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영우가 서울에서 친척들과 맞이하는 첫번째 추석이다. 6촌 누나, 형, 동생을 만나자마자 오랫동안 만나왔던 것처럼 위화감 없이 놀기 시작한다. 말도 잘 하고 떼를 쓰지도 않으니 어른들이 귀여워해주신다.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다같이 동네 놀이터에 나가놀았다. 놀이터에 수돗가가 함께 있어서 아빠한테 물을 떠달라고 하고는 모래에다 붓더니 페파피그 진흙탕처럼 첨벙첨벙을 했다고 한다. 무창포에서도 장화 신고 갯벌에서 첨벙첨벙을 하긴 했지만, 물놀이 하는 곳도 아닌데 신발을 다 버릴 줄이야ㅜㅜ
집에 갔다가 다시 오기 애매할 것 같아서 여벌옷은 준비했는데 여벌신발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다시 집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막내삼촌이 오셨는데 장난기 많은 막내삼촌이 영우한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헤어질 때 정말로 형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표정은 정말 형님인가 싶은 혼돈의 도가니.
저녁에는 어머님 댁에서 모였다. 작은 형님이 영우 선물로 레고를 사다주셨는데, 레고를 만들면서 집중력이 엄청나다. 막내이모가 레고를 한 번 선보여주기를 했었지만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건 또 다른 일이라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설명서를 보면서 부품을 찾아서 맞추려는 시도를 제법 해낸다. 밥 먹는 시간 빼고 서너시간을 꼼짝도 않고 레고만 한 것 같다. 자동차 하나 조립을 남겨두고 집에 돌아오는데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이렇게 레고의 시대가 열리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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