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돌잔치라니, 벌써 1년이라니, 그동안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고 동생과 제부도 정말 고생 많았다.
이 날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어 도로도 통제가 되었다. 돌잔치 장소가 집회장소에서 한 블럭 떨어져 있어서 조금 일찍 나서서 영우와 촛불집회를 가볼까 어쩔까 생각만 하다가 또 날씨 핑계로 패스 ㅜㅜ
돌잔치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꽤 오랜만이다. 행사 전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소품들이 많이 있어서 영우도 소품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자동차도 타면서 놀았다. 주인공이 입장할 때는 RC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박수치며 축하해주자 성민이도 영우도 매우 즐겁다. 사회자와 행사장 직원들이 생일축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조명까지 번쩍거리자 영우는 뛰어나가서 춤을 춘다. 아이고야, 남의 돌잔치에서 봐오던 흥만이가 영우가 될 줄이야.
식사는 꽤 괜찮았는데 영우는 역시나 거의 먹지 않았다. 첫번째 접시는 영우가 담아달라는 것들로 담아왔는데 케잌과 떡을 고른다. 여러가지 다른 음식들을 먹여보려고 시도했으나 케잌과 떡 조금 먹고는 바깥으로 탈출하여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다행히 소리는 지르지 않지만 식당을 뛰어다니던 민폐 꼬맹이는 옆쪽 룸에서 사회자들의 생일축하 댄스가 시작된 것을 발견하고는 거기 들어가고 싶어서 난리다. 식당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RC카를 발견하고는 타고 싶어서 끌어당기며 어쩔 줄 모른다. 타면 안된다고, 애기들이 타는 거고 고장나면 안된다고 했더니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못내 아쉬운지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백미러를 일일이 접어주고 나온다. 영우 쫓아다니느라 동생 내외랑 많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1년동안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바르고 건강하게 잘 키우길 바라는 내 마음은 전해졌겠지.
그리고 이 날의 에피소드 몇 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사은품으로 받아온 종이 트리인데 스티커로 장식을 할 수 있어 영우 수준에는 딱이다. 이제 스티커를 제법 바르게 잘 붙인다. 잠깐 좋아하더니 곧 파괴해버린다. 사진은 파괴직전 기념샷.
영우와 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좋아요 할래' 한다. 그리고 정말로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요며칠 아빠가 사진마다 좋아요를 누르시더니 영우가 한거였구나.
행사장에서 처음 정수기를 본 영우는 컵에 물을 담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차가운 물을 담다가 뜨거운 물도 담아보려 하는데 버튼을 누를 줄 모르니 여기는 물이 안나오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버튼을 눌러 뜨거운 물을 담는 것을 보더니 그대로 따라한다.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만 영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앞으로 더 주의깊게 봐야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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