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31일 월요일

974일 가을 소풍

가을 소풍이 예정되어 있어 엄마가 김밥 싸서 도시락도 준비해주셨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실내 놀이터로 장소를 바꾸었다고 한다. 영우는 야외 나들이보다 실내 놀이터가 훨씬 신났을거다.
사진을 보니 놀이방 규모가 굉장히 크고 다양한 놀거리들이 있다. 영우 반 아이들은 놀이방에 많이 안가봤는지, 엄마와 떨어져서 혼자 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는지, 잘 놀지 못하는데 영우는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모든 놀거리를 다 접해보고 왔나보다. 정글짐 같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원장선생님께 물어보니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원장선생님 말대로 해서 스스로 그 곳에 도달한 것이 꽤나 뿌듯했는지 몇 번이나, 손짓까지 해가며 거기 올라갔다고 자랑을 한다.
홈플러스 내부에 상상노리라는 곳인데, 그렇지 않아도 날씨 추워지면 놀이방을 많이 가게 될텐데 덕분에 괜찮은 놀이방을 하나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 합격.

이제 영우와 함께 살 수 있으니 기쁘고 또 기뻐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떨어지면 어떡하나 플랜B를 고민하며 스트레스였는데, 최근에는 어린이집이 되면 어떡하나 스트레스였다. 어린이집이 되면 회사를 그만둘 명분이 없으니까.
회사를 이직한 가장 큰 이유가 어린이집과 10시 출근이었는데, 2년이 지나서야 겨우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사이 나는 지쳐버렸다. 지금이 고비인 것인지, 언제나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인지, 가슴이 답답한 이 상황이 나아지기는 할 것인지, 깨어있는 매 순간마다 괴롭다.
염려되는건 결국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회사를 그만두는데 명분이 왜 필요한가, 내가 견딜 수 없으면 놓으면 되는 것인데. 그러나 나는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972일 칠교놀이

동생부부가 놀러왔는데 영우 네모 만들줄 안다고 자랑으로 시작한 칠교놀이. '네모는 봐봐, 네모를 넣고, 그 다음에 사다리꼴 놓고, 이거 놓고, 삼각형 놓으면 네모가 돼!' 네모를 완성한 후 자신감을 얻고는 세모도 만들겠다고 한다. 엄마가 세모를 만들 수 있으려나 하시던데 역시나 만들기 힘든지 '이거 어렵다, 어려워' 하더니 제부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제부가 7개 모양 중에 세모 하나를 주며 자 세모 하니까 이거 아니고 전부 다 갖고 만들란다. 세모 여러개를 쌓아서 보여주니 이거 아니라며 옆으로 다 펼치라고 화를 낸다. 제부가 매뉴얼을 보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원하는 세모 모양이 안나오자 울기 시작한다. 동생이 매뉴얼 그대로 똑바로 만들어주라고 하니 영우는 옆에서 똑바로 똑바로라고 따라 외치며 감시한다. 제부는 장난쳤을뿐인데 영우의 반응에 당황했을 듯, 그러나 세모를 완성한 후에는 박수를 받았다. 우리도 칠교 선행학습 해야하게 생겼네.

967일 요리사

어린이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칼로 식빵을 반으로 자르고, 잼을 펴 바르고, 치즈와 햄을 반으로 잘라서 올리고, 그 위에 식빵을 올린다. 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매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주셨다. 만드는 과정부터 완성된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까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영우가 만든 샌드위치, 맛있게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재료를 자르던 칼은 위험하지 않은 모양인데 어떤 종류의 칼인지,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965일 일상

