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일찍 준비해서 나서고 싶었지만 어찌나 피곤한지, 신랑이랑 번갈아가며 자는 바람에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나서게 되었다. 행선지는 봉무공원. 몇 년 전 단풍이 한창일 때 가족들끼리 왔었던 곳인데 작은 호수도 있고 산 밑에 있어서 등산객들도 꽤 많다.
호수의 오리배를 보자마자 영우는 오리배를 타보고 싶어한다. 잠깐 카페에 들러 볕을 쬐며 바나나 주스도 먹고, 오리배에 타서 영우가 직접 운전도 해본다. 작년에도 오리배는 타 보았지만 이제는 좀 컸다고 스스로 기어도 바꾸고 싶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싶고, 가고싶은 방향도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빠지도 같이 있어서 모터보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영우는 배를 사고 싶단다. 빨리 달리는 큰 배를 사고 싶단다. 요즘 아이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먼.
새로 개관한 나비체험관에 가보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과 나비 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꾸며놓았다. 영우는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계단식의 분수를 발견하고는 물이 계단을 따라 뛰어내리는게 신기하다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나비가 꽃을 옮겨다니며 꿀을 빠는 모습도 보았는데 영우는 기억을 하려나, 나중에 좀 더 큰 후에 또 와도 좋을 것 같다.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공원 매점에 앉아 컵라면과 즉석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 우리랑 있으면 밥 먹는 것이 어찌나 부실해지는지. 그래도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녁에는 동생네가 왔는데 성민이를 보고 영우가 퇴화를 한다. 성민이가 기어다니면 영우도 따라서 기어다니고, 제부가 성민이를 안으면 영우도 안기고 싶어 손을 뻗는다. 트램폴린에서 방방 뛰는 영우를 보고 성민이도 흥분해서 같이 뛰는 시늉을 하는데, 성민이에게는 영우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중인가보다. 영우도 성민이를 보고 예쁘다~ 하면서 쓰담쓰담하는데 내 조카라서가 아니라 참 예쁘게 생기긴했다.
밤이 되자 영우 얼굴에 열꽃이 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는데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보기가 안쓰럽다. 게다가 일관되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왜일까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의 추리에 의하면, 출장길에 사온 홍이장군을 먹이려고 했는데 영우가 한두모금 먹고는 맛이 없다고 안 먹었더랬다. 그리고 어른용 홍삼을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 양이 어린이 용량의 두 배나 되는데 한 번에 다 먹어버려서 열이 올라온거 아닌가 싶다고 하셨고 그 생각이 맞는거 같다. 어린이용은 좀 달던데 씁쓸한 어른용이 더 입맛에 맞다니,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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