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가 일어나기 전에 잠이 깨서 영우 옆에 가서 누웠다. 잠시 후에 영우가 일어났는데 울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보자마자 다시 드러눕는다. 마사지를 해달란다. 웃겨라, 일어나자마자 마사지 해달라니. 그렇게 마사지를 해주고는 나도 해달라고 누웠는데 어찌나 짧은지 신랑이 해주는 것보다 더 짧다. 그래도 발가락을 당기는 등의 잠재적인 스킬이 느껴진다. 잘 키워서 훌륭한 마사지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군.
연휴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는데 오전에 비가 안오길래 청도의 와인터널로 향했다. 영우가 자동차도 좋아하고 터널에 반응하니 진짜 터널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아빠 차 타고 이동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지, 이동하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다. 수많은 차들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특히 어제 사다준 폴리친구들 중 테리에 해당하는 큰 트레일러를 두 대나 봐서 더욱 좋아했다.
와인터널 앞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영우에게도 어제 먹던 쿠키를 주었는데, 반쯤 먹다가 쿠키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 표정이 정말.. '어떡해, 영우가 혼자 다 먹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울상을 짓는데 하나 더 준비해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쿠키를 먹는 동안 나도 영우도 모기에 물렸는데 산모기라 그런지 아직도 영우 얼굴에는 흉이 남아 있다. ㅜㅜ
와인터널은 예전에도 한 번 왔었는데 그 때에 비해 예술작품들을 전시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막 전시를 시작한 코스모스 유화 작품이나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부엉이, 물고기 등의 페이퍼 동물들은 생각보다 볼만했다. 소원을 써서 달아두는 이벤트가 있는데 영우가 쓰지 말라고 해서 쓰지 않았다. 원래 쓰려고 했던 것은 '영우야 어서 커서 엄마 아빠랑 와인 마시자'였는데 아쉽. 영우는 어두운 터널에서 좀 무서워하기도 하고, 코스모스를 보며 예쁘다 감상하기도 하고, 음악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다. 신랑한테는 목마를 태워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목마를 좀 무서워하더니 이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게 좋은가보다.
와인터널을 나오면 기찻길이 있다. 영우가 기차가 되어 칙칙폭폭 기찻길을 지나온다. 그랬더니 영우 눈 앞에 포크레인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포크레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바라보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서 이동했다. 뜻밖의 수확.
청도가 감으로 유명해서 낮은 산중턱까지 감나무로 뒤덮여 있는데 그 풍경이 새롭고 목가적이다. 집집마다 낮은 담 너머에 감나무가 있고, 심지어는 가로수도 감나무이다. 사진 한장 찍어놓지 못했지만 가을날에 한 번 와볼 만 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잠든 영우를 어떻게 깨워서 밥을 먹이나 했는데 안전벨트를 푸니 또 바로 깨어나는 영우. 식당 앞에서 메뉴를 보면서 먹고 싶은거 고르라고 했더니 지난 번에도 떠먹는 피자를 먹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떠먹는 피자를 먹겠단다. 잘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잘 먹는다. 게살볶음밥도 잘 먹고 피자도 잘 먹는다. 이렇게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밥을 먹고 나서는 놀이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은 건물에 있는 놀이방에 갔다. 이제는 제법 잘 놀아서 잠깐씩 혼자 두어도 괜찮긴 하지만 이 놀이방에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오는 것 같아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이 날 장착한 신기술은 그네타기인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는 2인용 그네가 있는데 혼자 서서 체중이동하며 타는 것을 배웠다. 점점 몸을 사용하는 것과 균형감각 부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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