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수요일

940일 스쿨비 캐리어

동생이 영우 추석선물로 준비한 스쿨비 캐리어가 도착했다. 영우가 소방차를 워낙 좋아하니 원래는 변신하는 로이를 산 모양인데, 추석 물류대란에 걸려 배송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영우한테 이모가 이거 샀다고 보여줬더니 다른 상품들을 휙휙 넘겨보다가 로이 말고 스쿨비 캐리어가 좋다고 했단다. 아마 상품 광고 이미지에는 캐리어만 있는게 아니라 폴리 친구들이 캐리어 안을 꽉 채우고 있었을테니 그게 갖고 싶었을테지.
집에 있는 작은 자동차들 만으로도 5개 공간 정도는 채울 수 있다. 스쿨비 캐리어에는 다이캐스트 시리즈가 들어가는데 사촌에게서 받은 스쿨비와 전에 샀던 맥스 덕분에 조금이나마 구색이 갖춰졌다. 지난 주 영우가 견인차 갖고 싶어할 때 동생은 아마 내가 스푸키를 사줄거라 생각하고 엄마아빠가 목요일(추석)에 스푸키 사주실거야라고 한 거 같다. 추석연휴 4일 중 3일을, 문득 생각날 때마다, 엄마 목요일에 스푸키 견인차 사주세요라고 하였는데 대답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영우야 이제 스푸키를 포함하여 8개의 폴리 친구가 있단다. 조금만 기다리렴. 영우가 알만한 친구들로 고르느라 엄마 힘들었단다.

939일 엄마 아파?

오후에 갑작스레 배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앉아 있기 힘들어서 조퇴를 했다. 때마침 영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신랑이랑 먼저 통화를 해서 내가 아픈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엄마 아파? 하고 물어보길래 주사 맞고 수액 맞았다고 하니까 주사를 어떤거 맞았어? 또? 수액도 맞았어? 아파? 어뜨케? 하는데 성인이 아픈 사람한테 물어보는 것마냥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한다. 동생이 옆에서 엄마 아프지 마세요. 힘내세요. 하라고 시켰더니 '아프지 말고 힘내세요' 한다. 이 와중에 이모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접속사를 사용하여 변형된 문장을 말한 것에 깜짝 놀란다.

