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월요일

721일 저녁 일상

아빠가 외출하셔서 엄마 혼자 영우랑 놀아주다가 저녁 드라마 할 시간이 되어서 TV를 켰다고 한다. 드라마 장면에서 차가 지나가니까 관심을 가지며 차 지나간다 하면서 보다가 사람들이 나오니까 사람 나오는거 할머니도 보지마 하면서 끄라고 하더란다.
이 날은 영상통화는 하기 힘든 상황이라 음성 통화만 하면서 뭐하고 있었어 물었더니 코닦고 손닦고 있었어 한다. 엄마가 옆에서 시키신거겠지만 사랑해요도 한다. 내일 통화하자 하니까 네 안녕 하고는 할머니한테 전화기를 준다. 제법 통화하는거 같구만.

719일 작품

동생이 사준 자석 책상이 있다. 한동안은 펜이나 모형을 동그랗게 굴리면서 낙서만 하더니 뭔가 그림 비스무리한 것을 그렸다.
남들은 웃겠지만 한 폭의 수묵화 같지 않은가?

717일 사진 찍어주세요

거의 매일 아빠가 영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올려주시는데 이 날은 영우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단다.
영우 : 사진찍어주세요.
할아버지 : 웃어봐
영우 : 히이~
하고 웃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사진 없는 육아 블로그라 웃는 사진 없이 글로만 써서 죄송)

716일 일상

갑자기 존댓말이 늘었다. 두 돌이 다가오니 좀 더 큰 것인가, 영우 맛있어? 하면 맛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잘 잤어? 하니 기저귀 갈았어요, 잘 잤어요 한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도 어찌나 잘하는지 엄마가 흐뭇해하신다.
신랑이 아빠는 이제 걱정이 안된다 했더니 아빠 걱정하지마, 영우도 걱정하지마, 엄마도 블라블라한다. 뜻을 알고 하는 말은 아닐테고 어른이 하는 말 따라하는거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을때마다 심쿵한다.
엄마랑 낮잠 자러 들어갔는데 한참을 종알종알하더니 도깨비 온다면서 눈 감고 자는 시늉을 한다. 아마 어린이 집에서 안 자면 도깨비 온다고 하나보지? 엄마도 도깨비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재미있어 하신다.
자동차를 나란히 나열하며 '사이좋게'라고 한다. 이런 말은 어디서 배우는걸까?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듣겠지만 자동차들이 나란히 사이좋게 있으라고 응용할 수 있는것일까?
핑크퐁 동요를 듣다가 악어떼를 찾는다며 FWD버튼을 마구마구 누르더니 악어떼를 찾아냈다. 우연히 찾은 것인지, 순서를 기억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뽀로로 피아노에도 특정 음을 누르면 매칭된 동요가 나오는데 원하는 동요를 정확히 찾아낸다. 어느 날은 자자고 하니 좀 놀고. 하기도 하고, 재미있어~라고도 자주 말하는데 노는거, 재미있는거는 어찌 아는걸까, 참 신기하다.
저녁을 먹다가 콩을 달라고 하는데 몇 개 줄까? 했더니 5개 한다. 엄마가 5개는 너무 많아, 2개만 줄게 하면서 2개를 얹어주었더니 5개 달라고 난리난리. 5개를 얹어줬더니 다 세어보고는 먹는다. 이것 참, 두 돌도 안된 아이가 너무 까칠한거 아닐까. 5가 좋은지 많이의 기준이 다섯 개인듯하다. 가끔은 몇 살이냐고 물을 때 다섯 살이라고도 한다;;

