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4일 수요일

1007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주말에 영우랑 촛불집회에도 나가고 싶었고, 어디 나들이도 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저질체력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말내내 뻗어있었다. 골골대는 엄마아빠와 달리 에너제틱한 영우는 여러가지로 우리를 즐겁게, 그리고 놀라게 해주었다.
어린이집에서 체육선생님과 한 놀이를 아빠와 다시 해보고 싶어하는데 그 놀이가 어찌나 과격한지, 플라스틱 호두모형을 들고 있으라고 하더니 주먹으로 치면서 뿌셔뿌셔라고 외친다. 주먹이 아플까봐 공을 갖고 뿌셔뿌셔 하기는 했는데 이런 놀이도 교육과정 중의 하나인건가, 너무 폭력적인거 아닌가 좀 걱정된다.
놀이하는 도중에도 노래를 흥얼흥얼하는데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을 부른다. 그런데! 무릎 발음이 아주 자연스럽다. 영우의 'ㄹ' 발음이 부정확해서 '뽀로로'를 발음할 때 '뽀오오'에 가까운 발음이었는데 '무릎' 발음이 된다. 뽀로로를 시켜봤더니 이제 꽤나 자연스럽다.
점심에는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영우를 위해 준비한 순살 미니치킨을 자그마치 5개나 먹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는 것이 어찌나 이쁜지. 저녁은 카레밥을 먹었는데 카레밥이 맛있는지 짜장밥이 맛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카레밥이 더 맛있단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맨밥이란다. 이럴수가. 카레밥 다음에 맨밥이라니.
영우가 유튜브를 볼 때 4초 후 광고넘기기 버튼을 넘기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히는데 좋아하는 광고는 또 끝까지 본다. 요즘 좋아하는 광고는 대신증권의 크레온 광고 '판다, 사자'와 콩 섬유유연제 광고. 광고가 시작하는데 영우가 '엄마 마음은 콩밭에'라고 하면서 베시시 웃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광고 카피였다.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는 따로 있구만.
올라오는 길에 하는 일 중 하나가 영우가 남겨놓은 사진첩의 막 찍은 사진들을 지우는 일이다. 잠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사진 찍는 것과 긴급통화를 누르는 것인데 막셀카를 엄청나게 많이 남겨놓는다. 그리고 긴급통화를 누르면 숫자를 눌러볼 수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숫자를 배열하는 것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신중하게 숫자 하나하나를 누른다. 가끔 별표를 누르고는 참 잘했어요라며 즐거워한다.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핸드폰을 너무 좋아해서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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