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나의 하루

집에서 아이 보고 있는 나의 하루야 뻔하지만 어차피 다큐멘터리이니 기록해둔다.
신랑이 퇴근하고 돌아오면서부터. 늦어도 7시 전에는 집에 오는 신랑 덕분에 겨우겨우 밀린 일을 할 수가 있다.
영우 보면서 교대로 저녁 먹고 뒷정리하고, 목욕 시키고 빨래하고, 밤에 사용할 뜨거운 물 끓이고 젖병 소독하고, 유축까지 하고 나면 아무리 빨라도 9시 반이 넘는다. 빨리 정리하고 일찍 자고 싶지만 모든 일이 시간이 들어가고 빼도 되는 일이 없다보니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자러 들어가는데 영우가 잠자고 있을땐 가끔 신랑이 마사지도 해준다. 온종일 안고 있으려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어서 자기 전에 국민체조와 요가를 섞은 짧은 스트레칭을 하는데, 국민체조 음악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체조하는 나를 보며 매일밤 박정희 시대의 세뇌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고 있다. 근데 쓰고보니 박정희 맞나싶네, 전두환인가?
새벽 2시쯤 되면 신랑과 교대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하다보니 신랑도 가능한 자기가 오래 버티려고 해주는데 출근을 해야하니 미안할 따름. 이때부터 8시까지 자는 영우 보초서기를 하고 8시에 다시 교대. 밤에 나온 젖병 소독하고, 이 때 빨래를 하는 날도 있고, 밥 먹고 물 끓이고, 화장실 가고 씻고 역시 시간이 빠듯하다. 내 손으로 반찬 안한지가 5개월이 다되간다. 병원 있을때, 조리원 있을때, 엄마 계실때를 빼면 두 달 정도 되려나? 엄마가 해놓으시고 얼려놓은 반찬, 국들 해동해서 먹기만 하는데도 밥먹는게 제일 큰 일이다. 도대체 둘째까지 있고 이유식까지 해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해내는건지 나는 상상도 안된다. 내 밥 챙겨먹고 물 끓여 먹는걸로도 이리 바쁜데. 심지어 나의 일상에는 청소가 없는데! 사실 주3회 홈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아무리 영우가 있어도 주3회는 과하다싶어 이번 주부터 주1회로 바꾸었다. 이제 틈틈이 청소도 해야겠지.
신랑이 출근하고 나서부터는 영우 먹이고, 놀고, 재우기의 반복. 예전엔 어떻게 놀아줘야하나, 오늘도 어제 그 짓을 또 해야하는구나 싶어 우울했는데 요즘은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옹알이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책 읽어주고 만져보라고 시키고 했던 건 너무 욕심이 과했던듯. 나의 옹알이 피드백만으로도 영우는 충분히 즐거워한다. 5시가 넘으면서부터는 신랑 퇴근시간만 기다리며 산다. 가끔 외출할 때도 있긴 하지만 집에만 있는 나를 밖에 내보내려면 짧은 시간의 공이 들어가는데 그거 하기도 귀찮고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렇게 푹 퍼진 아줌마가 되어가는거지 ㅜㅜ 신랑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해서 육아에 동참해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당연히 부부가 함께, 그리고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은 그게 어려우니 각자 해결해야 하는데, 신랑 덕분에 겨우겨우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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