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씩 와서 실내 놀이터에 갔다가 마트에 들러 견인차를 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영우는 털썩 주저앉아 신발을 벗고 다다다다 달려간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자동차차타기. 차 타는게 제일 좋은가보다.
놀이방에서는 계속 동요를 틀어주었는데 아는 노래가 나오면 열심히 따라 부른다. 곰세마리를 부르는데 이제는 제법 박자를 맞춰서 부르는게 아닌가. 시작과 끝을 맞추어 부를 수 있다니. 통통통통 음악이 나오는데 뭔가 집중하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왜 따라부르지 않나 싶었는데, 곧이어 노래를 다 따라부르고 나서는 무슨 노랜지 몰라서 듣고 있었단다. 집에서 듣는 노래랑 반주가 다르니 헷갈렸나보다.
이 놀이방은 지난 번에 성민이와 함께 왔던 36개월 미만의 영유아 전용 놀이방인데, 관리가 잘 되어 마음에 든다. 통밀로 하는 모래놀이가 특히나 마음에 든다. 영우가 주로 노는 곳도 모래놀이 공간과 붕붕카가 있는 공간. 점심이 애매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다. 음식 시켜먹으면서 하루종일 시간 제한 없이 놀 수 있는 신천지였다. 카레와 김밥을 시켰는데 영우도 잘 먹어서 더욱 좋은 기억만 갖게 한다.
요즘 영우를 데리고 오게되면 내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영우를 어떻게 키울지, 퇴근할 때까지 어린이집에 두는 것이 과연 영우에게 좋은 일일지 여러가지 생각이 많다. 그래서 영우한테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4시에 오는데 7시까지 더 놀다가 오면 어때? 했더니 '아니야, 어린이집에서 4시에 와서, 일찍 와서 놀고 싶어'한다. 어린이집에는 놀거리가 많이 없나 싶어서 영우야, 엄마가 궁금한게 있어 했더니 '어떤거' 한다. 이게 문장으로 써놓으니까 참 재미없는데 영우의 표정과 억양이 어른이랑 대화하는 거 같은 느낌이라, 어린 소녀가 뭣이 중헌디라고 반문하는 것을 볼 때의 느낌이랄까, 완전 빵터졌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더니 영우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궁금해한다.
목욕을 시킬 때 얼굴을 먼저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는 순서인데 얼굴을 씻기는건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비누칠한 물 버리고 헹굴 때 다시 얼굴을 씻기곤 하는데 이 날은 왜였을까 그냥 비눗물로 얼굴을 씻겼다. 그러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더러운 물로 얼굴 씻겼다고 얼마나 크게 우는지. 목욕 끝나고 갖고 놀던 바가지를 정해진 장소에 놓는 루틴이 있는데 그걸 아빠가 했다고 또 얼마나 크게 우는지. 취향 파악을 잘 해야겠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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