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잔인한 4월.

마냥 아름답고 찬란하기만한 4월에 일어난 참혹한 사고.
할 말이 너무 많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도 한 그 사고.
사고 자체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슬픈데 이후에 벌어진 정부와 정치인과 언론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낸다.
내가, 그리고 내 자식이 이 땅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하는 이 현실이 부끄럽지만, 나 역시 이런 현실을 만들어낸 한 사람이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마음이 더 무겁다.
노대통령이 서거하던 그때, 남겨진 사람의 책무는 유지를 받들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남들을 돌아보며 살자 다짐했다. 그러나 나는 이후로 변한 것이 없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고 기사를 보며 눈물 흘리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래서는 앞으로도 변할 것이 없다.
어떻게 해야 다음 세대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나는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문득문득 멍해진다.

대한민국 전체가 우울하다. 한없이 슬프지만 모두 스스로를 잘 추스리길.
아직도 차디 찬 물 속에 계신 분들,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그리고 영면하시길.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남아있는 우리들은 잊지않길.

2014년 4월 27일 일요일

61일.

영우와 3일 차이나는 신랑 친구네는 주말에 글쎄 유모차를 끌고 노을공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뭐 그집이랑 경쟁하자는건 아니지만 어쩐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있는 나는 좀 억울하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벌벌 떨면서 키우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 친구네 얘기를 듣고보니 기분이 좀 더 별로랄까. 아무튼 60일 기념으로 외출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유모차에 태워서 햇빛 받으며 걸으니 감개무량하고 기분전환도 된다. 집 근처에 성동구청이 있는데 앞마당이 넓고 화단, 연못, 정자, 그네까지 있어 아이들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다. 잠시 볕을 쬐고 구청 지하에 있는 장난감 도서관에 가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장난감들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영우가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만한 때가 되면 가보아야지.
돌아오는 길에는 집 앞 할리스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과 케잌 한 조각. 금세 일어나긴 했지만 이런 여유가 허락된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는 가족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 날씨 좋을 때는 자주 나와봐야지.

60일.

예방접종일. 처음으로 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를 벗고 카시트에 태웠는데 전에는 겉싸개 때문에 제대로  얹혀진건지, 불편하지는 않은지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안전벨트까지 채우고 제법 앉힐만하다. 키가 쑥 큰 것이 느껴진다. 체중도 6.1kg으로 토실토실.
맞은 주사가 지난번보다 보채거나 열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서 안 울리려고 온종일 안아주었더니 어깨와 등이 너무 아프다. 나쁜 습관 들이고 있는 것일까봐 걱정은 되는데 우는걸 보고있기도 힘들다. 이런 임기응변식 육아를 어쩌면 좋을까.
저녁엔 불금을 기념하며 오랜만에 치킨을 시켜 먹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다. 임신 기간 중에도 그렇고 특별히 먹고싶은 것이 없었는데 종로의 갈치회, 고등어회는 자주 생각난다. 그리고 와인. 와인 한 잔 하고싶구나.

59일.

작은 에피소드 하나.
영우 목욕을 마치고 빨리 정리하고 쉬어야겠다는 마음에 후다닥 정리하고 빨래까지 완료.
빨래를 꺼내 털었더니 뭔가가 떨어진다? 뭐지? 다음 빨래도, 그 다음 빨래도 계속 뭔가가 떨어진다? 음?
맙소사. 기저귀를 함께 빤 것이다. 기저귀 소변 흡수 겔이 터져나와 기저귀 파편과 함께 모든 빨래에 엉겨붙어 있다. 빨래를 다 꺼내보니 세탁기 바닥에도 겔이 가득하다. 이를 어찌해야하나.
어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나 싶었지만 어째야 할지 검색해보니 나같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엄마들 정신없긴 한가보다. 탈탈 털어 몇번씩 헹굼하는 사람도 있고, 진공청소기로 제거하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해결은 될 것 같다. 제조사 레퍼런스는
1. 건조시켜 딱딱해지면 다시 세탁. 그러면 딱딱해진 알갱이는 거름망에 걸러진다.
2. 소금을 넣고 세탁하면 겔이 녹는다. 녹인 후 헹굼.
2번으로 해결했다. 별걸 다 해보네.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달밤에 쇼했네.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57일.

