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5일 월요일

923일 일상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오전에 비가 오지 않길래 동물원에 갔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다시 더워졌다. 유모차를 갖고 다니기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영우를 안고, 유모차를 들고 이동했다. 힘든것까진 괜찮은데 날이 더워서 동물들이 다 실내로 들어가거나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슬픈 사실.
그래도 덥다고 목욕하는 곰을 보기도 했고, 압도적인 사이즈의 코끼리를 보기도 했으니 위안을 삼자.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동물들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영우가 따자야 일어나~라고 외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자고 있는 물개에게 사자야 일어나를 외치기 시작한다. 자기가 사자인줄 안 물개 한 마리가 잠에서 깨어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나저나 영우는 목소리가 매우 커서 살짝 염려가 되려고 한다.
동물원에 가면 가장 좋은 것은 넓은 잔디밭이 있는 것. 영우는 잔디를 밟으며 부들부들하다고 했나보다. 어쩜 그런 표현을 쓰는지 신랑이 참으로 신기해 했는데 알고 보니 어린이집에서 추석맞이로 절구도 찧고 쌀가루도 만져보면서 부들부들하다는 표현을 들었나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놀이방을 가고 싶다고, 노래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집 근처 놀이방에 갔다. 편백나무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전 날 갔던 놀이방이랑 비교되서 애정이 식어버렸다. 밥 먹는 시간이랑 자는 시간이 애매해서 딱 한 시간만 놀고 오는거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다행히 한 시간만에 별 탈 없이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집 앞에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안 내리려고 해서, 차 더 타고 싶다고 해서 차 타고 달리다보면 잠이 들겠지 싶어 드라이브겸 강변을 달렸는데, 예상대로 잠이 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집에 들어가면서 신발을 벗기는 순간 깨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가겠다고 대성통곡. 결국 또 놀이터로 향했다.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네를 타는데 스윙하는 사이 한 아이가 지나가는 바람에 부딪혔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을테지만 놀란 영우는 또 대성통곡을 하고 겨우 진정한 후에 또 그네를 타겠다고 하길래 밀어주는데 그네가 높이 올라가기 시작하니까 무섭다고 우는 것이 아닌가. 높이높이 많이많이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무섭다니. 그래서 속도를 줄이고 내릴 준비를 시키는 중에 영우가 눈물을 닦는다고 한 손을 놓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위험할 속도나 높이는 아니었지만 뻔히 내 눈 앞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 괴롭다. 영우는 또 형아가 나타나서 부딪힐까봐 무서웠단다. 트라우마 생기는 건 아닐테지. 그리고 학교 놀이터에 가고 싶어해서 시소를 탔는데, 보통의 어린이 놀이터는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서 영우 혼자 앉아 있어도 흔들어줄 수 있다. 대신 재미는 없겠지. 학교의 놀이터는 전통적인 시소라, 신랑이 한쪽에 앉고 다른 한쪽에 영우와 내가 앉았는데 꽤나 재미있어한다. 우리도 오랜만에 재미있었네.
저녁 때는 신랑이 영우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꺄르르 넘어간다. 신랑이 목소리에 변화를 주어, 저음으로 고음으로 영우 이름을 불러주니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숨넘어가게 웃는다. 입 안에 밥이 있는데 웃어서 켁하는 바람에 밥 다 먹어야 해준다고 했더니 밥을 삼키고 나서 신랑을 바라보는데 그 기대에 찬 눈빛이란. 별 것도 아닌데 변주를 좀 주었더니 새로웠는지 즐겁게 웃으면서 밥을 다 먹었다.
이제 엄마아빠 서울 갈 시간이라고 하니 영우가 '아니야, 엄마 가지마' 한다. 가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아 짠해라. 우리가 나서기 직전까지 동영상을 보고 있다가 핸드폰을 받아왔더니 또 한바탕 울고는 뚱해있다. 우리가 가기 때문에 뚱해 있는건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오려니 또 짠하다. 이 날 낮잠을 거의 안 자서 저녁에 엄마 힘드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잤나보다. 또 한참 기다려야 만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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