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992일 안동여행 첫째 날
333과 아빠 디구 친구와 함께하는 대망의 안동여행. 할머니 할아버지 없이 셋이서 가는 여행은 처음이다. 잘 할 수 있을지, 잘 재울 수 있을지 긴장된다. 전 날도 같이 자네마네 실랑이를 하다가 내일은 꼭 엄마아빠랑 자는거다, 안동 여행가면 할머니는 안계시고 엄마아빠랑 자는거다 몇 번이나 이야기하다가 11시가 넘어서야 자러 들어갔다. 덕분에 아침에 9시가 넘어서 기상. 늦은 아침을 먹고 안동 하회마을로 출발~
먼저 도착해 있던 333과 합류해서 옥류정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간고등어를 먹으러 간 것이었는데 예약제로 바뀌어서(단체 손님이 매우 많았다) 간고등어는 안되고 찜닭만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곳을 알아보기 애매해서 찜닭을 먹었는데 역시 찜닭은 안동에서 먹어야 맛있는 것, 영우도 맛을 보면 좋을텐데 역시나 맨밥만 먹는다. 그나마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제대로 먹지 않는다. 찜닭 먹는것보다 좋은 것은 식당 연못에 돌 던지는 것, 아주 신이 났다.
식사를 마친 후, 영우가 부산 가서 벌어온(?) 돈으로 쏜 커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하회마을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하회마을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10분에 한대씩 다니는데 다행히 날씨도 좋고 해서 걸어서 이동했다. 영우가 언덕길을 잘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영우는 힘든 구간이 나오면 귀신같이 알고 바로 유모차를 타겠다고 한다.
하회마을에 도착해서 영우는 불도저를 닮은 처음보는 농기구와 사진도 찍고, 아빠 목마를 타고는 하회마을의 기와집과 초가집을 구경하고, 굵은 밧줄과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그네도 타고, 모래놀이도 했다. 그네는 놀이터에서 타던 그네에 비해 진폭이 너무 커서 무서울 법도 했을텐데 제법 재미있게 탔다.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것은 모래놀이, 유모차에 실려있던 삽을 발견한 이후로는 흙을 볼 때마다 쿡쿡 찔러봐서 삽으로 떠지는지를 확인하는데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만나는 흙과 모래마다 다 떠보려고 하는 영우를 강가까지 데리고 갔더니 이것은 신세계, 강가에서 돌을 던지는게 또 너무 재미있다. 아직까지 영우는 물과 모래만 있으면 어디라도 즐거운 나이.
부용대까지 오르기는 무리이고 시간도 애매해서 하회마을 방문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탔다. 영우만한 어린애가 있으면 자리를 양보할만도 한데 다들 자리 양보할 생각은 없고 무릎에 앉으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 무릎에 앉을리 없는 영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서 있다가 버스가 출발하자 '흔들려'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울기 시작했다. 울기 시작하니 할아버지 한 분이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다행히 앉을 수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영우는 까까를 먹으며 기분 전환을 했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안동시내 중심의 갈비집으로 갔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문화갈비였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대기가 있어서 거창갈비로 옮겼는데 자리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양념갈비보다는 생갈비가 더 맛있었고 서비스로 갈비찜까지 줘서 배터지게 먹고 나왔다. 아쉽게도 영우는 또 맨밥과 김. 김에 싸주면서 갈비를 조금씩 넣어주긴 했지만 거의 먹은게 없다고 봐야지. 그러나 조금만 더 크면 몇 인분씩 혼자서 먹어치울테지?
시내라 가까이에 안동의 유명베이커리 맘모스제과가 있어서 갔는데 대부분의 빵이 다 팔렸다. 유명한 메뉴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영우가 고른 쿠키와 마들렌,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프랑스 쿠키(영우가 골라서 허아인님께 이름까지 여쭤봤는데 까먹음)를 골랐다. 각가 고른 베이커리와 쿠키를 사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영우에게 마들렌을 줬더니 '어, 바삭바삭한줄 알았는데 아니네' 한다. 영우가 고른 그 프랑스 쿠키(프랑스 쿠키가 아닐지도;)는 실제로 바삭바삭했다. 반찬도 멸치, 연근, 우엉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쿠키도 바삭바삭한 것이 좋구나. 그렇게 쿠키를 먹다가 일행들에게 쿠키를 하나씩 주기 시작한다. 허아인님이 괜찮다고 하시자 '바삭바삭해'라고 해서 다들 완전 빵터졌다. 영우 기준에 가장 맛있는 바삭바삭한 쿠키를 다들 맛보라는 그 멘트, 정말 재미있었다.
낮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온종일 모래장난을 너무 많이 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잠들까봐 자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계속 말을 걸었다. 오늘 연못에서 돌 던지는게 좋았는지 강가에서 돌 던지는게 좋았는지 물어보니 강가에서 던지는 것이 좋단다. 모래 놀이터에서의 모래놀이가 좋았는지 강가에서의 모래놀이가 좋았는지에 물어보니 모래 놀이터가 좋단다. 야행성인 아빠가 밤이 좋다고 하니 영우도 밤이 좋다며 전날에 이은 밤나들이에 달이 따라오는 것을 보며 마냥 즐겁다. 덕분에 잠들지 않고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낮잠도 잘 못잤고, 너무 많이 걸어서 떡실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1시가 넘을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한실의 조명 컨트롤러가 딱 영우가 누르기 좋은 위치에 있어서 껐다켰다 너무나 즐겁다. 물 마시겠다, 쉬하겠다, 불켜겠다, 몇 번을 반복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영우야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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