715일 부산 나들이

명절이고 해서 부산에 계신 신랑 큰어머니댁에 영우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언덕 위에 포크레인 몇 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요즘 영우가 중장비차에 심취해 있어서 실제로 보여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은 보았으나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포크레인이 있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머릿속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영우가 갑자기 빨간 포크레인 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우 포크레인 봤냐고 하니까 봤다고 하는데 색깔까지 정확히 빨간 포크레인이라고 하니 눈썰미가 있긴 하구나 싶다.
큰어머니댁에 도착했는데 마침 큰댁의 막내딸, 내게는 사촌형님?도 내려오시는 길이라고 한다. 신랑에게는 사촌누나라서 가까운 사이이지만 사실 여자는 결혼을 하고 나면 사촌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친척 결혼식에서 얼굴만 몇 번 봤지 길게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큰 아이 돌잔치에 갔던거, 둘째 아이 낳고 조리하러 큰댁에 와있던거 정도가 생각나는데 그 아이들이 벌써 11살, 9살이 되었다. 영우랑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놀 수 있겠나 싶었는데 웬걸, 형아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형아들 허리춤까지밖에 안되는 영우가 양 팔 가득히 형아들을 끌어안기도 하고 뒹굴면서 몸으로 놀기도 하고 졸졸 따라다니면 정말 좋아하는게 눈에 보였다. 형아들이랑 생애 첫 윷놀이도 했는데 차례를 기다리라고 하면 제법 기다릴줄도 알고, 윷모도 몇 번 해서 승기를 잡는듯하다가 삼연도를 하는 바람에 패배했으나 꽤 재미있게 노는 듯 했다. 형아들이 과일을 손으로 집어먹으니 '포크로 먹어'라며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착하고 영우를 이뻐라해줘서 영우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
부산까지 왔는데 바로 올라가기 아쉬워서 요즘 핫하다는 더베이 101에 갔다. 뭐 특별한 건 없었으나 영우에게 크레이프 케잌을 먹였더니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신랑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한다. 드디어 달달한 디저트의 세계를 맛본 나영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구경도 하러 갔는데 예전에는 별로 안 무서워하더니 이번에는 무서워한다. 영우를 안아서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내려놓았더니 돌아보며 손을 잡자고 한다. 나중에 한다는 말이 '혼자는 무서워 손잡으면 안무서워' 하는데 또 한 번 빵 터진다. 사실은 발음이 무서워가 아니고 무섭어이고 사투리 억양까지 있어서 그 빵터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던 부산 나들이었지만 큰어머니, 큰아버지도 영우 재롱 보며 즐거워하시고 영우도 형아들 만나서 즐겁고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영우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에휴.

714일 명절나기

설날. 큰 집에서 사촌오빠의 아들인 도윤이랑 만난 영우. 도윤이는 영우보다 13개월 빠른데 이 정도 터울의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같아서 투닥거린다고 한다. 이 날도 서로 영우거야, 도윤이거야 하면서 갖고간 장난감들을 만지고, 뺏고, 싸우고, 울고 그랬나보다. 그러다가도 헤어질땐 손 잡고, 안녕하고 안아줬다고 하니 애들은 애들인갑다.
저녁에는 동생네도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영우를 본 제부들은 이렇게나 말을 잘하게 되었다고 놀란다. 입으로 똑딱똑딱 소리도 낼 줄 알고, 종알종알 말도 잘 하고, 밥상 앞에서 제어도 잘 해서 이제는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참, 영우가 좋아하는 카드놀이가 있는데 신랑한테 카드놀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도 신랑이 아이패드에서 아이콘을 못 찾자 직접 가리키며 "이거 아이가" 한다. 이 사투리를 어쩔겨.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2월의 문화생활 - 조성진


