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사진 촬영. 대구에 내려가야해서 이른 10시부터 스튜디오로 갔다. 다행히 영우는 컨디션이 좋았으나 엄마아빠는 영우를 웃길 수 있는 필살기를 개발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스튜디오 도우미에게 애가 잘 안 웃는다고 이야기하고 사진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어찌나 방긋방긋 잘 웃는지. 백일간 봐왔던 그 아이가 이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환하게 이쁘게 많이많이 웃었다. 잘 웃으니 좋긴 한데 살짝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좋아 꺄르르 넘어가니 엄마아빠는 그동안 뭐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살짝 자괴감이. 어쨌든 무사히 촬영하고 대구로 고고.
사진 촬영 후 피곤해서인지 마장휴게소에 들릴 때까지 영우는 잘 잤다. 휴게소에서 밥먹고 영우도 밥먹고.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거의 수유실이 갖춰져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마장휴게소도 건물 2층 화장실 옆에 작은 수유실이 있다.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안내를 잘 해주어 어쩐지 마음에 드는 프리미엄 마장휴게소. 휴게소에서 한시간 정도 보내고 다시 내려오는 내내 잘 자준 영우. 평소에도 차가 이동 중에는 칭얼대지 않고 잘 있거나 잘 자는 편이라 잘 있을거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왔다. 집 바로 앞 신호등에서 신호대기하는 중에 반짝 눈을 떴으니 어찌나 고마운지.
그러나 이게 웬일. 대구 집에 도착하자마자 30분을 내리 울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울음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나게 악을 쓰며 아무리 달래려 해도 달래지지 않는 울음이었다. 할머니가 반가운 마음에 카시트에 앉아 있는 영우를 번쩍 들어올려 계단을 올라갔는데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매우 자책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땀 빼고. 이 날부터 3일간 영우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기려 하지 않고 칭얼대기도 더 심해져서 엄마아빠가 힘든 나날을 보냈다. 환경이 바뀌는 것이 아이에겐 정말 스트레스인가보다.
이렇게 대구까지는 무사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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