지난 주말, 바운서를 통해 경험한 신세계를 확장시킬 수 없을까하고, 타이니러브 모빌과 아기체육관을 꺼냈다. 타이니러브 모빌은 엄마들이 밥 먹고 화장실 갈 틈을 주는 육아 필수품이라고 하는데, 아직 흑백이 더 익숙한건지 타이니러브 모빌은 너무 화려해 정신없는지,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기체육관도 전 날 눕혀놓아 봤더니 불이 번쩍거리고 소리나는게 무서운지, 평소에는 팔을 그리도 휘두르는데 아기체육관 아래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바짝 얼어있는 것이다.
낮에 깨서 잘 놀길래 아기체육관을 또 한번 트라이. 이번에는 잘 논다! 장난감을 툭 치면 음악 소리가 나는데 이것도 인지했는지 음악이 끝나면 툭 친다. 내가 막 신나해줬더니 씩 웃기까지 해준다. 저녁에 신랑한테 보여주는데 역시 잘 논다. 별것도 아닌 행동에 온가족이 아기체육관을 둘러싸고 모여앉아 즐거워하는 57일의 저녁 풍경.

55일.

두 번째 50일 촬영.
집에서 가까워서 아기띠를 메고 갔다. 이렇게 장시간 외부에 노출된건 처음인데 햇빛과 바람이 생각보다 강해서 다음엔 좀 더 꽁꽁 싸매고 나와야겠다싶다.
일주일만에 영우는 목을 더 잘 가누게 되어서 순간 포착이 아니라 촬영내내 목을 번쩍번쩍 들고 있었다. 이럴때 보면 정말 금세 크겠구나 싶어진다. 스튜디오에 다른 50일 아이도 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마른 편이라 신랑은 영우가 영아비만되면 어쩌나 걱정을 늘어놓았으나 나는 살 통통한게 훨씬 보기 좋더라.
이번에 촬영한 곳은 성장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본을 20만원이나 주고 사야해서 어디서 찍으나 마찬가지다 싶어 이곳에서 성장까지 하기로 했다. 예전같으면 분개했을텐데 원본이 갖고 싶으니 찍소리도 못하고 내가 을이 되는군.
100일 사진 찍을 때면 또 얼마나 많이 자라 있을까, 빨리 컸으면 좋겠다.


53일.

우리 부부와 영우 셋이서 하는 첫목욕.
이건 뭐 때는 벗겨진건지, 제대로 씻은건지, 왜 이렇게 힘든지. 접힌 살 사이사이의 이물질들, 특히 손가락 사이사이의 섬유찌꺼기들을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힘들다. 가장 무서운 옷갈아입히기 미션은 생각보다 훌륭히 수행하였다. 영우가 추워할 것을 대비하여 신랑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대는 엽기(?)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시작하기 전엔 뭐라고 했는데 덕분에 울리지 않고 옷까지 갈아입혔다. 영우가 목욕을 좋아해서 천만다행이다. 엄마아빠도 좀 더 능숙해지겠지.
바운서를 다시 꺼내보았다. 지난 주쯤이었나, 처음 태워보았을땐 뭐 이런게 다있나 싶은 표정을 지으며 영 시큰둥했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물건이 다있나! 아직 목부분이 걱정되어 엘러펀트 이어라고 불리는 목베개를 끼우고 안전벨트까지 채워서 앉혔더니 엄청 칭얼대다가도 바운스할때마다 잠잠해진다. 덕분에 우리는 함께 밥을 먹을 시도도 해볼 수 있었다. 칭얼대는거 달래려면 안고 집 안을 몇바퀴나 돌아야하는데, 손가락 하나로 달랠 수 있다니. 목을 잘 가누게 되면 적극 사용해야지.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영우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상상이 된다. 트림 시킬때 세워서 안는데 의외로 그 자세가 편하다. 세워서 안고 있으면 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엄청 두리번댄다. 요즘엔 다리까지 힘이 들어가서 버둥대는데 이러다가 뒤집기도 전에 서는거 아냐 싶을 정도로 힘이 좋다. 신랑이 영우를 세워서 안고 소파에 기대있는데 영우가 신랑 가슴에 두 팔을 짚고 번쩍 들더라는 것이다. 마치 팔굽혀펴기 준비자세처럼. 못봐서 아쉽지만 곧 시시때때 볼 수 있는 모습일테지.
사람들은 못 움직일때가 좋다고들 하지만 빨리 영우가 움직이면 좋겠다.

