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기네 집이 용산으로 이사를 해서 은기네 집에 모여서 불꽃을 보기로 하였다. 서울에 간다고 하면 일정 하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지! 그리하여 오후에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갔다.
아쿠아리움은 어린이 무료티켓이 있어서 어른 비용만 내면 되는거였는데, 둘 다 들어갈 필요 있겠나 싶어서 나랑 영우만 들어갔는데 그것이 패착이었다. 들어가면서 인어공주쇼 광고판을 보고는 인어공주는 언제 나오냐고 묻는다. 스팟마다 스탬프 찍는 것이 있어서 우리는 지금 여기 있고 여기까지 가면 인어공주가 나온다고 했더니 그냥 바로 직진한다. 그래도 중간중간 수달도 보여주고, 니모도 보여주고 했더니 예전에 비해 유심히 들여다보기는 한다. 드디어 만난 인어공주쇼. 세상에,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었구나. 앉을 자리는 아예 없고 서 있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영우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목마를 태우고 십여 분 공연을 관람하였는데, 영우는 신이 나서 박수를 치는데 그때마다 나는 머리가 울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영우가 좋아한다면 그걸로 됐지, 암..ㅜㅜ
영우가 오는 길에 낮잠을 안 자서 혹시나 싶어 갖고 들어온 유모차도 나를 힘들게 한다. 엄마가 힘들 때 기회를 잘 포착한 영우는 솜사탕을 획득하는데 성공, 생애 첫 솜사탕을 맛보았다. 보기 쉽지 않은 매너티 앞에서 사진도 찍고, 펭귄, 상어와 사진도 찍었으면 싶었으나 영우가 너무나 빠르게 이동하여서 아직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구도의 못난 사진들만 남기고 녹초가 되어 나왔다. 먹이체험 등은 못해봤지만, 닥터피쉬도 만져보고, 영우가 좋아하는 실제 현미경으로 플랑크톤도 보고, 인어공주도 보았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었다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해본다.
이어서 용산으로 이동. 영우는 차에 타자마자 꿈나라로 간다. 길이 많이 막혔는데 잠이 들어 다행이다. 용산에 도착해보니 1년에 한 번 있는 대목인지라 동네 골목마다 포장마차들이 엄청 많다. 한강대교에는 사람들이 빽뺵하게 모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 안에서 편히 불꽃축제를 즐길 수 있다니 행운이로군.
첫 번째 국가의 불꽃이 터질 때는 각도가 안 맞아서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빼고 봐야해서 힘들었는데, 그 다음 국가부터는 동쪽으로 한 칸씩 이동이 되어서 한결 볼만했다. 진섭이는 불꽃 터지는 소리가 무서워서 잘 못 보고 들어가서 놀았는데 영우는 무서워하지 않고 불꽃 이쁘다며 꽤나 집중해서 오랜시간 봐주어서 뿌듯한 시간이었다. 이 날 날씨도 꽤 좋아서 베란다에서 문을 열고 보는데 무리도 없었고, 화약 냄새와 연기가 집 쪽으로 오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내년에도 불꽃축제는 은기네 집에서 보는 걸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까봐 은기네 집에서 다 씻기고 옷까지 갈아입히고 왔는데 영우는 잠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집에 와서 더 놀고 싶다고 징징댄다. 집에 가서 무슨 놀이를 하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는데 막상 집에 오니까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우리가 씻고 잘 준비할 동안만 유튜브를 보여줬는데, 다 보고 나니 그 놀이 하자고 했는데 왜 안하냐며 놀이 하고 자겠다고 징징대서 엄청 혼났다. 혼내고 난 후 자러 들어왔는데 아직도 흐느끼는 영우를 보니 미안하긴 하다. 아직 4살밖에 안된 아기인데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엄격하게 대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엄마아빠가 영우 미워서 혼내는게 아니라고 사랑하는거 알지 했더니 안다고는 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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