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목요일

마무리.

이번 주까지 출근하기로 해서 인사팀에 들린 김에 사원증도 반납핬였다. 지난 주부터 본부장님, 대표님 면담을 하였고 몇 몇 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일은 몇 번을 해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긴장된다.
본부장님은 내가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나를 알고 계셨다. 금융이 아닌 통신사에서 분석 CRM 전문가가 왔다고 해서 궁금했었고, 함께 일하고 싶었고, 빼 오고 싶었으나 현업이어서 아쉬웠다고 하신다. 10시 출근 이야기를 하니 나만 10시 출근하게 배려해주면 안되겠냐고 하신다. 양가 부모님들이 육아를 도와주실 순 없냐고 나는 손주들을 꼭 봐줄거라 하셨다. 여성 임원 이야기를 하시며 소위 말하는 스펙까지 들먹이며 밀어주려 했다고 하신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아쉬워서 하신 말씀인건 아니까.
대표님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신다. 사실 영업이 최우선인 회사에서 분석이 발 붙이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도 대표님께서 분석에 관심이 많으셔서 계시는 동안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더니 회사에는 아쉬운 일이지만 개인으로서는 잘한 선택이라며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신다. 연봉이야 금융보다는 적겠지만 돈 일이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신다. 일할 때에도 느낀 거지만 언제나 놀랍도록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신다.
발령나기 전 본부장님은 이제 일 좀 시켜보려고 했더니 어딜 도망가냐고 하신다. 어찌되었든 그 곳에서도 가진 역량 잘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라고 하신다. 내 이야기 하러 갔더니 본인 와이프 이직 이야기를 자랑하는 분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는 좋은 회사로 가니 축하해 주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조건이 우리 회사보다 좋으니 뭐라고 말릴 길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양육 지원에 대한 부분을 윗 분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셨으면, 조금이라도 더 여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5년 2월 24일 화요일

사물 인지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웃긴건 영우 발 어딨어? 했을 때 손가락으로 지 발을 가리키는 것. 이 때 다리를 살짝 들어올리는데 참 웃기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물고기 모양 블럭을 갖고 노는 중이었다. 별 모양 블럭은 러닝홈에 끼워져 있던걸 대용으로 갖고 온건데 그 별 블럭을 잡더니 몸을 휙 돌려서 허공으로 치켜든다. 대구에는 바로 그 위치에 러닝홈이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끼우려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당황해하는 눈치다.
소파에서 놀 때에도 소파 왼쪽 끝 등받이를 밟고 올라가서는 손을 벽을 향해 쭉 뻗는다. 대구에는 그 위치에 보일러 컨트롤러가 있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없으니 어리둥절한가보다.
서울 집에는 그림이 많은 매트를 깔아놓았는데 엄마가 무지개를 알려주셨다. 무지개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가리키고 또 어딨냐고 하면 다른 쪽에 있는 무리개를 가리킨다. 대구에 내려와서 무지개가 어디있냐고 했더니 무지개 있던 위치 쪽으로 막 기어간다. 거기 아무것도 없으니 옆에 앉아있는 아빠더러 비키란다. 아빠가 무지개 위에 앉아계신 줄 알았나보다. 아 웃긴 녀석.

성질 급한 녀석

이제 별 모양 링을 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뜻대로 잘 끼워지지는 않는다. 끼워보려다가 잘 안되면 뒤집어서 다시 끼워본다. 그래도 안되면? 이잉 짜증을 낸다.
책 넘기는걸 좋아한다. 주로 보드북을 보는터라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제대로 못 넘겨서 한꺼번에 넘어가서 넘길게 없을 때가 있다. 사운드북일 경우는 마지막 페이지가 두꺼워서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안 넘겨진다. 그럴 때면 이이이잉 찡그리며 운다.
식탐 제대로에 성질 급한 영우는 튀밥이나 과자를 주면 양손에 쥐고 엄청 빨리 먹는다. 한 번은 밥그릇에 튀밥을 담아줬더니 답답했는지 그냥 들고 마신다. 손가락으로 집지 않고 마셔도 된다는건 도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참 성질 급한 녀석이다. 그러나 성질 급한 나는 뭐라 할 말이 없구나.

