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까지 출근하기로 해서 인사팀에 들린 김에 사원증도 반납핬였다. 지난 주부터 본부장님, 대표님 면담을 하였고 몇 몇 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일은 몇 번을 해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긴장된다.
본부장님은 내가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나를 알고 계셨다. 금융이 아닌 통신사에서 분석 CRM 전문가가 왔다고 해서 궁금했었고, 함께 일하고 싶었고, 빼 오고 싶었으나 현업이어서 아쉬웠다고 하신다. 10시 출근 이야기를 하니 나만 10시 출근하게 배려해주면 안되겠냐고 하신다. 양가 부모님들이 육아를 도와주실 순 없냐고 나는 손주들을 꼭 봐줄거라 하셨다. 여성 임원 이야기를 하시며 소위 말하는 스펙까지 들먹이며 밀어주려 했다고 하신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아쉬워서 하신 말씀인건 아니까.
대표님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신다. 사실 영업이 최우선인 회사에서 분석이 발 붙이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도 대표님께서 분석에 관심이 많으셔서 계시는 동안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더니 회사에는 아쉬운 일이지만 개인으로서는 잘한 선택이라며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신다. 연봉이야 금융보다는 적겠지만 돈 일이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신다. 일할 때에도 느낀 거지만 언제나 놀랍도록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신다.
발령나기 전 본부장님은 이제 일 좀 시켜보려고 했더니 어딜 도망가냐고 하신다. 어찌되었든 그 곳에서도 가진 역량 잘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라고 하신다. 내 이야기 하러 갔더니 본인 와이프 이직 이야기를 자랑하는 분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는 좋은 회사로 가니 축하해 주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조건이 우리 회사보다 좋으니 뭐라고 말릴 길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양육 지원에 대한 부분을 윗 분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셨으면, 조금이라도 더 여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