937일 일상

영우가 일어나기 전에 내가 먼저 깨서 거실에 있었는데 영우 방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한다. 아 영우야 왜이리 귀엽니. 영우한테 갔더니 나를 보고는 또 꺄아 소리지르며 즐거운 상태로 기상.
오전에는 자동차를 갖고 노는데 바퀴가 하나 쑥 빠져버렸다. 바퀴를 끼우는 것이 힘이 들지는 않지만 작은 바퀴 구멍에 바퀴축을 끼워야하니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영우는 힘으로 끼우려고 하니 잘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끼우는데 성공했다. 바퀴를 고쳐서 뿌듯한 영우는 자기가 고쳤다며 영우 힘세지 하며 또 한 번 으쓱한다.
오후에는 막내 동생네 부부와 둘째 동생 집에 갔다. 원래는 베이비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에 휴무인 바람에 동생 집에 머물렀는데, 집이 아이에게 최적화되어 있어 베이비 카페 부럽지 않다. 제부가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터라 영우가 갖고 놀만한 장난감도 아주 많았다. 특히 토마스기차와 버스, 막내 동생이 사 온 홈런볼 덕분에 영우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성민이랑 한 공간에서 노는데 해코지를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성민이는 영우형아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궁금한지, 책을 읽고 있으면 어깨너머로 같이 읽고 졸졸 따라다닌다. 둘이 같이 찍힌 사진이 있는데 미어캣 같아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영우는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동안 낮잠을 거의 자지 않았는데(우리만 오면 영우의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된다ㅜㅜ) 이 날은 낮잠을 꽤 오래잤다. 아이랑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 정서에 좋다고 하여 영우가 깰 때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 자니까 아빠가 일부러 깨우셨다. 잠이 덜 깨고 컨디션이 안 좋은 영우는 할아버지가 쉬통을 갖고 오자 자기가 갖고 올건데 할아버지가 갖고 왔다고 울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달랬는데 내가 엄마 아빠 이제 서울 갈게 했더니 또 안돼하며 운다. 진정됐나 싶을때 쯤에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다시 울기 시작하고 비와서 안된다고 하니 또 운다. 결국 우리 가는거 배웅이나 하자고 데리고 나왔는데 잘한건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엄마아빠 서울에서 돈 벌어와서 영우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줘야지 하니까 잠깐 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아니야 하면서 다시 운다. 그런데 바깥에 배웅 나왔을 때는 영우 자꾸 울면 엄마아빠 오지 말라할거라고 하니 잠시 후 울음을 멈추고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히 가세요 한다. 그게 더 짠해서 오는 길에 한참동안 울었네. 휴우, 오랜 시간 함께 보내고 나니 헤어지는 것도 힘들다.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936일 일상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영우를 데리고 키즈카페로 갔다. 이 친구들은 작년 추석에도 만났었는데, 그 때는 놀이방이 있는 레스토랑에 갔었더랬다. 처음으로 그런 놀이방에 가 본 영우는 정신 없이 놀았지만 큰 아이들이 많아서 혹시나 다칠까봐 내내 따라다녀야만 했다. 이번에 간 키즈카페는 릴리펏 카피인듯, 프리미엄 키즈카페를 표방하여 곳곳에 돌보미들이 놀아주는 곳이다. 이제 영우도 혼자 제법 잘 놀고, 친구의 아이가 함께 놀아주길 기대했고, 돌보미도 있으니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겠지 싶었으나 영우는 계속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프랭크가 있는 다른 놀이방에 가자고 한다. 아마 이 곳은 큰 아이들이 많아서 놀기 불편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자 적응이 완료되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찌나 잘 노는지, 다음 예약 손님들을 위해 나가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남아서 노는 진상남이 되었다. 영우보다 한두 살 정도 많은 아이들에게 딱 적당할 것 같은 키즈카페였지만 영우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잡아주는 내 손을 뿌리치고 세면대 앞에 놓인 계단을 스스로 밟고 올라가 손을 씻고난 후 정말 뿌듯해했다.
세 시간을 잘 놀고 돌아오는 길에 영우는 잠이 들었다. 비도 오고 해서 내릴 때 깰까봐 어딘가 들러 영우가 깰 때까지 커피라도 마시고 있을 생각으로 설빙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안전벨트를 푸는 순간, 풀지 말라고 내 손을 턱 잡더니 영우가 제일 좋아하는 경찰차를 보러 갈거란다. 요즘은 차 타는걸 좋아하고 아빠 차로 어딘가 멀리 가고싶어한다. 그렇게 잠이 깨는 바람에 그냥 설빙에서 인절미토스트와 우유를 먹였다. 키즈카페에도 식사가 있었지만 영우는 피자빵 조금과 맨밥만 먹었는데 토스트는 엄청 잘 먹었다.
집에서는 작은 형님이 사서 보내주신 번챔이라는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영우가 만들어달라는 것들, 주로 자동차와 중장비차들을 우리가 만들어주기도 하고, 영우가 액세서리류는 붙이기도 하고, 오물조물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영우가 만든 첫 작품은 이거다. 클라스틱 괴물. 나름 귀여운데?

















그리고 팽이를 갖고 놀았는데 매번 신랑한테 팽이 돌려달라고만 하다가 이번에는 영우가 직접 돌린다. 어라, 그런데 제법 오랫동안 돌아간다. 우리가 보기에도 잘 돌린다 싶을 정도니 영우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기분 좋을 때 영우 특유의 어깨를 으쓱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행동이 있는데 저녁 내내 세레모니가 끝나지 않는다. 팽이 돌리고 세레모니하고의 반복. 예전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 다루는 법이 변하는 것을 볼 때면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935일 일상