칭찬받는게 좋은 영우

우유를 다 먹고 나면 아빠가 항상 잘했다고 손뼉을 쳐 주셨더니만 이제 우유를 다 먹거나 이유식을 다 먹고 나면 영우도 손뼉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유도한다.
영우는 뽀로로 비행기의 음악을 좋아라 하지만 어른들이 듣기에는 굉장히 괴로운 소리이다. 음악 끄면 잘했다고 손뼉을 쳐 주었더니만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끄고 나서는 영우가 먼저 손을 번쩍 들며 박수를 유도하는데 버튼을 잘못 눌러 음악이 계속 나오면 살짝 당황하며 급히 다시 누른다.
러닝홈 굴뚝을 잡고 일어서려다 쿵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굴뚝에 공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감개무량하여 손뼉을 쳐주면 영우도 정말 좋아하며 같이 손뼉을 친다. 떨어진 공을 다시 갖고 와서 또 넣고 손뼉 치고 또 넣고 손뼉 친다.
칭찬은 영우도 손뼉치게 한다!

356일 돌잔치

영우 생일은 25일이지만 설도 있고 해서 열흘 당겨서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 돌잔치라고 해봐야 직계 가족들만 모시고 식사하는 조촐한 행사이지만 돌상도 주문하고 스냅사진도 불렀다. 신랑은 소풍가는 날 마냥 설레서 아침에 눈이 일찍 뜨이더란다. 감성 돋는 우리 신랑.
센터원빌딩 36층 파로그랜드에서 진행하였는데 소규모 돌잔치 하기에 괜찮은 것 같다. 주말에는 한산한 편이고, 서울 중심이라 어디서든 모이기 괜찮고, 서비스도 좋고, 무엇보다 전망이 훌륭하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높이에서 이 정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는데, 그나마 비교할만한 탑클라우드보다 음식은 훨씬 괜찮은 것 같다. 룸보다는 홀 쪽이 전망이 더 좋은데 손님이 많지 않아 홀에서 진행해도 좋다. 아쉬운 점은 그 좋은 전망이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다 날아가서 실망. 전문가가 찍어도 별 수 없나보다.
오전 낮잠을 잘 자고 와서인지 영우는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마침 날씨도 많이 춥지 않아서 센터원 광장에서도 몇 컷 찍을 수 있었다. 한복으로 갈아입고도 많이 불편해하지 않고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 순서, 전통 돌상이었는데 영우는 유일하게 현대적 물건인 청진기를 집어들었다. 정신 없는 와중에 아빠가 동영상을 찍어주셔서 순식간에 끝난 돌잡이 순간도 남겨놓을 수 있었다. 신랑이 한 마디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부모님 얘기를 꺼내니 감정이 북받쳐서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뭐 별 거 있겠나,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영우 잘 키우겠다는 거지.
돌잡이까지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영우 밥을 먹이는데 영우 밥 먹는걸 처음 보시는 시댁 식구들은 밥 많이 먹는다고 다들 한말씀씩 거드신다. 잘 먹는걸 보면 이쁘지 않을 리가.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먹고난 후 놀기 시작하는 영우. 기분이 엄청 좋았나보다. 유모차에 앉아서 두 팔을 올리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흔들 하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볼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빵 터지는 동작이었다. 내내 기분 좋게 잘 놀다가 유모차에서 스르륵 잠들어 순한아이 코스프레까지 마쳤다. 영우 최고!
오전에는 많이 칭얼대서 좀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잘 마치고 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랜만에 만난 시댁 식구들도 모두 영우 이뻐해주시고, 영우도 이쁜 모습만 보이고.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영우를 소개하고 싶어 마음 한편으론 아쉬웠는데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돌잔치를 하니 영우도 스트레스 덜 받고 잘 노는거 같아 지나고 보니 잘했다 싶다. 이렇게 돌잔치 미션 완료.

2015년 2월 22일 일요일

벌써 1년

이틀 뒤면 영우가 태어난지 1년이다. 언제 돌까지 키우나 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영우와 함께 한 열흘동안 참 즐거웠다. 연휴 마지막 날 서울 집에 들어서니 곳곳에 영우가 머문 흔적이 남아 있다. 영우가 이 곳에 있었다는 것이 이렇게 비현실적일수가.
저녁에는 지난 육아 일기를 뒤적거려보았다. 힘들었던 임신 후반기와 출산, 성장해가는 영우에 대한 기록들. 사소한 변화, 작은 몸짓 하나에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하다. 그 작고 꼬물거리던 녀석이 이제는 걸으려 하고, 밥을 먹고, 애교를 부리기까지 하니 감개무량하다. 1년이 지나면 또 쑥 커있겠지.

