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수요일

937일 일상

영우가 일어나기 전에 내가 먼저 깨서 거실에 있었는데 영우 방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한다. 아 영우야 왜이리 귀엽니. 영우한테 갔더니 나를 보고는 또 꺄아 소리지르며 즐거운 상태로 기상.
오전에는 자동차를 갖고 노는데 바퀴가 하나 쑥 빠져버렸다. 바퀴를 끼우는 것이 힘이 들지는 않지만 작은 바퀴 구멍에 바퀴축을 끼워야하니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영우는 힘으로 끼우려고 하니 잘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끼우는데 성공했다. 바퀴를 고쳐서 뿌듯한 영우는 자기가 고쳤다며 영우 힘세지 하며 또 한 번 으쓱한다.
오후에는 막내 동생네 부부와 둘째 동생 집에 갔다. 원래는 베이비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에 휴무인 바람에 동생 집에 머물렀는데, 집이 아이에게 최적화되어 있어 베이비 카페 부럽지 않다. 제부가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터라 영우가 갖고 놀만한 장난감도 아주 많았다. 특히 토마스기차와 버스, 막내 동생이 사 온 홈런볼 덕분에 영우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성민이랑 한 공간에서 노는데 해코지를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성민이는 영우형아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궁금한지, 책을 읽고 있으면 어깨너머로 같이 읽고 졸졸 따라다닌다. 둘이 같이 찍힌 사진이 있는데 미어캣 같아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영우는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동안 낮잠을 거의 자지 않았는데(우리만 오면 영우의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된다ㅜㅜ) 이 날은 낮잠을 꽤 오래잤다. 아이랑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 정서에 좋다고 하여 영우가 깰 때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 자니까 아빠가 일부러 깨우셨다. 잠이 덜 깨고 컨디션이 안 좋은 영우는 할아버지가 쉬통을 갖고 오자 자기가 갖고 올건데 할아버지가 갖고 왔다고 울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달랬는데 내가 엄마 아빠 이제 서울 갈게 했더니 또 안돼하며 운다. 진정됐나 싶을때 쯤에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다시 울기 시작하고 비와서 안된다고 하니 또 운다. 결국 우리 가는거 배웅이나 하자고 데리고 나왔는데 잘한건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엄마아빠 서울에서 돈 벌어와서 영우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줘야지 하니까 잠깐 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아니야 하면서 다시 운다. 그런데 바깥에 배웅 나왔을 때는 영우 자꾸 울면 엄마아빠 오지 말라할거라고 하니 잠시 후 울음을 멈추고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히 가세요 한다. 그게 더 짠해서 오는 길에 한참동안 울었네. 휴우, 오랜 시간 함께 보내고 나니 헤어지는 것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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