드.디.어. 그 날이 왔다.
5시 퇴근 찬스를 써서 6시 반에 오픈하자마자 티켓을 찾고 식사를 하고 왔더니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이렇게 혼잡한 예당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간 전석 매진된 공연을 안 본 것도 아닌데 이 날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티켓을 못 구한 사람들이 로비에서 스크린이라도 보겠다고 와서 그런걸까? 게다가 암표상까지!
예전에 조성진 연주를 들었을 때 엄청 감동받은건 아니라서 크게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물론 콩쿨 영상을 찾아보고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렘은 없었달까? 앞서 콩쿨 6위 입상자부터 연주를 시작하는데 내가 듣기엔 다 비슷한 수준인데 선곡에 따라서 박수를 많이 받고 못 받고가 결정되는 모양새였고 오케스트라 효과도 크게 좌우되는것 같았다. 평소에는 연주자들의 과한 감정 표현이 보이면 좀 부담스러웠는데 케이트 리우의 감정선을 보니 뭔가 답답하고 목석같기도 하고, 감히 내가 이런 평을 하면 안되는거겠지만 이런 불편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믈랭은 꽤나 열정적인 것이 느껴졌는데 내가 순위에 대한 편견을 갖고 들은 것은 아니겠지?
드디어 조성진. 피협 1번을 연주했는데 새롭게 느껴지는건 2악장이었다. 그간 피협 1번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1,3악장만 귀에 들어왔는데 2악장이 이렇게 좋았구나 싶다. 바순 소리도 너무 좋고, 이것이 협연자의 힘인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피아노가 먼저 끝이 나고 오케스트라가 마무리하는데 이건 뭐 아몰랑 박수인가, 피아노가 끝나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거다. 지휘자가 손내리기 전에 치는 안다 박수는 많이 봤지만(안다 박수도 상당히 별로다. 여운이란걸 좀 느끼게 해주면 안되겠니?)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치는 박수는 난생처음. 이것 참. 이게 뭔지.
어쨌든 좋은 연주에, 끝없는 박수가 이어지고, 드디어 앵콜. 예상했던대로 폴로네즈를 앵콜로 연주해주었는데 폴로네즈는 실제로 보고 들으니 정말 감동이었다. 모두가 다 아는 곡을 저렇게 잘 쳐내다니,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우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돌아오는 길에도 조성진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 언젠가 조성진의 베토벤을 들을 날이 올까 기대된다. 수지형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밤.

12월의 문화생활 -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루벤스에 포커스되어 있지만,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의 소장품들이다. 처음엔 리히텐슈타인이라고 하길래 행복한 눈물의 로이 리히텐슈타인인줄 알았는데;; 리히텐슈타인이라는 국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정작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은 비엔나에 있다고 한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생략한다.
보통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라면 루벤스 작품은 거의 없게 마련인데 이번 전시는 루벤스 작품이 꽤 많다. 루벤스의 제자들과 친구들의 작품도 많고 대형 작품도 많아서 볼거리가 꽤 많다. 17세기 플랑드르를 메인으로 하여 루벤스 뿐 아니라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브뢰겔 가문의 대를 이은 작품들과 풍경화, 정물화 등이 볼만하다.
문화사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르네상스가 지속되는 300년간 역사화, 초상화가 중심이다가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가 탄생한 것이 17세기 네덜란드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것은 정물화에도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바니타스, 프롱켄(은제 식기, 조개 껌데기 등 과시용 정물), 꽃 정물화가 있다고 한다. 굳이 처음 알았다고 쓴 것은 꽃 정물화가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하였고, 당시 꽃은 엄청난 사치품이었기에 역시 과시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뢰겔의 아들인 얀 브뢰겔이 꽃 정물화의 대가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풍경화 역시 미술사상 최초로 하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림에 담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화가라고 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전시회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하늘은 우울한 색감으로 그리 아름답지는 않은 편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색감마저도 다르게 보인다. 미술사에 네덜란드가 등장할 때는 딱 17세기 뿐인데, 당시의 풍경화가 200년이나 지난 후에 컨스터블이다 바르비종파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덕분에 19세기 프랑스의 인상파도 존재하게 되었으니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어느 방엔가, 긴 스토리가 담겨있을 것 같은 작품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검색해보니 루크레치아의 죽음을 그린 작품이었다. 그림을 첨부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온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칼을 들고 자살하려는 여인의 그림을 본다면 루크레치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문화사에서 들은 얘기로는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세 명의 여인이 클레오파트라, 유디트, 루크레치아이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들이 그려졌다고 한다. 루크레치아의 죽음으로 인해 로마가 공화정을 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알았는지.
이 외에도 가구나 그릇 등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데 아름다운 그릇은 나폴레옹의 누이가 쓰던 그릇이라고 한다. 중앙박물관에 환기가 잘 안되는 것 같은 냄새가 나서 오래 있기가 힘들었는데 리뷰 쓰다보니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그리고 근처에 르번미라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는데 특색있고 맛있었다. 여기도 다시 가보고 싶네 그려.