엄마가 되니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이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지금 회사는 아침 8시 출근이고 옮길 회사는 10시 출근이다. 퇴근은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출근까지 너무 이른 시간이다보니 아이를 어떻게 챙겨서 어린이집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학교 보내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9시 출근하는 회사라도 기회가 되면 옮겨야겠다 생각했는데 운 좋게 10시 출근하는 회사로 옮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난 사실 10시 출근이 너무 메리트가 커서 다른 건 따져보지도 않았는데 충분히 좋은 회사인지라 더 감사하다. 지난 해, 올해, 아이가 생기면서 신상에 많은 변화가 있다. 아이와 함께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이 모든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잘 해내고 싶다.

355일 뽀로로파크 방문

신랑 친구 가족들과 신도림 뽀로로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 엄마아빠는 영우 감기 걸릴까봐 겨울 내내 집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연 3일 째 영우는 바쁜 스케쥴을 소화중이다. 좀 큰 이후로는 키즈카페나 문화센터에 데려간 적이 없어서 내심 어떻게 놀까 궁금하기도 했다.
뽀로로파크는 입장하면 기본 2시간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이 아이를 데리고 2시간동안 뭐할까 싶었는데 밥 먹이고 하다보니 시간은 잘 가던지. 커다란 블럭을 맞추고, 쓰러뜨리고, 작은 미끄럼틀을 타 보고, 흔들 목마를 타 보고, 볼풀에서 공 던지면서 노는 것 정도 했나보다. 방방이도 있었는데 큰 아이들 때문에 위험해서 제대로 놀지는 못했지만 가장자리에 살짝 올려두니 엉덩이를 씰룩씰룩거린다.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좋아라하는게 느껴져서 잘 왔다 싶었다. 24개월 신랑 친구 아들은 벌써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 생겼는지 내려놓자마자 어딘가로 뛰어가 사라지고 없다. 뽀로로와 친구들 인형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제 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뽀로로 노래를 외우게 되려나.
그런데 영우는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오면 얼굴을 꼬집는다. 영우와 이틀 차이 나는 신랑 친구 아들이 옆에 오자마자 얼굴을 쳐서 울리더니, 남의 집 아이를 그 엄마가 보는 앞에서 꼬집는데 보는 내가 다 아프더라. 그 아이는 서너살은 되어 보이던데 기어다니는 아이에게 꼬집힌 바람에 아프다고 티도 못내는 눈치였다. 미안하다고 동생이 잘 몰라 그런다고 등을 쓸어주고 영우 궁디를 팡팡하긴 했지만 이것 참 큰일이다. 볼풀에서도 옆에 온 아이 얼굴을 꼬집기 직전에 떼어놨는데 누가 옆에 오기만해도 불안하다. 이를 어째, 얘를 어떻게 길들이지ㅜㅜ

이 날 저녁, 영우는 스스로 일어섰다. 엄마 다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선 적이 있긴 하지만 바닥에 앉아 있다가 바닥도 짚지 않고 온전히 다리 힘으로만 일어선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돌이 되어가니까 하루하루 다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난다.

354일 왕십리 방문

돌 스튜디오 촬영하는 날. 스튜디오가 왕십리 쪽이라 그 시절 아파트에서 함께 놀던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촬영 전에 잠시 쉐르빌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영우가 멀미를 한건지 가는 동안 차 안에서 꽤 많이 토해버렸다. 아이들도 만나야 하고 촬영도 해야 하는데 어쩌나 어쩌나. 사진으로만 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니 나는 너무 반가웠는데 영우는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놀랐는지 계속 칭얼대고 운다. 엄마 아빠가 봐주시고 동생들과 제부들이 자주 드나들어서 낯가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계속 나한테 매달린다. 짧은 몇 개월이지만 함께 자랐던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노는 모습을 기대했던 나의 욕심으로 영우는 스트레스가 많았나보다. 미안해ㅜㅜ
토한데다, 계속 칭얼댄 터라 촬영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와 신랑을 만난 영우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서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로 웃어주기도 하면서 촬영 시작. 가족 촬영과 세 가지 컨셉 중에 두 번째 컨셉까지 마친 후, 또 토한다. 아이구 이걸 어째, 그래도 또 올 수는 없으니 억지로 억지로 촬영을 마쳤다. 컨디션 난조로 평소보다 많이 웃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찍으니 순간포착도 잘 됐고 이만하면 됐다 싶다. 고생 많았다, 영우야. 이쁜 사진 남겨줘서 고마워.

