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월요일

715일 부산 나들이

명절이고 해서 부산에 계신 신랑 큰어머니댁에 영우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언덕 위에 포크레인 몇 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요즘 영우가 중장비차에 심취해 있어서 실제로 보여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은 보았으나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포크레인이 있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머릿속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영우가 갑자기 빨간 포크레인 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우 포크레인 봤냐고 하니까 봤다고 하는데 색깔까지 정확히 빨간 포크레인이라고 하니 눈썰미가 있긴 하구나 싶다.
큰어머니댁에 도착했는데 마침 큰댁의 막내딸, 내게는 사촌형님?도 내려오시는 길이라고 한다. 신랑에게는 사촌누나라서 가까운 사이이지만 사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나면 사촌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친척 결혼식에서 얼굴만 몇 번 봤지 길게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큰 아이 돌잔치에 갔던거, 둘째 아이 낳고 조리하러 큰댁에 와있던거 정도가 생각나는데 그 아이들이 벌써 11살, 9살이 되었다. 영우랑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놀 수 있겠나 싶었는데 웬걸, 형아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형아들 허리춤까지밖에 안되는 영우가 양 팔 가득히 형아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뒹굴면서 몸으로 놀기도 하고 졸졸 따라다니면 정말 좋아하는게 눈에 보였다. 형아들이랑 생애 첫 윷놀이도 했는데 차례를 기다리라고 하면 제법 기다릴줄도 알고, 윷모도 몇 번 해서 승기를 잡는듯하다가 삼연도를 하는 바람에 패배했으나 꽤 재미있게 노는 듯 했다. 형아들이 과일을 손으로 집어먹으니 '포크로 먹어'라며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착하고 영우를 이뻐라해줘서 영우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
부산까지 왔는데 바로 올라가기 아쉬워서 요즘 핫하다는 더베이 101에 갔다. 뭐 특별한 건 없었으나 영우에게 크레이프 케잌을 먹였더니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신랑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한다. 드디어 달달한 디저트의 세계를 맛본 나영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구경도 하러 갔는데 예전에는 별로 안 무서워하더니 이번에는 무서워한다. 영우를 안아서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내려놓았더니 돌아보며 손을 잡자고 한다. 나중에 한다는 말이 '혼자는 무서워 손잡으면 안무서워' 하는데 또 한 번 빵 터진다. 사실은 발음이 무서워가 아니고 무섭어이고 사투리 억양까지 있어서 그 빵터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던 부산 나들이었지만 큰어머니, 큰아버지도 영우 재롱 보며 즐거워하시고 영우도 형아들 만나서 즐겁고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영우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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