52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토요일에 내려가실 예정이었지만 이 날 이른 아침, 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내려가게 되었다. 내려가기 직전까지 엄마는 내가 먹을 국거리와 반찬을 준비하셨고, 빨리 준비하고 내려가시라고 독촉했어야 했지만 한두시간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엄마 말씀에, 엄마가 없으면 국은 정말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다. 결국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도착하기 한두시간 전에 돌아가셨고 엄마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헤아려보기도 힘들다.
외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영우는 처음으로 배냇저고리를 벗었다. 바디수트를 입혀보았더니 좀 더 큰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옷 입히기가 너무 힘들다. 머리부터 옷을 끼우는게 아직은 너무 무섭다.
엄마가 내려가시고 영우를 들었다놨다 할 일이 많아질 것이 걱정되어 아기띠를 해보았다. 아기띠는 목을 가누어야 사용 가능하여 슬링을 살까 하다가 친구에게서 받은 작은 아기띠를 보니 6kg부터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갓 6kg을 넘긴 덕분에 다음 50일 촬영때 착용해보기로. 아무래도 목을 완전히 가누는 것이 아니고 불편할테니 썩 좋아하지는 않는것 같다. 영우가 목만 잘 가누면 유모차 끌고 아기띠 메고 어디든 가보리라!

덧. 엄마의 부재로 블로그 업데이트가 매우 늦어질듯하다. 어차피 아쉬워할 방문객도 많지는 않지만. 글 쓸때는 아이패드로 하고 있는데 키보드 연결하고,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육아일기는 다큐멘터리가 되어가고 있다. 매일 핸드폰만 끼고산다.
덧. 엄마 내려가신지 반나절만에 무릎이 아프다. 엄마는 원래 무릎도 안좋았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꼬. ㅜㅜ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51일.

베이비센터에서 보내온 이번 주 아기 발달사항에 딸랑이나 엄마 손을 잡을 수 있다길래 손싸개를 벗겨보았다. 그리고 딸랑이를 손에 쥐어주었다. 아직 자발적으로 잡을 순 없지만 몇 십초간 잡고 있는다. 어서 촉감책도 만져보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유를 먹일 때 두 손을 뻗어 우유병을 잡는듯한 포즈를 취할 때가 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아직은 반사적인 행동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느 날 나를 붙잡거나 안아주면 정말 감동적이고 기쁠 것 같다.
가습기를 틀어놓아도 집안의 습도가 낮을 때가 많아 어느 날에는 밤새 코가 꽉 막히곤 한다. 또 코가 막혀서 아침까지 기다렸다 신랑한테 코 좀 뚫어달라고 했으나 코딱지가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실패. 오전에 계속 답답해 하길래 딱 한번만 해보자 다짐하고 세 번만에 핀셋으로 코딱지 꺼내는데 성공. 그렇게 큰 놈이 자리잡고 있으니 숨쉬기 힘들지. ㅜㅜ. 이렇게 또 해결사 엄마에 한발자국 가까워졌다.
예전엔 배가 고플때만 자지러지게 울곤했다.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기분에 따라 자지러지게 우는데 주로 기저귀 갈때, 옷 갈아입힐때, 잠투정할때이다. 더 어릴 때에는 기저귀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잠이 오면 그냥 자면 될텐데 도대체 왜그런지 모르겠다. 자지러지게 울다 목이 쉬거나 울다 지치는걸 보면 안쓰러워 죽겠다. 그냥 적당히 아기처럼 울어도 의사는 충분히 전달될텐데.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50일.

영우 50일 맞이. 엄마가 있어서 50일은 쉽게 보냈는데 앞으로 50일은 어떻게 보내게 될지~
키나 몸무게는 평균 정도인 것 같다. 시력이나 목가눔, 교감과 관련한 발달 속도도 평균 정도인 것 같다.
수유텀은 모유 먹고는 1시간, 분유 먹고는 2시간. 모유 먹을 때는 아직 빠는 힘이 약하고 옥시토신을 이기지 못해 10분 이상 먹기 힘들어한다. 그나마 50일이 가까워지면서는 5~10분보다는 10~15분인 적이 더 많고 20분 이상 먹는 때도 있다. 더 커야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많이 먹어야 잘 잘 수 있을텐데 양이 충분치 못해 잠도 충분히 못자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양을 늘리자니 자꾸 토해서 소화계가 약한가싶어 조금씩 자주 먹게 두고 있다.
대소변은 잘 보는 편이다. 대변 보는걸 보면 소화계에 문제가 있는거 같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예전엔 하루에 두세번씩 싸다가 최근엔 한두번씩 많이 싸는 중. 똥 쌀 때 너무 용을 써서 얼굴이 엄청 빨개지는데 보고있기 참 안됐다. 최근엔 방구가 잦은데 소리도 크고 냄새도 어른이 뀌는 것 같아 똥 쌌나 기저귀를 살펴봐야할 지경이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잠. 낮이나 밤이나 2시간 이상 푹 자는 일이 없다. 낮에는 눕히면 깨고 눕히면 깨서 계속 안아줘야 하고 밤에는 자다가 놀래서 울거나 큰 소리를 내며 깰 때가 많다. 그리고 토할까봐 더 자주 안아주게 된다. 내가 힘들지만 않다면 계속 안아줘서 푹 재우고 싶은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 서로 힘들다.
조리원 동기들이 카톡에서 아이가 7시간씩 잔다고 하면 매우 부럽고, 어느 커뮤니티에서 아이 수유텀 자랑해 놓은거 보면 부럽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 다 해결해준다고 하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100일을 기대하며 달려봐야지.

