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550일 아빠 찾기

이 날 아침에 꿈을 꿨는지, 아빠를 외치며 잠에서 깼다고 한다. 일어나자마자 할머니 손을 잡고 작은 방으로 가서 문을 열며 아빠를 찾았다고 한다. 우리가 주말에 가면 자는 바로 그 방인데, 지난 번 대구에 갔을 때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우러 그 방으로 가더니만, 아빠가 그 방에서 잔다는 기억이 남아있나보다. 아빠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왜이리 짠한지. 신랑도 영우랑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마음 아파한다.

547일 상상놀이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라일리의 상상의 동물이 나온다. 영우도 벌써 상상의 나라가 있는걸까? 자동차를 갖고 놀면서 인격을 부여한다.
로이는 아빠, 폴리는 엄마, 은색 자동차는 할아버지, 빨간 자동차는 할머니. 나름대로 확실히 정리를 했는지 계속해서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른다. 영우의 머릿 속에서 무슨 놀이가 진행되고 있는걸까? 정말 궁금하다.

고대하던 김선욱과 이상 엔더스의 듀오 콘서트


오랜만에 듣는 김선욱과 궁금했던 이상 엔더스. 이틀동안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과 몇 개의 변주곡들을 연주하였는데, 솔직히 하루에 5곡 다 연주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레퍼토리는 아마도 앵콜곡을 위한 것이었나보다. 첫 날 앵콜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둘째 날에는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를 연주해주었다. 심지어 김선욱이 앵콜곡을 뭐할까 고심했다며, 언제나 수줍어하는 김선욱이 꽤나 길게 이야기도 해주었다.
김선욱의 연주는 언제나와 같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고, 이상 엔더스는 조금 기대에 못미쳤다.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커서이지, 이상 엔더스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첼로가 조금 부족하단 느낌이 든 것은 우리의 레퍼런스가 하필이면 로스트로포비치와 리히터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첼로 소나타 초기 작품은 피아노가 더 주요 선율이어서일수도 있고, 지휘 공부를 하는 김선욱의 리딩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신랑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라 하더라도 솔리스트의 역량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김선욱과의 레벨 차이가 좀 느껴진다고 하였다. 리히터의 연주는 정말 리듬감이 있었는데, 해석의 차이이긴 하겠지만 김선욱의 연주는 조금 심심한 면이 있었다고, 그렇지만 정말 화려했다고 한다. 난 그렇게까진 잘 모르겠지만, 첼로가 조금 약하단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런 훌륭한 연주를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정말 좋다.
한 곡 한 곡 끝날때마다 관객들의 호응도 엄청났는데, 이상도 선욱의 연주가 정말 좋았을테지,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막막 느껴졌다. 둘이 호흡을 맞출 때 서로를 향해 고객를 살짝 돌릴 때, 살짝 미소지을 때, 보고 있는 내가 다 흐뭇하던지, 아직 28살밖에 안된 이 젊은 예술인들의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기획사에게도, 둘을 연결시켜준 진은숙 작곡가에게도, 친구가 된 둘에게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공연이었다.
그나저나..감상평을 하나 더 하자면..이상 엔더스는 정말 머리가 작았다. 김선욱이 옆에 서 있으니 안타까울 정도. 사진에 비해 피부가 좀 안좋긴 했지만 꽤나 귀여운 얼굴. 급격히 퀄리티가 떨어지는 공연 리뷰구나~