엄마아빠가 시골에 가셔서 점심은 나가서 사먹기로 했으나 문 연 곳이 별로 없다. 의외로 집 바로 앞의 칼국수 집이 문을 열어서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신랑이 영우를 안아서 갔더니 발버둥을 치며 운다. 영우가 우산 쓰고 걸어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안아서 데려갔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한참을 우는데 이 땡깡을 어쩌나.
영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신발 벗고 들어가는 작은 식당은 다른 손님들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거기다 한참 울고나니 배가 고픈지(사실은 밥 때를 많이 놓쳐서) 밥은 언제 주냐고 재촉을 한다. 사장님한테 식사준비 됐냐고 물어보라고 하니 정말로 큰 소리로 '사장님 식사준비 됐어요?' 한다. 다른 손님들은 빵 터지는데 사장님 할아버지는 쏘쿨하여 대꾸는 커녕 힐끗 쳐다보고 할 일 하신다. 그렇게 밥 찾더니 막상 밥이 나오니 몇 숟갈 받아먹고는 견인차랑 노느라 바쁘다. 식당에 어린이집 친구인 미주네 가족이 왔는데 벌써 그 식당에서만 두 번 만났다. 칼국수와 만두를 잘 먹는 미주가 또 부러워지는 시점.
오후에는 동생네와 큰 집에 갔다. 장난감이 있으니 어디를 가도 잘 논다. 전 날도 큰집에서 도윤이와 서로의 장난감을 가지고 잘 논 모양인데(사실은 도윤이 형아를 울렸다고 하지 ㅜㅜ) 이 날도 견인차와 함께 노래를 몇 곡이나 해가며 잘 논다. 조카 성민이는 태어나서 처음 큰집에 간거였는데 낯도 안가리고 최고로 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둘 다 씩씩하게 잘 크기를.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934일 추석

차례를 일찍 지내게 되어서 9시가 좀 넘어서 대구로 출발하였다. 서울을 나오면서 좀 막히기는 헀지만 그럭저럭 선방하여 도착한 것 같다. 엄마아빠영우는 아직 큰집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짐만 올려다놓고 점심을 해결하러 설빙에 갔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하는 설빙이라니 자영업자에 감정이입되어 안타까운 것은 나 뿐인가.
집으로 돌아가자 막 도착한 영우가 우리를 보고는 소리를 지른다. 미리 우리가 온 흔적을 확인해 둔 것인지 나를 보자마자 손잡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견인차를 가리킨다. 빨간색 소방 견인차에 견인할 수 있는 작은 자동차도 있고, 전에 샀던 앰뷸런스 경찰차 시리즈처럼 소리도 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견인차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항상 갖고 노는데 한편으로는 스푸키도 사주기를 원하고 있다.
동생네가 잠깐 들렀는데 내 핸드폰을 갖고 놀던 영우는 갑자기 시리를 부른다. '시야 사진 좀 찍어줄래' 그랬더니 진짜로 시리가 카메라를 열어준다. 감성작가 나영우는 흑백필터를 사용하여 제부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도 찍고, 정방형으로 바꾸어 할머니와 이모부부 사진도 찍어준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시리를 재소환하는데 실패했지만 저런 발음으로 시리를 불러내서 사진까지 찍었다니 정말 웃기다. 태어날 때부터 시리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저녁에는 달을 보러 나갔으나 그간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달을 볼 수 없었다. 옅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여 구름 뒤로 달이 있구나 하는 것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이 크기는 해서, 영우에게 저기 달이 있다고 이야기해줄 수는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학교 운동장까지 나가봤지만 결국 달 보는 건 실패. 그래도 오랜만의 밤마실에 기분 좋은 영우.

933일 가족들과의 통화

명절 연휴의 시작.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여 영우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성빈이 형까지 다 불러보며 영우는 즐겁다. 사람들이 많고 고모들의 리액션이 좋으니 영우는 신이나서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노래도 세 곡이나 부르고, 만들어놓은 장난감도 보여주고, 종알종알 말도 많이 한다.
무엇을 보면서였더라. 신랑이 빨간색을 가리키며 레드라고 했더니 영우가 '아빠 레드 아니야, 렛'한다. 3살 아들에게 영어 발음 지적당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색깔을 영어로 말하는 영우를 보고 신기한 고모들이 영우야 그럼 흰색을 뭐라고 해? 화이트 맞아? 했더니 고객를 끄덕이며 '화이트 카더라' 하는데 영어와 사투리의 조화에 다들 빵 터진다.
한참 통화를 하던 중에 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인사 안해도 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니 인사 안하고 그냥 끊자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끊자고 했더니 끊기 싫다고 인사 하기 싫다고 울기 시작한다. 더 통화하고 싶으니 작별 인사 안해도 되냐고 묻는거였나보다. 울어서 모두를 짠하게 한 영우는 곧 재롱을 떨면서 한참을 놀다가 고개를 까딱하며 '영우 잘했지' 하는 애교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영우 잘하지, 힘세지, 잘먹지, 하며 확인 받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931일 지진