2014년 4월 14일 월요일

48일.

50일 촬영을 위한 영우의 첫외출.
어떻게 입혀서 나가야 할지 몰라 집에서 입던대로 배냇저고리에 속싸개, 겉싸개까지 하고 갔다. 아직 마땅히 입힐만한 옷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입히고 가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또 촬영이 있는데 그땐 적당한 옷 골라볼까.
다른 사람들 50일 사진 보면 목을 가누는 것처럼 보이는데 영우는 아직 목을 못가누어 걱정했으나 실상은 사진 작가의 순간포착이었다. 덕분에 영우도 제대로 나온 사진 몇 컷은 얻을 수 있었다. 촬영 소품 중에 바구니가 있는데 영우가 들어가니 작가분이 키가 커서 컷 안에 다 안들어간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에 5.6kg이어서 잘 크고 있구나 했는데 벗겨놓으니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는 것이 확인되어 더욱 뿌듯하다.
예전엔 100일부터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병원이나 조리원과 연계하여 50일 사진은 무료로 촬영해준다. 예약된 한 시간 중 실제 사진은 20분 가량 찍고 나머지 시간동안 찍은 사진을 편집하여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이 영상을 보면 사진이 기대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원본을 사지 않을 수가 없다. 매일 배냇저고리 입고 누워있는 사진만 찍다가 큰 아이처럼 포즈 취하고, 다른 액세서리 걸치고 있는걸 보면 사진 값이 아깝지가 않다. 대부분 50일이 거의 첫 외출일테니 부모의 마음을 적절히 읽어낸 적절한 프로모션이로군. 성장 앨범을 해당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우 남는 장사일듯.

임신했을 때 이용했던 베이비센터라는 앱이 있는데 존슨즈 베이비에서 컨텐츠를 운영한다. 임신 중에도 유용하게 보았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주차별 발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줘서 신랑이 받아보고 있다. 6주가 지난 아이는 엄마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고 하는데 영우는 할머니(친정 엄마)를 보고만 활짝 웃어주었더랬다. 드디어 이 날, 영우가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었다. 이런 웃음 덕분에 힘든줄 모르고 아이 키우는건가보다.

2014년 4월 11일 금요일

생일. 나들이.

생일맞이 나들이를 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생일에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1월 1일 외출 후 제대로 된 첫외출인지라 근 100일만의 바깥세상 구경이다. 이상 기온으로 벚꽃도 없고, 20도라더니 바람 쌩쌩 춥고,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이었지만..택시 안에서 개나리, 진달래, 철쭉 꽃 구경도 하고, 연두빛 새 잎 돋아나는 나무 구경도 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했다.
나들이의 성과로는 육아휴직 컨펌. 9월 15일 복귀하기로 했다. 본부장님을 비롯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제대로 인사 못하고 쭉 휴가를 썼더니 어찌나 마음이 불편하던지. 새로 구성된 팀은 분위기가 좀 어색하다. 때마침 리테일에서 인력요청이 있었다고 하니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 이 회사에서 정착하기는 여전히 참 힘든 일이구나싶다.

생일이라고 그간 특별히 챙겨왔던건 아니지만 올해는 엄마와 영우가 함께여서 기분이 묘했다. 출산 직후라 그런지 36년 전 오늘, 엄마가 힘들게 나를 낳았구나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거창한 생일파티를 한 건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2014년 4월 10일 목요일

45일.