2015년 8월 25일 화요일

545일 일상

처음으로 키즈카페에 가보았다. 수영장이나 실내 동물원, 뽀로로 파크도 다 키즈카페이긴 하지만 소규모 키즈카페는 처음인데 의외로 놀만했다. 두 시간에 어른 두 명 음료 포함하여 9천원이면 꽤 저렴한 것 같은데 대구라서 그런건가? 원래 이 정도 규모의 키즈카페는 이렇게 저렴한건가?
영우가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역시나 붕붕카. 스텝2 붕붕카가 네 대 있었는데 하나씩 다 타본다. 영우가 발로 밀면서 이동해야 하는데 잘 못해서 엄마표 붕붕카 출동. 재미있는 것은 네 대를 타고 내리면서 문을 꼭 닫고 내린다는 것. 나도 인상적으로 봤는데 신랑도 영우 말 잘 듣겠다며, 규율에 맞춰 잘 생활할 것 같다며 한마디 거든다.
넓지 않은 공간을 어찌나 알차게 꾸며놓았는지 방방이도 꽤나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었다. 영우는 아직 점프를 하지 못해서 그냥 뛰어다니기만 했는데, 방방이의 출렁거리는 느낌이 재미있는지 열심히 뛰면서 엄청 즐거워한다. 끝에는 경사도 있게 만들어놓아서 미끄럽도 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다른 아이들이 기어 올라가서 미끄럼을 타는 모습을 보더니 영우도 막 올라가고 싶어한다. 이제 슬슬 놀 줄 알아가는 거 같다.
공놀이도 하고, 그네도 타고, 목마도 타고, 동물 인형도 갖고 놀고, 두 시간동안 갖추어져 있는 거의 모든 장난감들을 알차게 갖고 놀았다. 우유도 200ml 거의 한 팩을 순식간에 흡입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서 스르륵 잠들었다. 집 근처에 키즈카페가 하나 더 있는데 다음에는 거기 가보고 괜찮은 곳으로 종종 다녀봐야겠다.
2주만에 만난 영우는 할머니 찾는 시간이 전보다 좀 짧아졌다. 여전히 할머니 찾아 울기는 하지만 2주 전에 비하면 덜 울고 관심이 돌려진다. 식탁 의자 위로 기어올라갈 수 있게된지는 좀 됐는데, 의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식탁 위로 올라가려고 해서 문제다. 그래서 엄마가 식탁 의자들을 멀찍이 떨어뜨려놨더니 지가 의자를 식탁 옆으로 살살 끌고 가서 올라간다. 어떻게 그럴 줄은 아는지 원, 웃긴 녀석. 이 날은 올라올 때 영우가 많이 울었다. 다행히 금세 그치고 잘 먹고 잘 논 모양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1년은 더 이렇게 지내야 할텐데.. 영우야, 잘 지내주렴.

544일 실내동물원

계획했던 물놀이를 하지 못해서 뭐하고 놀까 하다가 영우 보시느라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으신 아빠께는 영화를 보여드리고, 우리는 그 옆 실내동물원에서 놀기로 했다. 3개월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간 영우가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갔을 때에는 수동적이었달까, 우리가 보여주는대로 보고 만져보라면 만져보았는데 지금은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한다. 뚜벅뚜벅 걸어가서 거북이를 바라보고, 햄스터가 보고 싶으면 유리칸막이를 기어올라가려고 하고, 장수풍뎅이를 보러 뛰어가기도 하고, 원숭이에게 안녕 손을 흔들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 스스로 체험을 해 볼 수는 없는터라 실내 동물원은 조금 더 컸을때 오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사자, 코끼리, 말, 곰 등을 알아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그림으로만 보았던 그 동물들의 실물을 보여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봄에는 동물들을 사진이나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어서 별 감흥이 없었을텐데 올 가을에는 동물원에 데리고 가야겠다.

543일 어린이집. 아이행복카드.

엄마가 올려주시는 문화센터에서 활동하는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영우 따라다니느라 엄마가 정말 힘들겠다 싶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테니 엄마 조금이라도 쉬실 수 있게 잠깐이라도 어린이 집을 보내면 어떨까 싶었다. 마침 지금 다니고 있는 문화센터가 8월 말에 운영을 종료하기도 해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면 어떻겠냐고 했으나 엄마는 이 어린 것을 어찌 어린이집에 보내냐며 단칼에 거절하셨다.
그러다 동생이랑 같이 어린이집에 직접 방문을 해보게 되셨는데 선생님들이 좋고, 아이들의 습성에 대해 전문가답게 잘 알고 있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확인하셨나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 가정어린이집보다 넓고, 국공립처럼 인원이 많지 않아서 선생님 한 분이 두 명을 본다고 하니 더욱 안심되어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영우 네임스티커 주문. 영우 물건에 스티커 붙여 보낼 생각하니 벌써부터 대견한지. 그리고 주민센터에 가서 보육료 전환 신청하고 은행에서 아이행복카드 신청. 예전에는 임신했을때 만드는 카드, 어린이집 보낼 때 만드는 카드가 달랐는데 이제 통합되었다고 한다. 주말에 입소신청서까지 썼지만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 잘 놀고 잘 적응할 수 있겠지?