전 날 낮잠을 제대로 못자서 일찍 자러 들어가더니 역시나 일찍 일어났다. 나는 못일어나겠어서 신랑이 영우 데리고 거실로 나가고 나는 9시까지 잤다. 신랑과 바통을 이어받아 신랑은 11시까지 잤다. 번갈아 자는 이 모습은 과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겠지.
영우는 아침부터 밥이 먹기 싫단다. 할머니가 밥 먹자고 부르자 '할머니 잠깐만요 좀 놀고요' 하는데 결국 아침밥은 절반가량 남겼다. 우리 없을 때는 정말 밥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만 오면 거의 매끼니 밥먹이는게 큰 일이다.
비가 와서 종일 집에서 노는데 새로운 동영상을 발견했다. 로보카폴리의 영상중 한 컷을 퍼즐로 만들어서 퍼즐을 다 맞추면 해당 영상이 몇 초간 재생되는 것이다. 동영상을 기대했는데 동영상 엔딩이 나오지 않는 것을 잘못 틀었더니만 울기 시작한다. 전 날은 비타민 먹고 싶은데 비타민이 없다고 울었고, 이 날은 낮잠 자고 일어나서 너무 많이 잤다며 울었다. 자기 생각대로 안되면 울음부터 터뜨리는걸 보면 애기는 애기다.
그나저나 낮잠 자고 일어나서는 왜 그렇게 우는거냐고 했더니 너무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너무 많이 자면 왜 우냐고 했더니 놀고 싶은데 많이 자서 우는거란다. 노는게 제일 좋은 3세 나영우.

964일 공원 나들이

원래는 일찍 준비해서 나서고 싶었지만 어찌나 피곤한지, 신랑이랑 번갈아가며 자는 바람에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나서게 되었다. 행선지는 봉무공원. 몇 년 전 단풍이 한창일 때 가족들끼리 왔었던 곳인데 작은 호수도 있고 산 밑에 있어서 등산객들도 꽤 많다.
호수의 오리배를 보자마자 영우는 오리배를 타보고 싶어한다. 잠깐 카페에 들러 볕을 쬐며 바나나 주스도 먹고, 오리배에 타서 영우가 직접 운전도 해본다. 작년에도 오리배는 타 보았지만 이제는 좀 컸다고 스스로 기어도 바꾸고 싶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싶고, 가고싶은 방향도 있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빠지도 같이 있어서 모터보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영우는 배를 사고 싶단다. 빨리 달리는 큰 배를 사고 싶단다. 요즘 아이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먼.
새로 개관한 나비체험관에 가보았는데 규모는 작지만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과 나비 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꾸며놓았다. 영우는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계단식의 분수를 발견하고는 물이 계단을 따라 뛰어내리는게 신기하다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나비가 꽃을 옮겨다니며 꿀을 빠는 모습도 보았는데 영우는 기억을 하려나, 나중에 좀 더 큰 후에 또 와도 좋을 것 같다.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공원 매점에 앉아 컵라면과 즉석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 우리랑 있으면 밥 먹는 것이 어찌나 부실해지는지. 그래도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녁에는 동생네가 왔는데 성민이를 보고 영우가 퇴화를 한다. 성민이가 기어다니면 영우도 따라서 기어다니고, 제부가 성민이를 안으면 영우도 안기고 싶어 손을 뻗는다. 트램폴린에서 방방 뛰는 영우를 보고 성민이도 흥분해서 같이 뛰는 시늉을 하는데, 성민이에게는 영우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중인가보다. 영우도 성민이를 보고 예쁘다~ 하면서 쓰담쓰담하는데 내 조카라서가 아니라 참 예쁘게 생기긴했다.
밤이 되자 영우 얼굴에 열꽃이 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는데 얼굴이 울긋불긋해져서 보기가 안쓰럽다. 게다가 일관되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왜일까 걱정이 되었는데 엄마의 추리에 의하면, 출장길에 사온 홍이장군을 먹이려고 했는데 영우가 한두모금 먹고는 맛이 없다고 안 먹었더랬다. 그리고 어른용 홍삼을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 양이 어린이 용량의 두 배나 되는데 한 번에 다 먹어버려서 열이 올라온거 아닌가 싶다고 하셨고 그 생각이 맞는거 같다. 어린이용은 좀 달던데 씁쓸한 어른용이 더 입맛에 맞다니, 끙.