경주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지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 발생하였다. 대구는 진원지와 가까우니 진동이 꽤 컸을테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거다.
야근하던 제부는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하고, 집에서 조카와 함께 있던 동생은 건물 무너지는거 아닌가 깜짝 놀라서 엄마에게 전화했다고 하고, 엄마 집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막내 동생은 그나마 땅을 밟고 있던 중이라 진동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고 한다. 영우는 집이 흔들리고, 충전중이던 아이패드 화면이 갑자기 켜지고 하니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 다리를 잡고 울었다고 한다.
몇 분 후의 여진은 강도가 더 세서 결국 식구들도 집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나도 사무실에서 살짝 흔들리는걸 느끼기는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재난에 참 무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진같은 재난은 정말 엄청난 일인데. 국민안전처의 대응 등으로 말이 많은데, 다시 한 번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느낀다. 첫번째 지진에 무서워서 울었던 영우는 곧 안정을 찾고 소리를 꺅꺅 지르며 잘 놀고 있었더랬다. 안심.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8월의 문화생활


스파르타쿠스.
봄에 보았던 국립발레단의 갈라에서 스파르타쿠스의 역동적인 무대가 너무 멋져서 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엄청 인기가 많은 공연이었나보다. 국립발레단의 정기 레퍼토리라고 생각했는데 4년만에 하는 공연인데다 국립극장에서 하는 바람에 티켓 가격도 싼 영향이었을까. 전석 매진이었다. 신랑도 보고싶어했던 공연이었는데 숙정이가 발레 카페에서 양도표를 구해줘서서 신랑은 배신하고 숙정이랑 보러갔다.
그런데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았다. 극의 특성상 발레리노들의 역할이 많고 홍보도 짐승남을 강조하길래 멋진 군무를 기대했는데,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대신할만큼 멋진지 모르겠다. 게다가 김기완을 보면서 발레리노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는지 웬만해서는 감동이 없다. 나중에 김기완이 올린 자기 공연 동영상을 보니, 저 장면이 이렇게 멋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 담에 신랑이랑 보러 갈때는 김기완 공연으로 골라봐야지. 발레 예매의 단점은 캐스팅을 보고 예매하려면 이미 좋은 좌석은 다 예매가 끝나버리는 것.    

4월의 너의 거짓말.
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 클래식을 주제로 하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신랑이 먼저 보고 강추해서 보게되었는데 나는 그냥 쏘쏘, 역시 노다메 칸타빌레만한게 없다.
피아노 치는 중학생 남자아이와 바이얼린 켜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인데, 신랑은 그 아이들의 감정선에 몰입하여 눈물도 흘리면서 봤나보다. 쇼팽의 선율과 절묘한 영상 구성에 가슴 절절했나보다.
그런데 나는 중학생 남자아이의 죽은 엄마 마음에 이입이 되는 바람에 핀트가 어긋난채로 보게 되어서 별 감동이 없었다.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던 신랑은 실망, 더 이상 소녀소녀한 감성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을 깨달은 나는 절망.

930일 일상

영우는 크려고 하는지 요즘 엄청 많이 먹는다고 한다. 낮잠 자기 전에 사과를 먹겠다고 하길래 자고 일어나면 맛있는거 줄게 했더니 맛있는거 뭐 줄건데? 라고 되물어서 할머니를 빵 터지게 했단다. 사과도 먹고, 복숭아도 먹고, 포도도 먹고, 밤도 먹었단다. 영우 키의 3cm는 할머니의 지분일듯. 나랑 같이 살면 과일이고 간식이고간에 쫄쫄 굶는거 아니려나.
오후에는 할아버지랑 학교에 놀러가서 모래놀이를 했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주워와서 모래위에 꽂기도 하고 모래를 조물조물하다가 퍼나르기도 한다. 잘 놀다가 모래를 한움큼 쥐어서 날리는 바람에 모래를 뒤집어썼다. 게다가 모래 묻은 손으로 머리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기까지. 뭐, 그렇게 모래 덮어쓰며 노는건 괜찮다. 그러나 얼마 전 아파트 화단에서 흙장난 하다가 독극물에 오염되어 있어 쓰러진 아이들 기사가 생각나며 모래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검사결과 이 학교는 괜찮다고 하기는 하는데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 나쁜 물질 들어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다. 영우 엉덩이 닦아주는 물티슈에 세균도 기준치의 4000배가 넘는다는데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 모양인가.
요즘은 제법 통화를 오래 할 수 있다. 이 날은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곰 세마리 노래를 불러주고 새로운 노래도 하나 더 불러주었다. 방방이를 뛰는데 오른쪽 다리를 들썩거리기도 하고, 한쪽 팔로 다른 쪽 팔을 툭툭 치는 퍼포먼스를 한다. 놀이방에서 방방이 뛸 때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기억에 따라하는걸까? 생각할수록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2016년 9월 9일 금요일

