크는게 눈으로 확인되는 것을 보니 영우가 대구 내려가면 매주 내려가기가 마음처럼 쉽지는 않을텐데 커가는걸 놓치는게 많겠구나 싶다.

157일 고함

영우가 밤에 한시간마다 깨는 것때문에 우리 부부는 고민이 많다. 이런저런 실험을 계속 해보는 중인데 낮에 얼마나 먹는 것인지 궁금하여 이 날은 종일 분유를 먹여보았다. 그랬더니 맙소사, 80ml씩 먹는 것이 아닌가! 젖 먹을 때에도 정말 짧게 먹는다 했는데, 그래도 먹을만큼 먹으니 몸무게가 늘고 있겠지 했는데 5개월도 넘은 아이가 80ml라니ㅜㅜ
적게 먹는건 늘 적게 먹었을텐데 수치로 확인을 해서 내 기분 탓인지 영우는 온종일 짜증이다.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나도 같이 고함을 질렀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엄마 기분을 눈치챘는지 살짝 조용해진다.
신랑친구 와이프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을때 엄청 자책했다고 한다. 애가 뭘 안다고 어른인 내가 참아야 하는데, 나는 어른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가, 왜 그랬을까. 그런데 나는 자책은 커녕 뭐야, 눈치 살피고 있는거야? 요 영악한 녀석! 이란 생각이 먼저 드니..냉정한 엄마인가보다.

153일 까꿍놀이

집에 까꿍놀이 헝겊책과 보드책이 있지만 영우는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랑친구 집에 갔을때 그 와이프가 까꿍을 해줄때는 꺄르르 했었는데 우리가 하는건 별로 재미가 없나보다. 시큰둥한 영우.
신랑이 힙시트에 앉혀서 화장실 문 앞에 서서 불을 켰다 껐다 반복하며 까꿍을 해주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불을 켜면서 까꿍하면 자기 모습이 나타나니 꺄르르한다. 불을 켜기 전에 하나, 둘, 셋 까꿍을 하는데 이 녀석이 뭔가 눈치를 챘는지 하나, 둘까지만 하면 신랑이 손을 대고 있는 스위치 쪽을 쳐다본다. 음 뭐지, 우리 영우 천잰가봐 병이 다시 도지는 순간이었다.
시시때때 까꿍을 해주고는 있는데 여전히 시큰둥한 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