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와닿지도 않고 불편한 마음이 가득하다. 와튼에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얻는 것을 협상이라고 가르치는건가? 일상의 소소한 것들도 협상이라 생각하고 감정적 지불을 하며 얻어내고 나면 기쁨을 느낄 수 있는건가?


물론 중요한 일과 관련된 협상 사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케이스를 나열해야 책으로 많이 팔릴 수 있으니 가벼운 사례 중심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깨우침을 얻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삐딱한 사람인 것인지 영 마뜩잖다. 아이들과의 일상적인 협상 부분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지만 나머지 사례는 별로.
일상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지불을 하느라 내 감정을 쓰느니 금전적 지불을 하는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그다지 큰 일도 아닌데 그냥 내가 양보하고 말지 싶기도 한 나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이리라. 표정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어려운 모자란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취향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뭔가를 절실하게 원하는 마음이란 것이 어린아이보다도 크지 않기 때문이리라.

독서 모임에서 일상에서의 소소한 협상 성공사례 세 가지를 공유하자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마땅한 사례가 없다. 이렇게 심심하고 밀당없는 인생이라니.
실패한 사례는 있다.
11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10시 45분에 운동을 마치고 10분만에 샤워하고 달려내려가려 계획했는데, 코치가 와플을 먹고 가라고 한다. 아니요. 한 번 거절. 나가다가 붙잡혀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또 한 번 거절. 그러나 질질 끌려와서 억지로 와플이 손에 들려졌고 달디단 아이스티까지 먹어야 했다. 정말 먹기 싫었다면 밤 11시에 밀가루와 당분을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고 말을 하던가, 사실대로 11시에 약속이 있어서 씻고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을 하기 싫어서 그냥 뚱하게 받아먹고 기분 상한티를 내는 꼴이라니. 내려오는 길에 이거 협상책 읽고 있는 사람 맞나싶어 또 자책했다. 나란 인간 모자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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