541일 바지 입기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면 신기할 때가 많다. 누워만 있던 시절, 처음 배냇저고리를 벗기고 점프수트를 입히기 위해 머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낑낑댈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은 정말 수월하다. 티셔츠를 입힐 때 머리만 통과시켜놓으면 지가 알아서 왼팔, 오른팔을 소매쪽으로 뻗어주고, 바지를 입힐 때에도 누워서 다리를 번쩍 들어주니 한결 편하다. 카시트에 안전벨트 채울때도 알아서 팔을 끼워넣는데 참 기특하다.
한참 전부터 스스로 바지를 입어보고 싶어 했더랬다. 팬티 기저귀를 꺼내서 다리에 끼우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바지 한쪽 구멍에 두 다리를 다 끼워넣고 낑낑대기도 했는데 이 날 드디어 스스로 바지를 입는데 성공했다. 입고 있던 바지 위에 또 입은거긴 하지만, 이 날 이후로도 한쪽 구멍에 두 다리를 다 끼워넣긴 하지만 또 이렇게 크는구나 싶다.

540일 뽀로로와 친구들

영우 밥 먹는 시간이 자꾸 길어져서 밥 먹기 지루해하니 뽀로로를 자주 틀어준다. 그런데 뽀로로를 틀어주면 영상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밥을 잘 씹어 넘기지 않는다. 이래도 저래도 밥 먹이기 힘든 요즈음이다.
후배가 영우에게 선물해 준 북극곰 인형이 있는데 요즘 꽤나 잘 갖고논다. 이 날도 인형이랑 찍힌 사진이 있었는데 동생이 포비라고 써놓았길래 웬 포비? 했는데(난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인줄 알았음.) 알고 보니 뽀로로에 나오는 백곰 이름이 포비라고 한다.
뽀로로와 크롱이는 인형이 있어서 자주 이름을 이야기해주어서 영우도 발음할 수 있는데,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에디, 포비, 루피를 발음하고 있더란다. 그간 열심히 보긴 했지만 다 듣고 있는거였어? 깜짝 놀라겠네!

531일 물놀이2

전 날에 이어 물놀이를 하러 출발한 곳은 동생네 아파트.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아파트 광장에 바닥분수를 운영한다길래 거기 가보려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간 시간에 분수는 너무 땡볕이라 잠깐 발만 대보고 개울가로 이동. 영우는 그 잠깐동안 분수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는데, 지가 생각하기에도 물 나오는 것에 놀라는 모습이 웃긴지 놀라고 깔깔대고 놀라고 깔깔댄다. 귀여운 녀석.
개울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수돗물을 흘려 보내는 것이라 운영 시간이 정해져있다. 얕고 그늘도 져 있어 영우가 놀기에는 딱 안성맞춤. 처음에는 발만 담그게 하려고 했는데 물장난을 어찌 말릴쏘냐, 곧 주저앉아 첨벙대기 시작한다. 기저귀가 물에 젖으니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벗겨주었더니 난생 처음 기저귀없이 노는 것이 어색한가보다. 얇은 바지가 엉덩이에 착 달라붙어 있으니 그 모습 도한 귀엽기 그지 없다.
정신 없이 물놀이를 하면서도 아빠 한 번 쳐다보고 아빠 부르고, 엄마 한 번 쳐다보고 엄마 부르기를 반복한다. 꽤나 분명한 목소리로 자기를 가리키며 영우라고 말한다. 개울가에 먼저 와서 놀고 있던 자매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을 가리키며 누나라고도 말한다. 누나들이 영우랑 같이 놀고 싶어했는데 아직은 같이 놀 줄을 몰라서 혼자서 물장구 치는것만도 재미있나보다. 그 아이들이 영우 이뻐해주고 손잡아주고 나름대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신랑은 우리 자매의 어린 시절과 신랑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를 통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새겨보는구나.
동생 집에 들러서 씻기고 과일 먹고 돌아오는 길에 영우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영우가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방수 기저귀를 5개나 샀다. 그러나 2주가 흐르니 이제는 날이 덥지 않아 분수도, 개울가도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뭐여, 대구는 아직 덥더구만!