927일 갖고 놀고 싶어

화상 통화를 하는데 토마스를 보여달라고 하길래 토마스보다 좋은 거 보여주겠다며 전 날 산 견인차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견인차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영우 옆자리를 톡톡 치며 여기 갖다달라고 한다. 지금은 갖다줄 수 없고 다음 주에 갖고 가겠다고 했더니 갖고 놀고 싶어하면서 입술을 씰룩씰룩하다가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씰룩씰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우는 모습만 찍혔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울려버렸네. ㅜㅜ

926일 Mommy finger

아침에 아빠가 동영상을 올려주셨는데 영우가 뭔가 노래를 하고 있다. 영우가 처음 불러보는 노래였는데 듣고 있자니 무슨 노랜지 알겠는거다.
Mommy finger, mommy finger, where are you? Here I am, Here I am. How do you do?
영어 시간에 배운 모양인데 대충 발음도 비슷하고 음정은 꽤나 정확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이고 신기해라.
저녁에는 마트에 가서 견인차를 샀다. 영우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스푸키와 소방 견인차 중에서 고르라고 했는데 당연히 소방 견인차이지. 근데 의외로 흥분하지 않고 쿨하게 이거할래 한다. 우리 배경으로 보이는 장난감들 때문에 시선을 뺏긴건가. 여튼, 요즘 소소하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고 있는데 내가 세트로 다 모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당혹스럽다.

925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송편만들기를 했다. 송편피에 완두콩을 직접 넣어 만들었나본데 꽤나 집중해서 만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걸 쪄서 집에다가도 보내주셨나보다. 명절 이벤트도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이 이런 행사를 할 것 같은데 선생님이 얼마나 일이 많을지에 더 감정이입되는 것은 직업병인다.
통화를 하면서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노래를 한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한글이란다. 지난 주에 영우가 이상한 발음으로 말을 하길래 장난 치는줄 알고 같이 따라해줬는데 알고 보니 받침을 빼고 발음하는거였나보다. 하아버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동생이 받침 떼고 발음하는 중이란 것을 캐치했나보다. 이야, 자음도 알고 모음도 아는건가 신기했는데 받침도 알다니, 받침 떼고 발음하는게 놀이라니, 신기하다.