국립중앙박물관, ~2016.04.10

2016년 2월 6일 토요일

712일 열 나는지 볼까?

엄마가 오전에 옥상에 빨래를 널고 내려오시는데 날씨가 꽤 추웠나보다. 실내로 들어오셔서는 날씨가 추워서 손도 차갑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네라고 말씀하시니 영우가 열 나는지 볼까? 하면서 엄마 이마에 손을 대더란다. 그리고 내가 잠깐 볼까? 하면서 TV쪽으로 다가가며 뭔가를 찾는 것 같길래 체온계 찾나보다 싶어 체온계가 있는 서랍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체온계를 꺼내더니 자기 귀에 대보고, 할머니한테도 대보고는, 열 없어 하더란다. 지난 주에 영우 열 날 때 우리가 했던걸 그대로 흉내내며 할머니 열을 체크한 영우. 오늘도 빵터지는 즐거움을 준다.

710일 친구 생일

어린이집 친구 성민이의 생일이다. 어린이집 카페에 올려진 사진을 보는데 아이들이 나란히 생일상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빵 터졌다. 다음 사진은 다른 반 형아 누나들도 함께한 사진이었는데, 선생님이 만세를 시키고 사랑해요도 시켰나보다. 그런데 영우 반 친구들은 가만히 서 있고 영우랑 형아 누나들만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만세를 하고 사랑해요를 하고 있다. 아우,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시키는대로 잘 하고 영우 월반해야겠구나~ ㅎㅎ
그리고 생일 파티가 끝난 후에 영우가 성민이를 안아주며 생일 축하한다고 해줬나보다. 저녁에 화상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더니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곧 영우도 생일인데 친구들과 즐겁게 생일파티하자~

706일 일상

영우가 이제 노래를 제법 잘 부른다. 박자를 못 맞춰서 빠지는 가사도 많지만 반주 없이도 부를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는 곰 세마리, 악어떼, 개구리 송, 나비야. 곰 세마리는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이 무한반복 될 때가 많긴 하지만 가끔 율동도 곁들여 노래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금요일부터 콧물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이 날은 하루종일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콧물만 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열까지 나서 걱정이었다. 체온계에 39도가 찍힌 모습은 처음이라 많이 걱정됐는데, 잘 때도 많이 보챌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열이 더 오르지도 않았고 잠도 잘 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콧물은 나고 있는 중.
이번 주에 영우의 사투리는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뿟다, 아니가? 이런 말 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미끄럼틀->미끄럼털이라고 발음하지 않나, 쌀->살이라 발음하지 않나, 대구에서 자라고 있긴 하구나 ㅜㅜ

704일 첫 눈

눈이 잘 안 오는 대구, 이제서야 첫 눈이 왔다. 눈은 왔지만 다행히 많이 춥지는 않은 날씨라 어린이집 가는 길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며 갔다고 한다. 지난 해에 힙시트에 안겨서 눈을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눈 위를 걸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어린이집에서도 눈을 퍼와서 아이들과 눈이 녹아 물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만져보게도 해주었다고 한다. 영우는 찹다 찹다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모양.

영우가 또래 친구들보다 말을 잘 하니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보기에도 참 귀여운가보다. 영우와 같이 놀다보면 자기가 아는 것들은 다 설명을 해주는데 그래서일까, 어린이집 선생님들끼리 영우를 나영우박사라고 부른다고. 이렇게 팔불출엄마 인증하나요~

자동차를 사랑하는 영우는 요즘 블럭으로 자동차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제 블럭을 제법 잘 끼운다. 뒷줄 가운데, 앞에 노란색을 달고 있는 자동차는 불도저이다. 뒷줄 오른쪽의 자동차에는 영우, 엄마, 아빠가 타고 있다. 바퀴가 모자라면 나름대로 모양 맞춰 네모 바퀴 자동차, 세모 바퀴 자동차를 만든다. 나영우 박사, 테슬라에서 자동차 만드는 거 어때? ㅎㅎ