353일 서울로

그 날이 왔다. 서울로 올라가는 날. 대구 내려가던 날 7시간 걸려 내려갔던 기억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오전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출발한 덕분에 5분도 지나지 않아 영우는 자기 시작, 이대로 두 시간 자 줬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이 전해졌는지 한 시간 반 이상 자주었다. 덕분에 충주 휴게소에서 첫 휴식을 취하면서 영우 이유식을 먹였다. 다른 아기들 먹는 걸 본 적이 없는 엄마는 주위의 영우 또래 아기들보다 많이 먹는 영우를 보며 매우 뿌듯해 하신다. 영우가 많이 그리고 잘 먹기는 하는 것 같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어 있는 동안 지루해할 것 같아 덕평 휴게소에서 또 쉬면서 어른들 식사를 하고, 절대 갈 일 없을 것 같던 죽전 휴게소에서도 쉬면서 영우 우유도 먹였다. 휴게소마다 수유실이 갖추어져 있어서 정말 좋다. 그러나 수유실 안에서 젖 먹이고 있는 엄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유실 입구에 문 열고 서서 자기 아이 이유식 데우는걸 구경하는 아빠의 매너는 정말 짜증이다.
평일임에도, 금요일도 아닌 목요일임에도, 서울에 들어서자 조금씩 밀린다. 그래도 카시트 앞보기를 해준 덕분에 영우가 짜증을 많이 내지는 않은 것 같다. 노래도 불러주고, 과자도 쥐어줘 주며 달랜 나의 공도 컸을테지. 세 번 휴식하고 5시간 만에 무사히 서울 입성. 다행이다!

2015년 2월 16일 월요일

348일 밥 먹기

돌이 되어가니 엄마도 밥 먹일 준비를 하신다. 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그간 후기 이유식(5배죽)을 먹어오고 있었는데 처음 진밥을 먹었다. 고구마와 당근을 다져 넣어서 만든 진밥을 아빠가 사진 찍어 올리셨는데 윤기가 좔좔좔~ 흐른다. 아직 제대로 씹어먹는건 아니라서 꿀떡꿀떡 잘 받아 삼킨 모양이다. 이제 곧 밥 먹을 날이 오겠구나.

346일 이발

영우 돌이 다가온다. 돌잔치를 서울에서 하기로 해서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형아 만날 준비를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10월 초에 머리를 밀었었는데 4개월 만에 머리가 제법 길었다. 이발하러 간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울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엄마 품에 안겨서 안 울고 잘 깎았다고 한다. 머리를 깎고 보니 조금 더 남자아기 같아졌다. 귀여운 녀석.

2015년 2월 6일 금요일

344일 홀로서기

이틀 전에 선 채로 짝짜꿍을 하더니, 한두 발자국 떼기도 하더니 드디어 일어섰다. 참 감개무량한 순간에 감사하게도 아빠가 동영상까지 남겨주셨다. 처음 일어서는 모습은 잡히지 않았지만 엄마 다리 위에 앉아 있다가 스윽 일어서는 모습, 2~3초간 서 있는 모습,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영우도 좋아라 하는 모습, 그리고 엄마한테 안기는 모습이 담겨있다. 인간은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길래 때가 되면 앉으려 하고, 기려 하고, 서려 하는건지 정말 신기하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도 달라졌다. 국민 장난감 수준인 피셔프라이스의 별 모양 링이 있다. 빼내는건 잘 빼내게 되어 별 모양 링 두 개를 짝짝 두드리고 던지면서 놀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링을 끼우려고 한다. 아빠의 도움으로 몇 번 끼우더니 잘 끼워넣는다. 아직은 잘 안되서 뒤집어도 봤다가 이리저리 툭툭 치다가 끼우는데 성공한다. 러닝 홈에 굴뚝(?)같은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곳에 공을 넣으면 갯수를 세 주면서 음악소리가 난다. 이틀 전에 신랑이 시범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따라한 것인지 또 갑자기 공을 거기다 넣는다. 하루하루 노는 모습도 달라지고 배우는 것도 많아지고 정말 신통방통하다.

343일 천하장사

아빠가 올려주신 동영상. 영우가 식탁의자를 잡고 서서 쭉쭉 잡아당긴다. 식탁의자가 원목이라 무거운 편인데도 영우가 당기는대로 쭉쭉 움직인다. 어휴..힘이 장사구나 나영우, 그러니까 화분이 넘어지지!