2016년 9월 5일 월요일

923일 일상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오전에 비가 오지 않길래 동물원에 갔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다시 더워졌다. 유모차를 갖고 다니기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영우를 안고, 유모차를 들고 이동했다. 힘든것까진 괜찮은데 날이 더워서 동물들이 다 실내로 들어가거나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슬픈 사실.
그래도 덥다고 목욕하는 곰을 보기도 했고, 압도적인 사이즈의 코끼리를 보기도 했으니 위안을 삼자.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동물들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영우가 따자야 일어나~라고 외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자고 있는 물개에게 사자야 일어나를 외치기 시작한다. 자기가 사자인줄 안 물개 한 마리가 잠에서 깨어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나저나 영우는 목소리가 매우 커서 살짝 염려가 되려고 한다.
동물원에 가면 가장 좋은 것은 넓은 잔디밭이 있는 것. 영우는 잔디를 밟으며 부들부들하다고 했나보다. 어쩜 그런 표현을 쓰는지 신랑이 참으로 신기해 했는데 알고 보니 어린이집에서 추석맞이로 절구도 찧고 쌀가루도 만져보면서 부들부들하다는 표현을 들었나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놀이방을 가고 싶다고, 노래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집 근처 놀이방에 갔다. 편백나무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전 날 갔던 놀이방이랑 비교되서 애정이 식어버렸다. 밥 먹는 시간이랑 자는 시간이 애매해서 딱 한 시간만 놀고 오는거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다행히 한 시간만에 별 탈 없이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집 앞에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안 내리려고 해서, 차 더 타고 싶다고 해서 차 타고 달리다보면 잠이 들겠지 싶어 드라이브겸 강변을 달렸는데, 예상대로 잠이 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집에 들어가면서 신발을 벗기는 순간 깨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가겠다고 대성통곡. 결국 또 놀이터로 향했다.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네를 타는데 스윙하는 사이 한 아이가 지나가는 바람에 부딪혔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을테지만 놀란 영우는 또 대성통곡을 하고 겨우 진정한 후에 또 그네를 타겠다고 하길래 밀어주는데 그네가 높이 올라가기 시작하니까 무섭다고 우는 것이 아닌가. 높이높이 많이많이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무섭다니. 그래서 속도를 줄이고 내릴 준비를 시키는 중에 영우가 눈물을 닦는다고 한 손을 놓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위험할 속도나 높이는 아니었지만 뻔히 내 눈 앞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 괴롭다. 영우는 또 형아가 나타나서 부딪힐까봐 무서웠단다. 트라우마 생기는 건 아닐테지. 그리고 학교 놀이터에 가고 싶어해서 시소를 탔는데, 보통의 어린이 놀이터는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서 영우 혼자 앉아 있어도 흔들어줄 수 있다. 대신 재미는 없겠지. 학교의 놀이터는 전통적인 시소라, 신랑이 한쪽에 앉고 다른 한쪽에 영우와 내가 앉았는데 꽤나 재미있어한다. 우리도 오랜만에 재미있었네.
저녁 때는 신랑이 영우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꺄르르 넘어간다. 신랑이 목소리에 변화를 주어, 저음으로 고음으로 영우 이름을 불러주니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숨넘어가게 웃는다. 입 안에 밥이 있는데 웃어서 켁하는 바람에 밥 다 먹어야 해준다고 했더니 밥을 삼키고 나서 신랑을 바라보는데 그 기대에 찬 눈빛이란. 별 것도 아닌데 변주를 좀 주었더니 새로웠는지 즐겁게 웃으면서 밥을 다 먹었다.
이제 엄마아빠 서울 갈 시간이라고 하니 영우가 '아니야, 엄마 가지마' 한다. 가지 말라는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아 짠해라. 우리가 나서기 직전까지 동영상을 보고 있다가 핸드폰을 받아왔더니 또 한바탕 울고는 뚱해있다. 우리가 가기 때문에 뚱해 있는건 아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오려니 또 짠하다. 이 날 낮잠을 거의 안 자서 저녁에 엄마 힘드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잤나보다. 또 한참 기다려야 만나겠구나.