960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올라온 사진.

영우가 원장선생님에게 달려가서 '원장선생님 준원이랑 동물농장 만들었어요' 하더란다. 구경 오라는 말인 것 같아 교실로 갔더니 영우와 준원이가 사진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길래 '준원이 영우가 만든 동물농장 멋지다' 했더니 씨익~ 웃어주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귀여운 녀석들, 저기 저 발가락은 영우의 발가락일까?
통화를 하는데 영우가 갑자기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종이로 만든 돈을 갖고온다. 영우가 할머니에게 여행가자고 해서 여행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종이돈을 찾아 들고 와서는 돈 있으니까 여행가자고 했단다. 우리랑 통화할 때에도 돈을 보여주며 여행가자고 한다. 어디 가고 싶냐고 했더니 공원에 가고 싶단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좋아서 어딘가로 나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네.

959일 영우 아재

영우랑 통화를 하는데 블럭으로 길게 이어붙인 것을 들고 다니며 빵! 빵!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총싸움놀이를 하는 것 같았는데 벌써부터 총싸움놀이를 아는 것인가, 어디서 본 것인가 싶어서 영우야 빵이 뭐야? 물어봤더니 빵! 먹는 빵! 한다. 이것은 아재개그인가?

957일 바람길 축제

금호강 중의도에서 축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오랜만에 영우와 나들이를 하고 싶으셨나보다. 사진과 영상에 엄마가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 단둘이 나섰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차 타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서 노래도 하고 종알종알 이야기도 잘하는데, 난 왜 뒷자리에 영우 혼자 앉아서 이동하는 이 상황이 이리도 기특하고 적응이 안되지.
중의도란 곳에는 갈대도 있고,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다. 영우가 터널 아래 늘어진 수세미와 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걸어가는데 성동구청 앞 원두막에 늘어져 있던 박들이 생각나서 괜스리 찡하다. 오랜만에 넓은 곳으로 나간 영우는 노란 가방을 메고 종종거리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저녁에는 엄마가 돈까스를 만들어주셨단다. 돈까스 먹자고 하면 안 먹을까봐 치킨이라고 이야기하고 먹이려고 하셨는데 영우가 돈까스인 것을 알아보고는 돈까스 먹을래 하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엄마가 어렸을 적 우리에게 만들어주신 그 반찬을 영우가 맛있게 먹는구나. 잘 먹어서 다행이다.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952일 일상

