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년이 지나 또 5월이 되었다. 언젠가 영우와도 가보고 싶었던 곳, 봉하에 가기로 했다.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만들어주신 바람개비를 들고, 봉하마을 초입에서 파는 하얀 국화 한송이를 들고, 묘역으로 향했다. 마음으로는 영우와 묘역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영우가 협조할 리가, 그래도 이렇게 국화 한 송이 놓아두고 온 것에 의의를 둔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영우가 놓은 국화.
사저를 일반인에 오픈한다고 하였지만 대통령의 흔적을 아직은 마주할 자신이 없다. 생가 앞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 중에 문재인 전대표와 안희정 도지사의 사진을 보니 또 울컥한다. 영우가 사는 세상은 그토록 바랬던 사람 사는 세상일까. 영우는 천진하게 묘역 앞을 뛰어다니고 흙장난을 하며 논다. 수지형과 허아인님의 박석 앞에서 사진도 찍고 봉하마을을 마음에 담아두고 돌아선다. 언젠가 다음 번에 방문할 때에는 좀 더 마음이 편할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좀 더 사람 사는 세상이 되어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혀 지루한건지, 멀미를 하는건지, 영우가 좀 칭얼대길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작은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에서 만난 강아지는 영우가 반갑다고 멍멍 달려들고 영우는 강아지가 무섭다. 오지 말라고 '가 가' 하니까 정말로 저쪽 구석으로 가는 강아지. 휴게소 뒷쪽에 사유지인 것 같은 풀밭이 있었는데 보기 드물게 긴 잔디가 심겨져 있었다. 폭신폭신한 잔디밭의 느낌이 좋았는지 영우는 신랑 손을 잡고 다다다다 즐겁게 뛰어다닌다. 언제나 이렇게 활짝 웃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네.
집으로 돌아와서는 구슬타워를 만들면서 놀았다. 타워도 역동감 있게 만든데다, 신랑이 큰 손으로 구슬을 한아름 쥐었다가 떨어뜨리니까 자기도 따라하면서 구슬의 움직임을 보던 영우가 한마디 한다. '이야아아아~ 아빠 대단한데?' 정말 아빠한테 감동 받았는지 온 몸과 표정을 이용해 아빠 대단해를 외친다.
이 날의 또 다른 성과는 영우가 잠들 때 할머니를 찾으며 울지 않았다는 것. 신나게 웃다가 딸꾹질을 하게 되는 바람에 짜증나서 울기는 했지만, 우는 바람에 코가 막혀서 답답하다고 또 울기는 했지만 할머니를 찾지는 않았다. 우리랑 자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신랑은 영우가 우리를 찾지 않을까봐, 우리랑 살기 싫어할까봐, 언제나 긴장하는데 이제 조금 자신이 붙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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