922일 일상

비가 조금씩 와서 실내 놀이터에 갔다가 마트에 들러 견인차를 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영우는 털썩 주저앉아 신발을 벗고 다다다다 달려간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자동차차타기. 차 타는게 제일 좋은가보다.
놀이방에서는 계속 동요를 틀어주었는데 아는 노래가 나오면 열심히 따라 부른다. 곰세마리를 부르는데 이제는 제법 박자를 맞춰서 부르는게 아닌가. 시작과 끝을 맞추어 부를 수 있다니. 통통통통 음악이 나오는데 뭔가 집중하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왜 따라부르지 않나 싶었는데, 곧이어 노래를 다 따라부르고 나서는 무슨 노랜지 몰라서 듣고 있었단다. 집에서 듣는 노래랑 반주가 다르니 헷갈렸나보다.
이 놀이방은 지난 번에 성민이와 함께 왔던 36개월 미만의 영유아 전용 놀이방인데, 관리가 잘 되어 마음에 든다. 통밀로 하는 모래놀이가 특히나 마음에 든다. 영우가 주로 노는 곳도 모래놀이 공간과 붕붕카가 있는 공간. 점심이 애매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있다. 음식 시켜먹으면서 하루종일 시간 제한 없이 놀 수 있는 신천지였다. 카레와 김밥을 시켰는데 영우도 잘 먹어서 더욱 좋은 기억만 갖게 한다.
요즘 영우를 데리고 오게되면 내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영우를 어떻게 키울지, 퇴근할 때까지 어린이집에 두는 것이 과연 영우에게 좋은 일일지 여러가지 생각이 많다. 그래서 영우한테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4시에 오는데 7시까지 더 놀다가 오면 어때? 했더니 '아니야, 어린이집에서 4시에 와서, 일찍 와서 놀고 싶어'한다. 어린이집에는 놀거리가 많이 없나 싶어서 영우야, 엄마가 궁금한게 있어 했더니 '어떤거' 한다. 이게 문장으로 써놓으니까 참 재미없는데 영우의 표정과 억양이 어른이랑 대화하는 거 같은 느낌이라, 어린 소녀가 뭣이 중헌디라고 반문하는 것을 볼 때의 느낌이랄까, 완전 빵터졌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더니 영우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궁금해한다.
목욕을 시킬 때 얼굴을 먼저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는 순서인데 얼굴을 씻기는건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비누칠한 물 버리고 헹굴 때 다시 얼굴을 씻기곤 하는데 이 날은 왜였을까 그냥 비눗물로 얼굴을 씻겼다. 그러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더러운 물로 얼굴 씻겼다고 얼마나 크게 우는지. 목욕 끝나고 갖고 놀던 바가지를 정해진 장소에 놓는 루틴이 있는데 그걸 아빠가 했다고 또 얼마나 크게 우는지. 취향 파악을 잘 해야겠네 그려.

2016년 9월 4일 일요일

921일 로드롤러와 견인차

영우가 어린이집에 있는 사이에 로드롤러가 도착하였다. 집에 도착한 영우는 로드롤러를 보고 너무 좋아서 푹 빠져들었나보다. 그래서 한달 여만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저녁에 통화하면서 엄마가 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영우가 할머니 얘기하지마 한다. 할머니 입을 막으려고 한다. 녀석, 부끄러운 줄은 아는가보구나.
그렇게 좋아해놓고는 영우 로드롤러 많이 좋아? 했더니 조금 좋아 하더란다. 오줌 쌀 정도로 갖고 놀았으면서 왜 조금 좋아 했더니 견인차가 있어야 많이 좋아 하더란다. 이제 로보카 폴리 시리즈를 다 내놓으라고 할 기세로군.
이 날은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아버지란 말을 한다. 아버지 어디있어요? 해서 아빠가 아버지지, 했더니 아빠가 아버지고 오빠야? 한다. 아주 예전에 내가 신랑한테 오빠라고 하는 것을 듣고 아빠가 오빠야? 하더니 그 기억이 남아있나보다.

920일 계획세우기

신랑이랑 통화를 하면서 전화 끊고 뭐할거야? 했더니 전화 끊고 아이패드하고 자고, 일어나서 아침 먹고 어린이집 갈거야. 이런 장기계획을 세우다니.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되는 것을 알고 있는게 맞구나. 신기방기하다.

919일 로드롤러 사주세요

영우가 신랑한테 전화해서 '눌르는 롤러 사주세요. 로드롤러 사주세요. 힘센 차에 나오는 로드롤러 사주세요.' 했다. 물론 스스로 저렇게 잘 이야기한 건 아니고, 신랑이 잘 못알아들으니 옆에 있던 막내 동생이 계속 영우야 이렇게 이야기해 하면서 지도해준 것이다.
동생의 설명을 들어보니, 힘센 차 동영상을 보면서 자동차가 하나하나 소개될 때마다 영우가 갖고 있는 자동차를 갖고 와서 신나하다가, 크레인과 로드롤러가 없으니 침울한 표정을 짓더란다. 그러다 크레인은 있다면서 로드롤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단다.
로드롤러가 얼마나 중요한 중장비차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나름대로 로드롤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길래 신랑이 어 그래, 땅을 평평하게 눌러주는거야라고 이야기해주니, 아~ 맞다맞다 하는데 어찌나 웃긴지. 대구 내려갈 때 갖고 가려고 야심한 시각에 마트까지 가서 로보카 폴리의 친구인 맥스를 찾아보았는데, 딱 맥스만 없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