아침밥을 안먹는다. 점심은 제부와 신랑의 생일을 맞이하여 다같이 먹기로 했는데 아침밥 먹어야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말해도 안먹는다. 영우 집에 두고 우리는 나갈거라고 해도 알겠단다. 영우가 밥 안먹어서 엄마아빠 안 올거라고 해도 오지 말란다. 실랑이하기 힘들어서 밥을 먹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는 동영상을 틀어주며, 얼르고 달래며 결국 밥을 먹이신다. 밥을 안먹겠다고 하면 그냥 안먹이고 말지 이렇게까지 먹여야하나 싶은 생각에 애먼 엄마한테 짜증을 부렸다. 애들이 다 그렇지, 애가 뭘 안다고, 먹여야지, 먹여야 하는데 난 왜 그랬을까.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놀이방 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주었는데, 이런, 이동하는 중에 잠들어버렸다. 카시트를 풀거나 안고 들어가면 깰 줄 알았는데 새벽에 6시 반부터 일어나서 놀았다더니 깨지를 않는다. 이러다 놀이방 이용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서 전날처럼 대성통곡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밥 먹는 도중에 깨서 놀이방으로 돌진. 미끄럼틀을 거꾸로 기어올라간다고 난리, 회전하는 기구에 올라탔다가 떨어져서 기구에 깔려서 난리, 손잡이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슬라이드를 탄다고 난리다. 얼마나 신났던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제 여벌옷을 준비해야하는 이유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는 전 날 동생이 선물해준 병원놀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아빠와 이모부들한테 가서 체온을 재고, 입도 벌려보라고 하고, 다짜고짜 주사도 놓아주고, 청진기로 심장박동도 들어본다. 이런 꼬맹이가 뭘 알까 싶다가도 보고 들은 것으로 역할놀이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다.
저녁이 되어 올라갈 준비를 하면서 영우에게 엄마아빠 또 올게 했더니 오지마 한다. 영우가 오지 말라고 해도 엄마아빠는 또 올거야 했는데 오지말고 여기있어 한다. 알고 보니 오지 말라는 것이 갔다가 오지 말고 계속 같이 있자는 뜻이었나보다. 양말을 신으니 양말 신지마 하다가 4분만 있다가 가란다. 아 정말 짠한지. 엄마도 이제는 같이 살 때가 되어가나보다 하신다.
올라오는 길에 사진첩을 보니 영우가 남긴 작품사진들이 엄청 많다. 웃긴건 파노라마 사진, 어쩌다가 파노라마 모드가 눌렸는데 어떻게 찍는지 몰라서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더니 영우의 롱다리 사진을 남겨놓았다.
영우는 이제 노래를 꽤 많이, 그리고 잘 부르게 되어서 혼자 놀면서도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한 곡이 끝났는데도 내가 아무 반응을 안해주니까 엄마가 애가 노래를 하는데 어찌 아무 반응을 안해주냐고 뭐라하신다. 그러게, 리액션을 먹고 사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밥 먹을 때에도 영우가 한숟갈 먹을 때마다 엄마아빠는 격한 리액션과 폭풍칭찬을 해주시는데 나는 너무 반응이 없나보다.  
이제는 계단을 올라갈 때 양쪽 발로 한 칸씩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오른 발로 한 칸 올라서면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가지런히 올리고 다시 오른 발로 한 칸 올라갔는데 이제 왼 발을 오른 발 옆에 두지 않고 한 칸 더 올라서게 할 수 있다. 영우는 쑥쑥 크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또 미안한 마음만 든다.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951일 대성통곡


엄마아빠가 시골에서 하룻밤 자고 오시는데 다행히 전 날 잠들 때에는 할머니 찾으며 울지 않고 조금 징징대다 잠들었다. 그런데 자다가 깨서는 할머니를 찾으며 대성통곡을 한다. 거의 한시간을 꺼이꺼이 울었는데 진정됐나 싶으면 또 울고 또 울고를 반복해서 얼마나 지치던지, 안아서 재우려고 해도 무거워서 계속 안고 있을수가 없고 진정은 안되고 정말 힘들게 보낸 밤이다. 마지막에는 진정하고 잠들도록 노력해보자고 계속 이야기하니 좀 진정이 되긴 했는데 흐느끼며 잠드는 것이 짠한것이, 여러모로 걱정이다.
낮에는 또 동생네 가서 놀았는데 볶음밥을 시켜줬더니 안먹겠단다. 배가 고플텐데도 끝까지 안 먹다가 볶음밥은 먹기 싫고 맨밥이 먹고싶다고 한다. 어제 볶음밥을 잘 먹길래 또 볶음밥을 시켜줘서 지겨웠던 것일까. 반찬은 맨날 똑같은거 먹는데 잘 먹는거 보면 신기하다.
날씨도 좋고 낮잠도 좀 재워야 할 것 같아서 유모차에 태워서 카페로 갔다. 영우도 영우 몫의 케잌을 받아서 맛있게 먹는다. 유모차에 태워서 주변을 좀 거닐었으나 재우는데는 실패해서 영우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았는데 영우는 형아나 누나한테 말 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누구에게라도 말 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같이 놀 친구들이 있는 형과 누나들은 대꾸도 안해준다. 이럴때보면 조금만 더 크면 같이 놀아줄 형제자매나 친구가 없는 것이 꽤나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것 같긴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든 영우는 한시간여 잤을까, 일어나면서부터 울기 시작한다. 일어나면서 울 때가 있긴 한데 이 날은 너무 한참동안 운다. 차에서 잠들었는데 집에서 깨어난 것도 싫고, 밖에서 더 놀고 싶은데 못 나가게 하는 것도 싫고, 놀이방에 또 가고 싶은데 안가주는 것도 싫고 해서 우는데 이 때문에 아빠랑 트러블이 좀 있었다. 아빠는 애가 우니까 일단은 달래는 것이 중요하니 데리고 나가려고 하고, 나는 계속해서 안된다 안된다 했는데 결국 우니까 말 들어주는걸로 학습시키는거 아니냐고 하고, 아빠는 그럼 계속 울릴거냐고 하고, 나는 안해주기로 한걸 운다고 해주는건 아니라고 하고, 뭐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영우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마트에서 돌아오신 엄마한테 저지당하고, 영우는 할머니의 과자로 금세 진정되었다. 기록을 남기려고 그 때 일을 다시 떠올리니 역시나 스트레스다. 이렇게 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의 심리에 관해 공부해야 할 때가 온 것일까.

