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일찍 지내게 되어서 9시가 좀 넘어서 대구로 출발하였다. 서울을 나오면서 좀 막히기는 헀지만 그럭저럭 선방하여 도착한 것 같다. 엄마아빠영우는 아직 큰집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짐만 올려다놓고 점심을 해결하러 설빙에 갔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설빙이라니 자영업자에 감정이입되어 안타까운 것은 나 뿐인가.
집으로 돌아가자 막 도착한 영우가 우리를 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미리 우리가 온 흔적을 확인해 둔 것인지 나를 보자마자 손잡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견인차를 가리킨다. 빨간색 소방 견인차에 견인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도 있고, 전에 샀던 앰뷸런스 경찰차 시리즈처럼 소리도 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견인차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항상 갖고 노는데 한편으로는 스푸키도 사주기를 원하고 있다.
동생네가 잠깐 들렀는데 내 핸드폰을 갖고 놀던 영우는 갑자기 시리를 부른다. '시야 사진 좀 찍어줄래' 그랬더니 진짜로 시리가 카메라를 열어준다. 감성작가 나영우는 흑백필터를 사용하여 제부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도 찍고, 정방형으로 바꾸어 할머니와 이모부부 사진도 찍어준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시리를 재소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저런 발음으로 시리를 불러내서 사진까지 찍었다니 정말 웃기다. 태어날 때부터 시리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저녁에는 달을 보러 나갔으나 그간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달을 볼 수 없었다. 옅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여 구름 뒤로 달이 있구나 하는 것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이 크기는 해서, 영우에게 저기 달이 있다고 이야기해줄 수는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학교 운동장까지 나가봤지만 결국 달 보는 건 실패. 그래도 오랜만의 밤마실에 기분 좋은 영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