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성인들과의 만남

매일 영우와 지내다보니 성인과의 만남과 대화가 간절하다. 그래서 동네친구라도 만들고 싶었을 것.
목요일은 정은언니가 방문했다. 나 병원 있을 때부터 자주 와줘서 정말 고맙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대화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언니 아들내미 진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니 느낌이 완전 새롭다. 맨날 영우 옹알이만 받아주고 영우의 일상이 어땠는지만 이야기하다가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성인들만의 대화를 하게 되다니! 딸내미가 매주 화, 목요일에 청소년 수련원에서 수영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일 없으면 화, 목요일마다 만나기로 했다. 그 약속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금요일은 은하가 방문했다. 이렇게 둘 다 여유(?)가 있어서 평일 낮에 만날 수 있다니. 대학교 2학년때 친하게 지내다 은하가 이민을 가고 지난 10년간 서너번 정도밖에 못 만났지만 어렸을 때 만난 친구들은 역시 부담이 없다. 은하도 은하 어머니도 항상 나를 좋게 봐주시고 영우까지 참 좋아라해주신다. 은하 돌아가기 전에 몇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토요일은 신랑 친구집을 방문했다. 그 집에는 영우와 1년 차이나는 아이가 있고, 영우와 이틀 차이나는 친구도 오기로 해서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영우는 처음에는 순한 아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가 본격 잠투정을 보여줘서 모두가 우리 부부를 안쓰럽게 여기게 되었다. 현재 세 아이의 엄마 모두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이런 자리에서 하소연하는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특히 영우와 이틀 차이나는 친구 엄마는 매 이벤트 발생시마다 자기 아이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데 나는 뭐가 힘든지 도통 공감이 가지 않았다. 잠은 5~6시간씩 자, 젖물리기만 하면 잠들어, 분유든 모유든 입에 뭐가 들어오면 엄청 잘먹어, 누워 있기는 싫어하지만 바운서에는 몇 시간씩 앉아있어, 엄마아빠 밥 먹는것도 바운서에서 지켜봐줘, 심지어 몸무게도 6kg밖에 안 나가서 안아보니 종잇장처럼 가벼워, 도대체 뭐가 힘들단걸까.
영우는 최장시간 잔 것이 4시간, 그나마도 일주일 그러더니 지금은 한 시간마다 깨고, 잠투정이 심해서 매번 전쟁을 치러야 하고, 먹을 때도 손 발을 엄청 버둥대서 먹이기 힘들고 안먹으려고 할 때도 많아 잠결에 겨우겨우 먹이고 있고, 엄청 안아달라고 하는데 몸무게는 많이 나가서 어깨, 등은 나간지 오래고, 교대로 먹고 교대로 자야만 하는 우리 부부. 도대체 뭐가 힘들단걸까. 그래도 다들 나름대로 힘들겠지. 비교하지 말아야지. 영우는 영우니까.
그래도 성인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니 정보도 얻고 위안도 얻고 좋더라. 이번 모임의 수확은 힙시트. 힙시트의 존재는 알았는데 운반 도구로만 생각해서 아기띠가 두 개나 있는데 뭐 필요할까 싶었는데 그냥 집에서 안아주는데도 유용한 도구란 것을 알았다. 힙시트가 나의 어깨와 등을 구원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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