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2일 일요일

628일 할머니 할아버지 없는 1박 2일

영우가 지난 겨울 고구마를 잘 먹는 것을 보고, 엄마가 영우 먹이겠다며 올해 고구마를 심어두셨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고구마를 캐야해서 엄마아빠는 1박2일 시골로 출동하셨다. 오랜만에 영우랑 같이 자는 날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졸리는게 분명한데 억지로 억지로 안자려고 해서 낮잠을 토닥거리며 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오랜만에 힙시트에 앉혀서 재웠다. 5분만에 꿈나라로 가서는 두 시간 이상 잘 잤다. 노는 중에는 문득 문득 할머니가 생각나는지 할무니를 찾아서 방을 이리저리 다니기도 하고 현관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저녁때 동생이 잠시 들렀는데 영우는 저녁을 먹은 직후였음에도 김밥을 잘 받아먹었다. 이것저것 잘 먹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밤잠을 잘 때가 되어서는 할머니가 안계시다는 사실은 받아들인듯 했으나 계속 할머니를 찾으며 운다. 울다가도 다른 이야기를 해주면 잠시동안은 정신이 팔리는데, 영우 김밥 먹었지, 김도 먹고 우엉도 먹고 참치도 먹고 당근도 먹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참치, 우엉, 따라하며 잠시 울음을 멈춘다. 이리저리 구슬려서 재우기는 했는데 밤새 깰때마다 할머니를 찾으며 한참 울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재우느라 힘들기도 하고. 아침에도 깨서 한참을 울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럭저럭 잘 보내기는 했지만 출장 후유증에 잠을 제대로 못잔 바람에 엄마아빠가 오신 후엔 영우 맡겨놓고 낮잠을 잤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자버렸다. 1박 2일 보내면서 영우 데리고 밖에 나가지 못한게 뒤늦게 아쉽다. 짧은 가을이 끝나기 전에 단풍도 보고 사진도 찍어주고 싶었는데 힘들다고 집 밖을 나가지도 않았으니ㅜㅜ 정작 영우는 집안에서도 신나게 놀지만 나는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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