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952일 일상

아침밥을 안먹는다. 점심은 제부와 신랑의 생일을 맞이하여 다같이 먹기로 했는데 아침밥 먹어야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말해도 안먹는다. 영우 집에 두고 우리는 나갈거라고 해도 알겠단다. 영우가 밥 안먹어서 엄마아빠 안 올거라고 해도 오지 말란다. 실랑이하기 힘들어서 밥을 먹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는 동영상을 틀어주며, 얼르고 달래며 결국 밥을 먹이신다. 밥을 안먹겠다고 하면 그냥 안먹이고 말지 이렇게까지 먹여야하나 싶은 생각에 애먼 엄마한테 짜증을 부렸다. 애들이 다 그렇지, 애가 뭘 안다고, 먹여야지, 먹여야 하는데 난 왜 그랬을까.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런, 이동하는 중에 잠들어버렸다. 카시트를 풀거나 안고 들어가면 깰 줄 알았는데 새벽에 6시 반부터 일어나서 놀았다더니 깨지를 않는다. 이러다 놀이방 이용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서 전날처럼 대성통곡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밥 먹는 도중에 깨서 놀이방으로 돌진. 미끄럼틀을 거꾸로 기어올라간다고 난리, 회전하는 기구에 올라탔다가 떨어져서 기구에 깔려서 난리, 손잡이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슬라이드를 탄다고 난리다. 얼마나 신났던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여벌옷을 준비해야하는 이유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는 전 날 동생이 선물해준 병원놀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아빠와 이모부들한테 가서 체온을 재고, 입도 벌려보라고 하고, 다짜고짜 주사도 놓아주고, 청진기로 심장박동도 들어본다. 이런 꼬맹이가 뭘 알까 싶다가도 보고 들은 것으로 역할놀이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다.
저녁이 되어 올라갈 준비를 하면서 영우에게 엄마아빠 또 올게 했더니 오지마 한다. 영우가 오지 말라고 해도 엄마아빠는 또 올거야 했는데 오지말고 여기있어 한다. 알고 보니 오지 말라는 것이 갔다가 오지 말고 계속 같이 있자는 뜻이었나보다. 양말을 신으니 양말 신지마 하다가 4분만 있다가 가란다. 아 정말 짠한지. 엄마도 이제는 같이 살 때가 되어가나보다 하신다.
올라오는 길에 사진첩을 보니 영우가 남긴 작품사진들이 엄청 많다. 웃긴건 파노라마 사진, 어쩌다가 파노라마 모드가 눌렸는데 어떻게 찍는지 몰라서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더니 영우의 롱다리 사진을 남겨놓았다.
영우는 이제 노래를 꽤 많이, 그리고 잘 부르게 되어서 혼자 놀면서도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났는데도 내가 아무 반응을 안해주니까 엄마가 애가 노래를 하는데 어찌 아무 반응을 안해주냐고 뭐라하신다. 그러게, 리액션을 먹고 사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밥 먹을 때에도 영우가 한숟갈 먹을 때마다 엄마아빠는 격한 리액션과 폭풍칭찬을 해주시는데 나는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이제는 계단을 올라갈 때 양쪽 발로 한 칸씩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오른 발로 한 칸 올라서면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가지런히 올리고 다시 오른 발로 한 칸 올라갔는데 이제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두지 않고 한 칸 더 올라서게 할 수 있다. 영우는 쑥쑥 크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또 미안한 마음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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