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자석칠판으로 달려가서 노는 영우. 배를 붙이길래 영우야 이건 배야, pear, 우리 이거 한 번 찾아볼까? 하면서 p,e,a,r을 갖고 오라고 했는데 진짜 갖고 오는거다. 알파벳 대문자를 다 읽은지는 한참 됐지만 소문자를 따로 가르쳐 준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자석칠판은 어제 오후에 배송되었다는데 동생이랑 잠깐 보기는 했다는데 그래도 놀랍다. p, e 같은건 어찌어찌 알 수도 있다고 하자. r 은 R 과 너무 다르잖아. 참 신기하네.
신랑이 일어나서 준비한 빨간 선물을 주기로 한다. 빨간색 쇼핑백 안에 빨간색으로 포장된 선물을 보여주니 영우는 빨간 선물 빨간 선물 하면서 졸졸졸 쫓아나와 풀어보기 시작하는데 리본을 풀고 박스를 풀어서 바지가 나오자 툭 던져버린다. 아, 포장지만 빨간색이면 안되는거였구나. 동생 말로는 빨간 선물은 로이 같은 빨간색 물건이어야 한단다. 난 정말 영우를 알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엄마가 영우한테 용돈을 주셨는데 빨간 선물에는 시큰둥했던 영우가 돈을 받더니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씨익 웃는다. 영우야 그게 뭔데?했더니 '돈'이라며, 벌써 돈 좋은건 아는구나.
블럭 놀이를 하는데 영우가 만들어 놓은 것을 만지니까 '안돼, 내가 했잖아 엄마'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부터 자기 영역에 대한 표시를 하다니 엄마 서운하다 영우야. 암튼 나는 탱크의 대포를 만들어 놓은 것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방차(로이)였다. 로이 친구 헬리도 만들어주고 폴리도 만들어주는데 나름대로는 특색이 보이는지 이름을 불러주며 좋아한다.
이제 놀이를 마치고는 장난감을 통에 넣는 등의 정리를 하기도 한다. '영우가 정리해요'라고 하며 정리하는데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끌어안고 뽀뽀세례를 퍼부으니 '왜 이래' 한다. 이 시크한 녀석, 왜 이러긴 좋아서 그러지.
아빠가 약령시에 볼일이 있다고 하시길래 오후에 다같이 시내 나들이를 갔다. 교통이 혼잡할 것 같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지루해서 보채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잘 이동한다. 재미있었던 것은 시내 나갈 때 버스 옆자리에 타셨던 아주머니를 돌아오는 길에 또 만났던 것이다. 영우가 먼저 아주머니를 알아보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이거 봐봐'(이거라니, 아주머니 죄송합니다ㅜㅜ) 라고 해서 아주머니도 엄청 반가워해주셨다. 애가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버스도 잘 탄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빨간 불이라서 안간다고 이야기했는데 버스가 우회전하니까 '가네'라고 하는 영우를 보시고 빵 터지기도 하셨다.
약령시에서는 축제 비스무리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영우는 꽃도 보고 토끼도 보고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잠이 들었다. 영우가 잠 든 사이 아빠와 우리는 꿀같은 티타임을 갖고 영우가 깨어나자 백화점으로 갔다. 하늘 공원 잔디밭에 들어갈 수 있나 싶어서 가 본 것이었는데 기차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신랑이 영우를 안고 탔었는데 지금은 어른이 함께 탈 수 없다고 한다. 영우 혼자 탈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탈 수 있다고 해서 태우긴 했는데 걱정걱정, 꼭 잡아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더니 꼭 잡고 한 바퀴 잘 돌고 온다. 내리자마자 또 타겠다고 달려드는 영우, 이걸 어떻게 말리겠나 싶어서 한 번 더 태웠더니 흐뭇하게 앉아서 회장님 포스로 한 바퀴 또 돌고 온다. 당연히 또 타겠다고 난동을 피웠으나 억지로 퇴장,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RC카. 그것도 해보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이 리모콘으로 조종하고 있는 자동차를 손으로 잡고 난동을 피워 겨우 끌어냈는데 어찌나 우는지, 앞으로 장난감들을 접할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 두렵다.
이렇게 2016년의 어린이날은 기차와 빨간 선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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