700일 태어날 때의 기억

동생이 영우한테 태어날 때 기억나냐고, 어디에 있었어? 물으니까 뱃속에, 라고 했단다. 누구 뱃속에? 했더니 엄마 뱃속에 했다는데, 아 정말 궁금해 죽겠다. 정말로 기억이 나는걸까, 유도심문이 있었던 것일까. 엄마와 동생은 유도심문이 절대로 없었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터라 확신할 수 없으니 궁금증만 더해질 뿐이다.
영우 그럼 뱃속에서 나왔을 때 영우 앞에 누가 있었어? 물었더니 영우 있었어, 영우 있고 또 누구 있었어?  엄마, 아빠, 할머니, 란다. 나올 때 아팠다고 해서 어디가 아팠어? 했더니 다 아팠어, 다 어디가 아팠어? 여기여기여기 아팠어 하면서 턱부터 귀까지를 콕콕 찍으며 아팠다고 하는데 음, 그래 영우가 나올 때 힘들어서 콘헤드가 되긴했지 싶은 것이 정말 뭘 아나 싶기도 하다.
육아책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못하고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일정 기간동안은 기억한다고 하긴 하는데 정말일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며칠 후에 영우 태어날 때 기억나? 물어보니 기억나 하긴 하는데 알 수 없는 노릇이다.

12월의 문화생활 - 한국건축예찬

리움 무료 입장권이 있는데 잊고 지내다가 종료 하루를 남기고 다녀왔다. 무료 입장권 그게 뭐라고, 무슨 전시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해보고, 기대하는 것도 없으면서 꾸역꾸역 갔는지.
리플렛을 다시 보니 오늘 종료한 모양인데(지금 리움 홈페이지에 가보았더니 3월 27일까지 연장한다고 한다.)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실 일부러 사진전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지라, 더욱이 한국의 건축물들을 찍은 사진은 가서 보는게 낫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 감흥이 없다. 게다가 사진이다보니 디지털 영상물이 많아서 좀 더 별로였는데, 누군가에게는 같은 이유로 아주 감동적인 전시회가 될수도 있겠다. 학교 다닐 때 건축과 선배에게서도, 교양 수업 시간에도 강추받았던 소쇄원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으로 볼 때는 감흥이 없어서 도대체 어떤 곳일까 다시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오후에 영화 예매도 해두었는데 아침에 늦장 부린 탓에 상설 전시는 볼 시간이 없었다. 리움의 상설전시는 꽤나 괜찮은 수준인데다 오디오가이드도 포함되어 있어서 시간이 있었다면 온 종일 있을만도 하다. 다음엔 기획전시 잘 확인해보고 와야지.

698일 반가워

보통 영우랑 영상 통화를 하면 잠깐 관심을 보여주고는 자기 할 일을 계속한다. 이 날은 최소한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길래 신랑이 영우야, 좀 반가워해라. 했더니 슥 쳐다보며 반가워, 하고는 바로 자기 일 한다. 끄응
영우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우 아빠가 어린이집에 왔어 웃겼어, 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엄마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시우 아빠가 며칠 전에 왔었냐고 물어봤더니 진짜 시우 아빠가 왔었단다. 뭐가 웃겼을까? :)

695일 놀다와~

아빠가 모임이 있어서 나가시는데 영우와 인사를 하면서 할아버지 놀다 올게~라고 하셨단다. 그러니 영우가 놀다와~,라고 했다나. 아 참 웃겨라.
저녁에는 같이 놀다가 갑자기 악어떼를 하자고 하는데 아빠가 영우 혼자 하라고 했더니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엄마한테도 악어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영우 혼자 하라고 하면 악어떼 혼자 못해, 그런단다. 나중에 어린이집에서 올려준 사진을 보니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엉금엉금 기고 있던데 악어떼를 할 때에는 다같이 기니까 같이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나보다.