950일 와인터널 나들이

영우가 일어나기 전에 잠이 깨서 영우 옆에 가서 누웠다. 잠시 후에 영우가 일어났는데 울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보자마자 다시 드러눕는다. 마사지를 해달란다. 웃겨라, 일어나자마자 마사지 해달라니. 그렇게 마사지를 해주고는 나도 해달라고 누웠는데 어찌나 짧은지 신랑이 해주는 것보다 더 짧다. 그래도 발가락을 당기는 등의 잠재적인 스킬이 느껴진다. 잘 키워서 훌륭한 마사지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군.
연휴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는데 오전에 비가 안오길래 청도의 와인터널로 향했다. 영우가 자동차도 좋아하고 터널에 반응하니 진짜 터널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아빠 차 타고 이동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지, 이동하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다. 수많은 차들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특히 어제 사다준 폴리친구들 중 테리에 해당하는 큰 트레일러를 두 대나 봐서 더욱 좋아했다.
와인터널 앞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영우에게도 어제 먹던 쿠키를 주었는데, 반쯤 먹다가 쿠키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 표정이 정말.. '어떡해, 영우가 혼자 다 먹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울상을 짓는데 하나 더 준비해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쿠키를 먹는 동안 나도 영우도 모기에 물렸는데 산모기라 그런지 아직도 영우 얼굴에는 흉이 남아 있다. ㅜㅜ
와인터널은 예전에도 한 번 왔었는데 그 때에 비해 예술작품들을 전시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막 전시를 시작한 코스모스 유화 작품이나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부엉이, 물고기 등의 페이퍼 동물들은 생각보다 볼만했다. 소원을 써서 달아두는 이벤트가 있는데 영우가 쓰지 말라고 해서 쓰지 않았다. 원래 쓰려고 했던 것은 '영우야 어서 커서 엄마 아빠랑 와인 마시자'였는데 아쉽. 영우는 어두운 터널에서 좀 무서워하기도 하고, 코스모스를 보며 예쁘다 감상하기도 하고, 음악 소리에 반응하기도 했다. 신랑한테는 목마를 태워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목마를 좀 무서워하더니 이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게 좋은가보다.
와인터널을 나오면 기찻길이 있다. 영우가 기차가 되어 칙칙폭폭 기찻길을 지나온다. 그랬더니 영우 눈 앞에 포크레인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포크레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바라보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서 이동했다. 뜻밖의 수확.
청도가 감으로 유명해서 낮은 산중턱까지 감나무로 뒤덮여 있는데 그 풍경이 새롭고 목가적이다. 집집마다 낮은 담 너머에 감나무가 있고, 심지어는 가로수도 감나무이다. 사진 한장 찍어놓지 못했지만 가을날에 한 번 와볼 만 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잠든 영우를 어떻게 깨워서 밥을 먹이나 했는데 안전벨트를 푸니 또 바로 깨어나는 영우. 식당 앞에서 메뉴를 보면서 먹고 싶은거 고르라고 했더니 지난 번에도 떠먹는 피자를 먹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떠먹는 피자를 먹겠단다. 잘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잘 먹는다. 게살볶음밥도 잘 먹고 피자도 잘 먹는다. 이렇게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밥을 먹고 나서는 놀이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은 건물에 있는 놀이방에 갔다. 이제는 제법 잘 놀아서 잠깐씩 혼자 두어도 괜찮긴 하지만 이 놀이방에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오는 것 같아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이 날 장착한 신기술은 그네타기인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는 2인용 그네가 있는데 혼자 서서 체중이동하며 타는 것을 배웠다. 점점 몸을 사용하는 것과 균형감각 부분이 좋아진다.