영우가 소화가 잘 안되는지 토하기도 많이하고 트림도 많이한다. 그냥 토할땐 그나마 괜찮은데 코로 토할땐 정말 보고있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밥먹이고 트림시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쭉 안고있을 때가 많다. 가슴팍에 세워서 안고 있는데, 영우가 오른쪽 뺨을 내 가슴에 기대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반바퀴 돌리더니 왼쪽 뺨을 기대는걸로 자세를 바꾸었다. 목을 완전히 가누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고 있으니 신기방기!
나는 아직까지도 대천문과 소천문을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만져보고싶지 않다. 숨구멍이 들락날락하는게 보인다고 하던데 그런걸 보고 만지고 하는게 아직 좀 무섭다. 그래서 코딱지 파거나 손발톱 깎는건 당연히 신랑 담당. 갑자기 저게 숨구멍인가 싶은것이 눈에 띄길래 그런갑다 하고 있었는데 신랑이 보자마자 혹났냐고 한다. 정수리 부근에 혹처럼 부풀어 보이는 것이 생겼다. 뭔지 모르니 걱정 한가득에 이것저것 검색. 속 시원히 알게 된건 아니지만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하고, 딱히 치료법은 없으며 2~3일 지나면 나아진다고 한다. 병원을 가볼까하다가 괜찮다는 얘기만 들을 것 같아 말았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니 걱정만 많다. 엄마는 문제가 있으면 애가 보챌탠데 그렇지 않으니 별 일 아닐거라고 하시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언제쯤 생길는지 모르겠다.
조리원 동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단체 카톡방에서는 온갖 얘기들이 오가는데 몇몇 애기들은 밤에 7시간씩 잔다고 한다. 영우는 아직도 2시간 간격인데, 오히려 낮보다 밤에 텀이 더 짧은데, 참 부러운 일이다. 그래도 예전엔 10분 젖빨고 잠들더니 이젠 15분까지로 늘었다. 점점 더 나아지겠지.

2014년 4월 9일 수요일

또 꿈에..

김기완과 데이트를 했다. 20대 예술가와 유부녀, 꺄아~ 밀회 아닌가?
최근에 페북에서 김기완과 친구가 되었는데 꿈 속에서의 그는 페북에서 느껴졌던 것처럼 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청년이었다. 나는 꿈속에서도 좀 뚱하고 어색해했던것 같다.
예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도 보며 즐거워하고, 예술의 전당, 어느 운동장을 함께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엔 내가 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끝났다.
그런데 꿈을 꾸면서도 이건 꿈임에 틀림없으니 깨어나면 잊지 않도록 블로그에 써야지라고 생각했더랬다. 김기완과의 데이트는 그만큼 비현실적인 것. 아, 웃프다.

2014년 4월 7일 월요일

41일.

시부모님과 형님, 아주버님, 조카가 영우를 보러 오셨다. 약속된 시간 20분 전, 분유를 먹이고 손님이 오시면 activity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바로 sleep 모드로. 결국 영우는 눈 뜬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손님들 가신지 10분 후 깨어났다. ㅜㅜ 형님들은 병원에서 잠깐 보셨지만 아주버님들은 처음 보시는 거였는데, 다들 애기를 좋아하시는데 이쁜 짓 하는걸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만날땐 또 그 모습대로 이쁜 모습일테지.
생일을 앞둔 주말이라 케잌에 촛불 붙이고 노래도 불렀는데 '사랑하는~' 다음에 내 이름 대신 '영우 엄마'가 들어갔다. 예전에 친구 애기 돌잔치때 친구 신랑이 이제 인생의 1막을 접고 OO 아빠로 살아가겠다고 했는데 왜 저런 말을 하나 싶었다. 당시엔 그 발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도 했던 것 같은데, 원하든 원치 않든 나도 영우 엄마가 또다른 이름이 되었다.
지난 주까지 영우는 급성장기라 잠도 잘 안자고 보채서 힘들었는데 손님이 오시면 놀랄만치 순한 아기가 되었더랬다. 시댁에서도 안깨고 잘 자는 영우를 보며 순하다고 다들 한말씀씩 하셨다. 급성장기가 지났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지난 주와 다르게 잘 자고 순하다. 이렇게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구나.


2014년 4월 5일 토요일

40일.

처음으로 신랑이 손톱 잘라줌.
으..너무 무서운 일이라 나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야들야들 하얗고 부드러운 손가락~

집에 건강보험증이 새로 왔는데 영우가 추가 등록되었다.
부양가족이라니. 이상야릇한 기분.

