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5일 수요일

516일 일상

2주 사이에 제법 발음이 좋아진 영우는 신랑이 자고 있는 방에 문 열고 들어가 아빠하면서 깨운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신랑이지만 아들이 또렷하게 아빠라고 부르니 일어나지 않을 수가. 아빠가 일어나니 영우는 이것 저것 가리키며 뭐라뭐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꽃을 가리키며 꽃이라 하면서 뭐라고 종알거리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2주만에 목소리도 꽤나 커지고 말도 잘 따라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열이 많은 아이인데 날이 더운지라 금방 씻고 나와도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시원해질까싶어 머리를 자르러 갔다. 전에 엄마 혼자 미용실 갔을 때는 영우가 많이 울어서 엄마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의자에 앉으면서부터 울기 시작. 이제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갖혀 있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된거지. 내내 우는 바람에 머리카락은 입 속으로 들어가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머리를 짧게 깎이니 시원해 보이고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저녁에는 고깃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동생네랑 다같이 나와서 차를 나누어 타는데 아빠가 동생네 차 탄다고 다른 방향으로 가시니 영우가 운다. 밖에 나올 때는 항상 할아버지랑 함께인데 영우를 두고 따로 가시니 당황했나보다. 아빠가 다시 영우한테 오시니 손을 잡고 애교를 부리는데 이러니 힘들어도 이쁘지 않을 수가.
영우는 가는 길에 잠이 들어서 우리 모두 편안히 밥 먹을 수 있었다. 고깃집에는 놀이방에 꽤 잘 되어 있어서 영우가 깨고 난 후에는 계속 놀이방에서 놀았다. 방방이를 타보았는데 예전에 뽀로로파크에 갔을 때에는 탈 줄 몰라서 멍하게 있더니 이번에는 여전히 탈 줄은 모르지만 타고싶어한다. 내가 좀 튕겨주니까 영우도 해보고 싶어서 무릎을 굽히고 꿀렁꿀렁하는데 튕겨지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모양. 그런데 영우에게 공격성이 좀 보인다다. 미끄럼틀에 서 있는 다른 아이와 마주쳐서 보행에 방해가 되니 그 아이를 물려고 하질 않나, 영우가 방방이에 누워 있는데 다른 아이가 위로 넘어지니 발로 차지를 않나, 조심해야겠다.
영우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내니 당연하겠지만 노인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에헤이, 아이고 같은 말을 따라하면 얼마나 웃긴지. 이 날은 뒷짐을 진다. 뒷짐 지는 사람도 없는데 뭘 보고 따라하는걸까? 영우 영감님 덕분에 빵 터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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