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에 이어 물놀이를 하러 출발한 곳은 동생네 아파트.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아파트 광장에 바닥분수를 운영한다길래 거기 가보려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간 시간에 분수는 너무 땡볕이라 잠깐 발만 대보고 개울가로 이동. 영우는 그 잠깐동안 분수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는데, 지가 생각하기에도 물 나오는 것에 놀라는 모습이 웃긴지 놀라고 깔깔대고 놀라고 깔깔댄다. 귀여운 녀석.
개울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수돗물을 흘려 보내는 것이라 운영 시간이 정해져있다. 얕고 그늘도 져 있어 영우가 놀기에는 딱 안성맞춤. 처음에는 발만 담그게 하려고 했는데 물장난을 어찌 말릴쏘냐, 곧 주저앉아 첨벙대기 시작한다. 기저귀가 물에 젖으니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벗겨주었더니 난생 처음 기저귀없이 노는 것이 어색한가보다. 얇은 바지가 엉덩이에 착 달라붙어 있으니 그 모습 도한 귀엽기 그지 없다.
정신 없이 물놀이를 하면서도 아빠 한 번 쳐다보고 아빠 부르고, 엄마 한 번 쳐다보고 엄마 부르기를 반복한다. 꽤나 분명한 목소리로 자기를 가리키며 영우라고 말한다. 개울가에 먼저 와서 놀고 있던 자매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을 가리키며 누나라고도 말한다. 누나들이 영우랑 같이 놀고 싶어했는데 아직은 같이 놀 줄을 몰라서 혼자서 물장구 치는것만도 재미있나보다. 그 아이들이 영우 이뻐해주고 손잡아주고 나름대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신랑은 우리 자매의 어린 시절과 신랑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를 통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새겨보는구나.
동생 집에 들러서 씻기고 과일 먹고 돌아오는 길에 영우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영우가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방수 기저귀를 5개나 샀다. 그러나 2주가 흐르니 이제는 날이 덥지 않아 분수도, 개울가도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뭐여, 대구는 아직 덥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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