2016년 10월 9일 일요일

949일 일상

연휴 전 금요일이라 많이 막힐 것 같아 조기퇴근 찬스를 쓰고 일찍 나섰다. 톨게이트로 들어서면서 엄마한테 다왔다고 전화를 드리고, 집 앞에 주차를 했다. 차에서 내리는데 영우가 엄마~하고 부르며 내 옆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가 오는데도 할아버지랑 우산을 쓰고 마중을 나온 것이다. 뜻밖의 마중에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집에 가서 갖고 온 선물들을 하나둘씩 꺼내주었다. 봄봄이 하와이에서 사다준 티셔츠와 쿠키, 미키마우스 밴드와 폴리친구들을 내놓으니 이것저것 열어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역시나 가장 좋아한 것은 폴리친구들, 그토록 고대하던 스푸키를 발견하고는 완전 좋아한다. 그런데 8가지나 되는 폴리친구들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완전 업된 영우는 쿠키를 먹고 신나서 댄스타임을 갖는다. 예전엔 그냥 폴짝폴짝 뛰기만 하더니 지금은 제법 흥을 낸다. 신랑이 옆에서 스웨그를 외치니 영우도 따라서 스웩~하며 춤을 춰서 빵 터졌다. 언제나 즐거운 영우. 폴리친구들과 함께 자러 갈 기세.

948일 킥보드

영유아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영우 키가 40%대여서 의사 선생님이 성장판 자극될 수 있도록 많이 뛰어놀게 하라고 하셨단다. 이 정도면 평균인데 싶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바로 공원에 가서 영우랑 같이 뛰어 다니시는 엄마아빠. 앞으로는 어린이집 끝나고 미끄럼틀과 그네만 태울게 아니라 뛰어놀게 해야겠다고 다짐하신다. 비가 온 직후라 곳곳에 물 웅덩이가 있었는데 형아들이 웅덩이를 뛰어넘으니 영우도 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계속 물끄러미 쳐다보며 해볼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엄마아빠가 말리지 않았으면 물웅덩이에 뛰어들었을 듯.
마침 공원에는 킥보드를 타고 노는 5세 아이들이 있었는데 킥보드를 처음 보는 영우는 형아들이랑 놀고 싶다. 다행히 한 아이가 동생이 3살이라며 이것저것 만지게 해주고 자기 킥보드도 타게 해주었다. 흙 위에서인지라 킥보드를 이동시키기는 쉽지 않았으나 몇 번 발을 굴러 움직이게 하더니 신이 났나보다. 영우 잘하지 하며 뿌듯한 영우. 저녁에 통화하면서도 킥보드 탔다고 자랑을 한다. 곧 킥보드 사달라고 하는 날이 오겠구나.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947일 통화