339일 상처

엄마아빠가 식사하시느라 영우를 점퍼루에 앉혀놓으셨다고 한다. 점퍼루에서 놀기 싫어할 때가 문제지 대체로는 잘 노는 편인데, 점퍼루가 지겨웠던 것인지 주변이 궁금했던 것인지 가장자리로 이동해서는 스탠딩 화분을 확 잡아당겼다고 한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엄마아빠도 모르시다가 놀란 영우가 엥 우는 소리에 그 상황을 파악하셨다. 덕분에 왼쪽 콧망울부터 오른쪽 이마까지 스크래치가 생기고 왼쪽 콧망울은 피멍인건지 까진건지 벌겋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지, 잘못해서 눈이라도 다쳤으면 어쩔뻔했나 모르겠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는게 이래서인가보다. 연고를 발라주고는 있는데 흉은 안생기겠지?

338일 아랫니가 또 납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손가락을 물고 침을 꽤 많이 흘리더니 아랫니 두 개가 살짝 올라왔다. 이가 날때마다 다행이라 느끼는건 영우가 잘 견디고 있다는 것. 이 날 때 많이 힘들어하고 짜증도 많이 낸다는데 영우는 손가락 무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 아랫니 4개, 윗니 2개, 총 6개의 이빨로 오물거리는 영우. 어서 커서 밥먹자.

2015년 2월 4일 수요일

337일 영유아검진

아직 감기가 다 낫지는 않았지만 영우 영유아검진하러 다녀오셨다고 한다. 9개월부터 12개월까지 받는 영유아검진에서 내심 궁금한 것은 역시 키. 지난 4개월부터 6개월까지 받는 영유아검진에서 영우는 66.4cm로 14등을 한 바 있었다. 과연 이번엔?
키 75.4cm로 41퍼센트, 몸무게 10.3kg으로 64퍼센트, 머리둘레 47.3cm로 82퍼센트. 키는 아직 평균에 못 미치지만 지난 번에 비해 퍼센트는 꽤 높아졌다. 그런데, 머리둘레가 82퍼센트? 깜짝 놀래겠다. 영우 뒷통수가 커서 머리둘레가 꽤 크게 나온다. 그래도 얼굴은 작은 편이니까 정말 다행이다. 키도 몸무게도 그럭저럭, 이만하면 잘 크고 있다. 양호해!

2015년 2월 3일 화요일

336일 철벅철벅

엄마가 아빠 드시라고 토마토주스를 식탁 위에 올려놓으시고는 잠깐 거실에서 다른 일을 하고 계셨나보다. '토마토주스'에서 이미 예상이 되었겠지만 영우가 사고를 쳤다. 식탁 옆에 서서 까치발을 들면 손이 식탁 위로 쑥 올라가는데 가장자리에 있던 컵을 툭 친 모양이다. 다행히 컵이 식탁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고 주스만 쏟아진 상태이고 쏟아진 주스는 주방 바닥에도 떨어졌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보았을 영우는 바닥에 떨어진 주스 옆에 앉아 주스를 손으로 철벅철벅. 내가 전화를 건 바로 그 순간 발생한 일이라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엄마한테서 아주 짧게만 설명을 들었는데 철벅거리는 그 모습과 좋아라할 표정이 눈에 선하다. 이런 일이 앞으로 수만가지 생길테지. 요만큼씩만 해라.

335일 오오오오

이종사촌 동생이 이모 편으로 장난감과 책을 보내주었다.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노란 스포츠카. 예전에 기아에서 나왔던 스포츠카 엘란을 본따 만든 것이다. 차를 바닥에 놓고 힘을 주어 끌어당기거나 밀고난 후 놓으면 차가 해당 방향으로 움직인다.
처음 차를 밀 때에는 소리가 요란해서 좀 무서워하는가 싶더니, 스스로 움직이는 차를 보고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오오오오~' 움직이는 차를 시선이 따라가며 어른처럼 오오오오 하는데 입모양까지 그럴싸한 것이 어찌나 웃기던지. 어쩜 그런건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는건지 모르겠다. 몇 번을 반복해도 오오오오 신난 영우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운 어른들.

330일 감기

사촌오빠 아이가 콧물을 줄줄 흘렸다더라니, 영우도 콧물감기에 걸려버렸다. 속상한지고. 왜 어린아이 있는 집에 감기를 달고 놀러오는지 괜스리 원망스럽다.
콧구멍에 콧물이 방울방울 맺힐때 잠깐 귀엽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 콧물이 줄줄 흐르니 안쓰럽다. 콧물 빼주는건 너무 싫어하는데 코 땜에 잠을 잘 못자니 참 힘든 일이다. 다행히 열이 나지는 않았지만 콧물은 꽤 오래 가다가 얕은 기침으로까지 이어졌다.
열흘은 더 지나고서야 감기가 떨어진 것 같다. 돌 즈음 되면 아이들이 한 번씩 아프다는데 이 감기로 돌치레 끝난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