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열이 많이 나서 해열제를 먹였는데 약이 맛이 없다며 섞어달란다. 무슨 약을 맛으로 먹는지 원. 약을 먹고 좀 괜찮아졌는지 8시도 되기 전부터 밖에 나가자고 울고 난리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으로 출동.
네스프레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초콜렛을 주었더니 장화신은 고양이마냥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네스프레소 벽면의 아크릴 광고판을 눌러보더니 터치를 해도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아이패드를 접한 아이들은 터치가 기본이로구나.
현대백화점에 플라워마켓이 열린다는 것을 페북 광고를 보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봄이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프리지아 한다발을 사니 기분이 더더더 좋아진다. 집에 와서 영우가 향을 맡아보겠다고 해서 줬더니 '엄마 냄새맡아봐, 이상하지?' 한다. 아직 꽃향기를 모르는 나이. 그러나 나에게 향기 맡으라고 꽃을 내미는 모습은 낭만적인 사진으로 남았다.
백화점에서 영우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는 에스컬레이터이다. 몇 번을 오르내렸는지 모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뒤에서 오시던 아주머니가 '좋을 때다. 하고싶은대로 다 할 수 있고, 제일 좋을때다' 하시니 영우가 뒤를 사악 돌아보며 '맞아'라고 했다. 아주머니도 우리도 모두 빵터지고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아주머니께서 고급진 과자도 한 봉지 주셨다.
유모차에서 한 잠 자고 일어나서 꼬마김밥을 먹고 유아동 층에서 이것저것 장난감을 만져보고 타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신난 영우가 징글벨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것도 영어로. 징글벨을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 사운드북으로 들리는대로 부르는거라 가사가 엉망인데 엘리베이터 내릴때까지 무한반복 해주니 부끄러움은 엄마아빠의 몫이다. 차 안에서는 갑자기 딩동댕동 하며 전국 노래자랑 인트로를 흥얼대기 시작한다. 휴, 엘리베이터에서 전국 노래자랑을 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차 안에서라면 엄마도 얼마든지 호응해줄 수 있지! 영우랑 둘이 신나게 딩동댕동하며 왔는데 집에 들어오니 또 열이 난다. 할머니랑 통화하면서 전화하기 싫다며 그냥 끊어버렸다. 에궁 할머니 할아버지도 걱정이 한가득이시다. 어서 컨디션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