530일 물놀이1

남들은 애기 데리고 해외여행도 가고 호텔팩 하면서 호텔 수영장에도 데려가곤 하지만, 나도 씻으면서 영우도 씻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아 물놀이 여행 계획은 없다. 뜨거운 대구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영우를 위한 물놀이는 그리하여 베이비 수영장. 작년에는 세 번이나 갔었는데 8월 되서야 처음 가본다. 목욕할 때마다 첨벙거리며 좋아하니 작년보다 잘 놀 수 있을것 같아 잔뜩 기대하며 출발.
서울의 베이비 엔젤스와 거의 동일하게 운영되는 대구의 아쿠아베베는 비용도 서울과 비슷하니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키즈카페에서 두 시간을 놀 수 있고, RC자동차를 두 대나 갖다놓을 정도로 넓다. 가족전용 스파도 있다고 하니 근처에 살면 자주 와서 놀만할 것 같다.
영우는 기대만큼 아주 잘 놀았다. 튜브를 세 개나 바꿔가면서, 나중에는 풀 안에 영우 혼자만 남아 놀 정도로 지치지 않고 놀았다. 물이 싫은건지 우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영우는 여유 있게 물장구 치면서 시종일관 첨벙첨벙 잘 놀아서 예전 목튜브하던 시절의 귀여운 맛은 좀 덜했달까. 좀 더 첨벙거릴 수 있게 얕은 풀로 옮겼더니 그게 더 재미있는지 거기선 안나오려고 소리 좀 질러주더라.
키즈카페에서는 내내 자동차만 갖고 놀았다. 집에서 놀때처럼 자동차 바퀴를 보는건지 낮은 자세로 밀면서 돌아다닌다. 신랑의 로망이었더 RC자동차에도 태워보고 붕붕카에도 태워보고 볼풀에서도 놀았지만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건 작은 자동차들. 다락방 아래 터널처럼 구성된 곳에서 놀기도 했는데 입구와 출구를 오가며 깍꿍을 하다가 지겨워지면 영우가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와 내 다리를 안는데 그 찡한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신나게 놀고 차에 타자마자 꿈나라로 간 영우. 더 푹 잤으면 좋았을텐데 중간에 깨서 할머니가 곁에 없으니 엄청 운다. 자꾸 할머니에 대한 집착이 커져서 조금 염려된다. 때가 되면 잘 적응하겠지만 지금은 오만가지 걱정을 미리 하고 있는 중.

2015년 8월 6일 목요일

526일 뱅뱅 돌기

하루종일 뱅뱅 도느라 바쁜 영우. 놀이터에 나가면 누군가가 버려두고 놀러간 자전거를 잡고 뱅뱅 돌리기 시작한다. 유모차도, 세 발 자전거도 영우가 직접 잡고 걸어가는걸 좋아하더니만 바퀴가 있는 것은 일단 잡고 앞으로 간다. 핸들이 틀어져 있으니 뱅뱅 돌게 되는데 신나서 돌리더니만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넘어져도 또 돌리고 또 돌린다. 
집에서는 앉아서도 빙글빙글 돌더니만 이제는 서서도 돈다.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서서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도는데 균형을 못잡아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엄마아빠가 말려도 계속 돈다. 어지럽지도 않은건가, 어지러운 그 느낌이 신기하고 재미있는건가. 뱅뱅 도는건 또 어디서 보고 도는걸까. 달라진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있는 내가 더 신기하다.
이 날 또 새로운 행동 하나는 소파에 서 있다가 털썩 주저앉는 것이다. 지난 번에 방방이를 뛰고 나서 반동이나 점프, 털썩 앉는 느낌에 대해 좀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몇 번이고 반복해서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523일 왕짜증

이가 더 나려고 하는 것일까? 영우는 요즘 갑자기 짜증이 많아졌다. 지 마음대로 안되면 에엥거리는건 물론이고, 잘 놀다가도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이 날은 뭐가 그리 답답하고 짜증나는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리를 질러댄다. 아직 이가 8개밖에 안 났는데 송곳니가 나려고 그러는걸까, 날거면 빨리 나고 짜증 그만내면 좋겠다.

520일 할아버지를 폭행합니다.

영우 목욕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목욕이라기보다는 물놀이지, 다 씻고 나서 좀 더 놀라고 두고 나왔나보다. 누가 세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어푸어푸 지가 혼자 세수도 할 줄 안다. 목욕통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첨벙첨벙 물을 튀기며 노는데 거실까지 물이 다 튈 정도로 물을 튀기는 힘이 세다.
그 다음 올라온 동영상이 아주 가관인데, 영우가 물놀이하는 동영상을 영우에게 보여주고 있었더랬다. 물놀이할 때의 신나던 기억이 나는건지 킥킥킥 웃으며 좋아하다가 급기야는 할아버지의 배를 물인것마냥 찰싹찰싹 때린다. 아이고야, 얼마나 세게 때리는지, 물 튀기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할아버지 배를 때리는데 웃기면서도 안타깝다. 지는 때리는건줄도 모르고 아픈줄도 모르겠지.
그나저나 물놀이를 이렇게나 좋아하니 수영장에 한 번 데리고 가야겠다. 작년에는 세 번이나 데리고 갔었는데 더 더운 대구에서 물놀이 한 번 제대로 못시켜주다니 어쩐지 미안하다. 아직 혼자 씻길 엄두가 나지 않아, 나도 씻으면서 영우도 씻길 엄두는 더 나지 않아, 다같이 수영장에 가지는 못하겠고 유아전용 수영장에 갈 예정.

