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4일 일요일
2월의 문화생활 - 조성진
드.디.어. 그 날이 왔다.
5시 퇴근 찬스를 써서 6시 반에 오픈하자마자 티켓을 찾고 식사를 하고 왔더니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이렇게 혼잡한 예당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간 전석 매진된 공연을 안 본 것도 아닌데 이 날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티켓을 못 구한 사람들이 로비에서 스크린이라도 보겠다고 와서 그런걸까? 게다가 암표상까지!
예전에 조성진 연주를 들었을 때 엄청 감동받은건 아니라서 크게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물론 콩쿨 영상을 찾아보고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렘은 없었달까? 앞서 콩쿨 6위 입상자부터 연주를 시작하는데 내가 듣기엔 다 비슷한 수준인데 선곡에 따라서 박수를 많이 받고 못 받고가 결정되는 모양새였고 오케스트라 효과도 크게 좌우되는것 같았다. 평소에는 연주자들의 과한 감정 표현이 보이면 좀 부담스러웠는데 케이트 리우의 감정선을 보니 뭔가 답답하고 목석같기도 하고, 감히 내가 이런 평을 하면 안되는거겠지만 이런 불편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믈랭은 꽤나 열정적인 것이 느껴졌는데 내가 순위에 대한 편견을 갖고 들은 것은 아니겠지?
드디어 조성진. 피협 1번을 연주했는데 새롭게 느껴지는건 2악장이었다. 그간 피협 1번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1,3악장만 귀에 들어왔는데 2악장이 이렇게 좋았구나 싶다. 바순 소리도 너무 좋고, 이것이 협연자의 힘인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먼저 끝이 나고 오케스트라가 마무리하는데 이건 뭐 아몰랑 박수인가, 피아노가 끝나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거다. 지휘자가 손내리기 전에 치는 안다 박수는 많이 봤지만(안다 박수도 상당히 별로다. 여운이란걸 좀 느끼게 해주면 안되겠니?)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치는 박수는 난생처음. 이것 참. 이게 뭔지.
어쨌든 좋은 연주에, 끝없는 박수가 이어지고, 드디어 앵콜. 예상했던대로 폴로네즈를 앵콜로 연주해주었는데 폴로네즈는 실제로 보고 들으니 정말 감동이었다. 모두가 다 아는 곡을 저렇게 잘 쳐내다니,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우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돌아오는 길에도 조성진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언젠가 조성진의 베토벤을 들을 날이 올까 기대된다. 수지형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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