요며칠 날씨가 좋지 않은데 대구에도 비가 온다. 통화를 하면서 비가 오냐고 물었더니 비오는거 보여줄게 하면서 아이패드를 들고 창가로 가서는 창밖이 보이도록 화면을 돌린다.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니!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뭐했는지 물어봤더니 놀고먹고자고 할머니집에 왔어요 한다. 재미 하나도 없이 다큐멘터리로 전달하는것은 엄마를 닮았나보구나~

943일 부모참관수업

주말이지만 어린이집에서 부모참관수업이 있어서 영우는 어린이집에 갔다. 원래는 엄마가 참관수업에 안 가실거라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셨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갔었어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아쉬울 것을 헤아리셨는지 아빠가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많이 찍어서 올려주셨다.
어린이집에서 만들었던 작품들 전시회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음악,미술,체육 활동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체육 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다는 영우는 레전드 영상을 남겼는데, 매트에서 구르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던지 계속 해보려고 하다가 저지당해서 질질질 끌려나오는 영상이 찍혔다. 한 영상은 시작 장면이 어떤 일이 일어날까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매트에 누워있는 것인데 정말 신났었나보다. 우리가 참관했으면 이런 영상을 못남겼을테니 영상으로 두고두고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일까.

영우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나서 그렇지 않아도 어린이집에서의 이야기들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생겼으니 같이 기록해두어야겠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는 말을 꽤 잘하는 편이라 친구들에게도 훈수를 두는 모양이다.
낮잠 시간에 지민이가 장난친다고 '지민아 자는 시간 친구에게 방해되잖아, 자야지~' 하지를 않나, 친구가 장난감을 던지자 '영우가 그렇게 하면 위험할 수 있어, 던지면 안돼' 하며 주의를 주기도 한단다. 지민이가 손가락이 아프다고 잉잉하니까'지민아 어디 아파' 지민이가 '손가락이 아파서' 하니까 손가락을 잡고 '호~ 불고는 '이젠 괜찮지' 했다고 한다.
산책하다가 들어오는 길에 놀이터에 갔는데 전 날 비가 와서 놀이기구에 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선생님 못놀지요, 물이 있어요. 어린이집에 들어가야지'하기도 하고, '나무껍질은 꺼칠꺼칠하고 껍질이 벗겨진다'고 말하기도 한단다. 금요일이 되면 엄마아빠가 오신다고 자랑한다고 한다. 아빠 서울에 있어요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도 한다. 대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랑 살고 싶다고 했다니 마음이 짠하다.
어린이집에서 민속놀이하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다른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영우는 혼자 일어나서 기웃거린다. 이번에 참여수업 한 것을 봐도, 차례대로 하는 활동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서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모든 활동에 호기심 가득하게, 적극적으로 임해주면 좋겠구나.

941일 놀이터

놀이터에서 영우의 몸놀림이 날로 발달하고 있다. 미끄럼틀을 타는데 계단이 아니라 구름다리로도 잘 올라간다. 사다리가 아니고 구름다리라, 제일 윗쪽에서는 거의 엎드린 모양새가 되어서 좀 무서웠던 모양인지 한 칸씩 밟고 가지 못하고 짧은 다리를 쭉 뻗어 미끄럼틀에 겨우 다리를 올려놓는다. 그래도 올라가고 나니 스스로도 뿌듯해서 영우 잘하지를 외친다. 그리고 터널미끄럼틀을 타는데 동네 형아가 기어올라가는 모습을 보더니 영우도 따라하고 싶은지 기어올라가기 시작한다. 올라가면 미끄러져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면 또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할아버지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할아버지를 발받침으로 하고는 올라갔나보다. 미끄러져 내려오는 동영상이 한 1분간 계속되는데 의지의 나영우지 뭔가.
저녁에 통화를 하면서 어린이집에서 뭐하고 놀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물어보는데 영우가 김치 먹었어요 한다. 김치를 먹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맞받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중에 어린이집에서 올려준 점심메뉴 사진을 보니 이 날부터 백김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럼 정말 김치를 먹었다는 것일까, 이럴 때마다 영우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 진실인 것인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