692일 일상

엄마가 동생 집에서 주무셨던터라 조카도 궁금하고 해서 동생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점점 사투리 억양이 생기더니만 급기야는 어디 가노, 한다. 요즘 트레이드마크인 이게 뭐야~를 할 때마다 엄마 아빠가 이게 뭐예요 해야지 해주시면 이게 뭐야요, 하는데 정말 귀엽당. 엄마가 영우 잘 잤어? 안 울고 잘 잤나? 물었더니 울었어 할머니할머니, 한다. 이게 뭐라고 이런 말들조차 왜이리 귀여운지 원.
폴리 시리즈를 열심히 갖고 놀더니 폴리의 P, 헬리의 H, 로이의 R, 앰버의 A는 물어보면 곧잘 답을 한다. 동생이 알파벳을 한 번 쭈욱 알려줬나본데 W 발음을 아주 재미있어 한다고 한다. 나름대로 취향도 있어서 별바지를 좋아한다. 수면 바지 중에 별이 그려진 바지도 있고, 눈 결정 모양이 그려진 바지도 있는데 눈 결정 모양은 보통 별이라고 말하지 않나? 눈도 제대로 못 본 영우가 눈 결정은 또 어떻게 아는지 별바지 입겠다고 해서 눈바지를 내줬더니 눈이야, 하면서 결국 별바지를 찾아 입는다. 신통방통

691일 일상

장난감 자동차를 얻어 왔는데 딸랑이처럼 소리가 나길래 성민이를 줄까 했다. 그러나 새로운 장난감 자동차를 본 영우는 신이 나서 갖고 논다.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놀다가 침대 모서리 부분에 자동차를 두고는 낑낑대며 자동차를 올리는 시늉을 한다. 낑낑대며 엄마 도와줘라고 말하면 내가 살짝 밀어주는데 그게 재미난지 계속 힘든 시늉을 하며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런 시늉하는 것은 어떻게 아는건지 원.
요즘 신랑이 월드오브탱크를 아주 열심히 한다. 영우가 옆에 있다고 하지 않을리가, 관심을 보이는 영우를 앞에 앉히고 더 열심히 게임을 한다. 난생 처음 게임하는 광경을 본 영우는, 탱크가 왔다갔다하고 포탄이 터지기까지 하니 정신이 팔려서 얼마나 표정이 심각한지 모른다. 적군이 등장했으니 긴장하라고 하니 네, 하더니 포탄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쉬이익 빵 이렇게 했다, 탱크가 터지는 모습을 보고는 어떡하지, 호해줘 한다. 영우에게도 이 광경이 인상적이었던지 그로부터 18일이 지난 어느 날, 아이패드를 키보드에 끼워서 보던 중에(이것을 영우 컴퓨터라고 부른다.) 뜬금없이 아빠가 탱크 보여줬어라고 이야기한다.
요즘은 스스로 점프가 되는지라 어디서든 방방 뛰는데 침대에서 방방 뛰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침대에서 뛰다가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같이 놀았다고 이야기한다. 성민이, 지민이, 수지, 시우는 아는데 모르는 이름을 이야기하길래 새로운 아이가 왔다고 카페에 사진이 올라왔던 것이 기억나서 이름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으응 명준이랑도 같이 놀았어? 했더니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알았어? 명준이? 한다. 이럴 때 정말 깜짝깜짝 놀라겠다.
누가 찍은건진 모르지만 아이패드에 영우 타임랩스가 찍혀있었는데, 영상을 실행했더니 영우가 정말 신났다. 볼 때마다 양 손을 파닥거리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또 어디서 배운건지 스톱이라고 말하길래 몇 번 스톱을 해줬더니 또 깔깔 넘어간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요즘 개콘에서 하는 정말 재미없는 개그, 오키오키 오키나와, 영우한테 알았지?오키? 오키오키 오키나와, 해줬더니 나를 바라보며 오키, 한다. 글로 쓰니 정말 재미없지만, 엄지척을 했던가 동그라미를 그렸던가 손동작까지 하며 오키라고 말해서 완전 빵터졌다. 그러나 3주나 지나서 쓰게 되어 그 날의 재미있었던 상황이 기억이 안나네. 빨리빨리 기록해야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