38일.

아구창 재발. 아구창으로 인해 아이가 아프다거나 한 건 아니라지만 내 마음이 아프다. 면역력이 약할수도 있고, 집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을수도 있고. 소독한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였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약 먹이니 금세 좋아지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5kg이 되었다. 태어났을때보다 체중이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잘 먹고 잘 크고 있으니 다행이다. 지금도 안아주려면 힘든데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 그래도 쑥쑥크자, 영우야~

산후검사를 했다. 상세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오겠지만 바로 확인 가능했던 건 근종 크기가 줄어들었단 것. 이후에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자궁 수축하면서 근종 크기도 작아졌다고 한다. 이제 체중도 2~3kg 정도 남았는데 채식 이후 살이 빠졌던걸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체중은 아니다. 다만 매일 몇번씩 유축하느라 팔목과 손가락이 덜그럭거리는게 걱정되고, 며칠 전부터 이가 시리기도 하고 얼얼한 것이 신경쓰인다.
백일쯤 되면 모든 것이 나아지기를.

2014년 4월 2일 수요일

37일.

36일과 37일의 영우는 비슷한 컨디션인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의 마음가짐.
36일을 기록해두기 위한 키워드는 잠, 모빌, 팬서비스였다. 잠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30일에 시선이 동체를 따라간다고 기록했는데 그 때는 고개는 고정시킨 채 눈동자만 따라가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고개까지 돌려가며 물체를 꽤나 오랫동안 주시한다. 써놓고 보니 별 거 아닌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여간 귀엽지 않다.
회사 팀원들이 놀러왔는데 온종일 보챘던 영우는 어쩐 일인지 그녀들이 갈때까지 순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방문했던 사람들은 영우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다른 아기들을 봤을때 순하다라고 이야기하면 부모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 영우를 보니 이해가 팍팍 된다.

잠. 잠을 푹 못자고 있다. 엄청 용을 쓰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자지러지게 울기도 하고, 안아서 힘들게 재우면 곧 깨어나서 진빠지게 한다. 36일에도 37일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영우는 지금 급성장기이다. 36일 저녁에 급성장기에 대한 월령 그래프를 보면서 영우 이제 급성장기네?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검색을 해보니 급성장기에는 아기들이 아프다고 한다.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급성장기에 보이는 증상들을 확인하고 보니 영우가 지금 겪고 있는 그대로이다. 용을 쓰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변비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형적인 급성장기의 증상일 뿐.
이러한 것들을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누구나 겪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마음을 다해 마사지를 해주니 영우도 덜 보챈다. 계속 선잠자다 내 품에 안겨 한 시간동안 푹 자는 것을 보니 몸이 힘든 것도 모르겠다.
수유텀 잡는다고, 수면교육 시켜야 한다고 조급해하고 힘들어한 것이 미안하다. 영우는 월령에 맞추어 잘 커가고 있고, 아픈 것도 잘 견디고 있는데 나는 또 여유가 없었구나. 그때그때 마음을 다해 대해주어야지.

2014년 4월 1일 화요일

35일.

5주를 채웠다. 마음이 조급하다.
육아를 글로 배운지라..책에서 보면 6주부터는 습관을 바로 잡아줘야 나중에 고생 안한다고 하는데 그 6주가 코 앞이다. 아직 젖먹는 습관도 좋지 않고, 수면 습관도 좋지 않은데 어떡하나 걱정만 앞선다.
하는 일이라곤 애기보는 일 뿐이니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가장 두려운 건 엄마 가시면 나혼자 어떻게 애기를 보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나 애기 보기 힘들다고 우울해져서 신랑까지 힘들게 괴롭히면 어떡하나 하는 것과 내가 애기한테 잘 못해서 신랑이 내게 실망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혼자 애기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보면 애기한테도 나 혼자뿐인건데. 울고 떼 쓰고 하더라도 봐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나 혼자인건데. 어렵게 얻은 아이, 힘든 환경에서도 건강히 와주어 고맙고 사랑해주기만 해도 아까울 시간에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한 엄마다.

35일차 영우는 남자애라 그런지 힘이 점점 붙어서 안고 있으면 힘들다. 팔을 휘두르다보니 그리되었겠지만 내 가슴팍을 치는데 제법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리원에 있을때부터 울음소리로 신생아실을 평정한 영우는 목소리가 더 커져서 잠깐만 듣고 있어도 혼이 빠진다. 제발 악쓰며 우는건 그만했으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