2015년 8월 5일 수요일

519일 퍼즐 맞추기

유아용 퍼즐은 나무로 되어 있다. 조각나 있는 퍼즐이 아니라 공, 오리, 자동차, 비행기 모양 그대로 모양대로 맞추는 수준이다. 공 하나만 겨우 맞추다가 이제는 네 가지 다 아주 손쉽게 맞추게 되었다. 다른 퍼즐을 사줄까 고민중이었는데 사촌동생이 옷 갈아입히기 퍼즐을 주었다. 엄마, 아빠, 아들 곰 세마리의 표정과 상하의옷을 갈아 입혀야 하는데 영우의 수준에 너무 안맞는 것 같아서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내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영우가 퍼즐에 흥미를 느끼는지 직접 퍼즐통을 들고 오더니 맞추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 아들 퍼즐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양이 다 비슷해서 못할 줄 알았는데 제법 제 자리를 찾아간다. 상의는 상의 자리에, 머리는 머리 자리에 두는 것이 아닌가. 가끔 헷갈려할 때 아빠가 거기 아니지 하면 다른 자리에 놓을 줄도 안다. 기술이 늘어가는 것을 보니 참 신통방통하다.

516일 일상

2주 사이에 제법 발음이 좋아진 영우는 신랑이 자고 있는 방에 문 열고 들어가 아빠하면서 깨운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신랑이지만 아들이 또렷하게 아빠라고 부르니 일어나지 않을 수가. 아빠가 일어나니 영우는 이것 저것 가리키며 뭐라뭐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꽃을 가리키며 꽃이라 하면서 뭐라고 종알거리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2주만에 목소리도 꽤나 커지고 말도 잘 따라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열이 많은 아이인데 날이 더운지라 금방 씻고 나와도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시원해질까싶어 머리를 자르러 갔다. 전에 엄마 혼자 미용실 갔을 때는 영우가 많이 울어서 엄마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의자에 앉으면서부터 울기 시작. 이제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갖혀 있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된거지. 내내 우는 바람에 머리카락은 입 속으로 들어가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머리를 짧게 깎이니 시원해 보이고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저녁에는 고깃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동생네랑 다같이 나와서 차를 나누어 타는데 아빠가 동생네 차 탄다고 다른 방향으로 가시니 영우가 운다. 밖에 나올 때는 항상 할아버지랑 함께인데 영우를 두고 따로 가시니 당황했나보다. 아빠가 다시 영우한테 오시니 손을 잡고 애교를 부리는데 이러니 힘들어도 이쁘지 않을 수가.
영우는 가는 길에 잠이 들어서 우리 모두 편안히 밥 먹을 수 있었다. 고깃집에는 놀이방에 꽤 잘 되어 있어서 영우가 깨고 난 후에는 계속 놀이방에서 놀았다. 방방이를 타보았는데 예전에 뽀로로파크에 갔을 때에는 탈 줄 몰라서 멍하게 있더니 이번에는 여전히 탈 줄은 모르지만 타고싶어한다. 내가 좀 튕겨주니까 영우도 해보고 싶어서 무릎을 굽히고 꿀렁꿀렁하는데 튕겨지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모양. 그런데 영우에게 공격성이 좀 보인다다. 미끄럼틀에 서 있는 다른 아이와 마주쳐서 보행에 방해가 되니 그 아이를 물려고 하질 않나, 영우가 방방이에 누워 있는데 다른 아이가 위로 넘어지니 발로 차지를 않나, 조심해야겠다.
영우가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내니 당연하겠지만 노인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에헤이, 아이고 같은 말을 따라하면 얼마나 웃긴지. 이 날은 뒷짐을 진다. 뒷짐 지는 사람도 없는데 뭘 보고 따라하는걸까? 영우 영감님 덕분에 빵 터진 날.

2015년 8월 3일 월요일

근황

찾는 사람 없어도 나의 근황을 알려야지. 블로그에 온통 영우 얘기뿐.
한동안 잠을 잘 못잤는데, 쉽게 잠들지도 못하고 자주 깨서 너무 피곤했는데 약 용량을 낮추고 난 후 많이 좋아졌다. 몸이 덜 피곤하니까 활동할 마음이 생긴다. 물론 여전히 야근은 많고 별로 개선될 것 같지는 않지만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병원 정기검진 가는 날 휴가를 내고 전 회사를 방문했다. 333은 자주 만나지만 다른 사람들도 보고싶긴 해서 전격 회사 방문. 이 날 본부장회의가 있었던터라 1층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며 본부장님들과 대표니까지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전 팀원들과는 점심을 함께 먹고 이리 저리 다니며 인사 나누고 하니 함께 있을땐 데면데면해도 다들 반가운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집에 일찍 가려다가 센터원으로 이동하는 팀원이 있어서 센터원까지 방문도장을 찍었다. 퇴사할 때 인사하지 못했던 동료에게 인사도 하고 재입사한거냐는 질문도 받고. 그러고보니 재입사한 후 4년 반동안 모셨던 6분의 팀장 중 5명을 만났다. 4년 반동안 6명은 너무 심한거 아냐? 이 조직 정말;;
지난 주에는 그간 고생해서 작성한 리포트로 CEO 보고를 (잘) 했고 다음 날 일찍 퇴근 찬스를 썼다. 333을 만나서 생일 축하도 하고, 선물도 나누고, 밀린 이야기에 하하호호. 그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전날부터 신나더니 일주일이 즐겁다. 역시 난 사람들을 만나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었나보다.
여세를 몰아 예술사 수업에 다시 나가려고 한다. 신랑 카톡방에 오가던 음악 이야기를 보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던지, 야근 땜에 못가게 되더라도 일단은 나가보려고 한다. 교재가 뭔지도 모르고 나갔다가 이집트 미술 하는거보고 살짝 실망하긴 했지만 호루스의 눈이 클림트 그림에 표현된 것을 보니 또 재미있고, 낭만시대 이후에는 음악쪽 비중을 많이 둘거라 하시니 또 기대되고, 사람들 만나니 또 즐겁다. 다시 즐거운 일상으로~

2015년 8월 1일 토요일

515일 놀이터 일상

아빠랑 온동네 놀이터를 순회하며 놀이기구에 다 타보는 영우. 똑같이 생긴 것도, 심지어 시소조차도 옆에 있는 것까지 한 번씩 다 타봐야 직성이 풀린다.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스프링 위에 앉아서 바를 잡고 앞뒤로 흔드는 기구가 있다. 흔들목마 같은 것과 원리는 같을텐데 놀이터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어딘가는 자동차나 말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어딘가는 의자처럼 생겨서 양 옆에 동물 모양이 그려져있다. 이 기구는 좀 높은 편이라 그간 어른이 안아서 앉혀줬어야 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혼자 다리를 하늘 높이 쳐들고 올라간다. 게다가 혼자서 내려오기까지 한다! 아빠도 그 모습을 보시고는 여간 신기해 하시는것이 아니다. 이 날 처음으로 터널 미끄럼틀도 타보았다고 하는데 이제 곧 놀이터를 날아다니는 골목대장이 될 것 같다.

512일 책장

6살 남자 아이, 4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종사촌동생 덕분에 영우 장난감과 책을 많이 물려받았다. 푸름이 까꿍책에 이어 자연관찰책과 세밀화책을 받아오게 되어서 이제 책이 꽤나 많아졌다. 영우 방에 아빠 책장이 있긴 하지만 주 생활 공간이 거실인지라 거실에 책을 두고 싶어서, 책장을 샀다.
책장이 도착하니 영우는 자기 건줄 알아서 신난건지, 책장 칸칸이 다 두드려보며 한참을 아주 즐겁게 논다. 두 단짜리 책장이라 있는 책 다 꽂으니 6칸이 꽉 차서 왠지 뿌듯하긴 하지만 진열만 해놓고 잘 읽어주지는 않는지라 좀 마음에 걸린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영우가 책장 앞에 소파를 놓고 책을 읽었으면 하는 것은 나의 바람일 뿐, 실상은 책을 다 끄집어내서 어지른다. 또 다른 용도로 늘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 자동차들을 책장 위에 올려놓기도 하는데 영우 키보다 조금 더 큰 높이라 쉴 새 없이 자동차를 끄집어 내리고 다시 올리려다 실패해서 점점 더 어지른다. 그래도 영우 물건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