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8일 화요일

14개월 요즘 영우는..

14개월이 되었다. 요즘 영우는 밥을 먹는다. 주로 진 밥을 먹고 어른 밥도 조금씩 먹는다. 진 밥을 먹을 때는 잘 먹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어떨 땐 한시간 걸려서 먹기도 한단다. 그런데 어른 밥은 배가 불러도 잘 받아먹는다. 숟가락도 이유식용 숟가락보다 어른 숟가락을 좋아한다. 빨리 어른들이랑 같이 밥 먹고 싶은걸까? 밥 먹이기 힘들 때는 음악을 틀어주면서 주의를 돌리면 받아먹기도 하는데 주니어 네이버 같은걸 틀어주면 정말 혼이 나간 얼굴로 쳐다보며 주는대로 받아먹는다. 내가 키웠으면 진작에 뽀로로의 바다에 빠졌을 듯.
과일은 사과, 바나나, 딸기를 잘 먹고 배는 좀 딱딱한 느낌인지 먹기 힘들어한다. 고구마, 감자도 잘 먹고 최근에는 삶은 당근에 홀릭중이다. 치즈도 먹이고는 있는데 과일도 그렇지만 어떨땐 잘 먹고 어떨 땐 잘 안 먹는다. 그래도 엄마가 먹기 싫어하는 영우를 살살 꼬여가며 많이 많이 먹이고 계신다. 애 셋은 그냥 키운게 아닌지라 확실히 노하우가 있으시다.
힘이 센데다 힘 조절이 잘 안되서 어쩌다가 맞으면 참 아프다. 엊그제는 누워 있다가 뺨을 찰싹 맞았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황당해서 웃음이 났다. 그럴때 웃으면 안되고 혼내야 때리면 안된다는걸 안다는데 잘 안된다. 내 평생 뺨 맞은 적이 없는데 아들한테 맞게 될 줄이야. 잠 잘 때 콧구멍을 막 쑤시는 것도 괴롭고 머리카락도 엄청 잡아당긴다. 머리로 들이받기도 하는데 참 아프다. ㅜㅜ
요즘은 걸을 때 얼마나 급히 걷는지 자주 넘어진다. 늦게 걸렸더니 잘 안넘어진다고 기특해 했더니만, 그 때는 두 팔을 위로 들고 균형을 잡으며 걷더니 요즘은 방향도 휙휙 바꾸고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가 있어서 엄청 넘어진다. 마치 초보운전자가 자신감이 붙었을 때 사고가 많이 나는 것처럼 시시때때 쿵쿵 넘어지고 있는 중이다.
걸을 수 있게 되니 밖에 나가고 싶어 난리다. 어릴 적에도 밖에 나가는걸 좋아라했지만 지금은 걷고 싶어서 더더더 난리다. 집에 있을 때도 신발 신겨달라고 하고는 신발 신고 걸어다닌다. 걷고 있는데 유모차를 태우려고 하면 안타려고 난리난리. 취향이 생겨서 손 잡기도 싫다 하고 유모차를 지가 끌면서 걸어다닌다. 예전에는 밖에 나가면 이것 저것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한 마디도 못하더니 이제는 좀 여유가 있는지 소리를 낸다. 
아직 겁이 많아서 미끄럼틀을 잘 타지는 못한다. 혼자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미끄럼틀에서 보내는 시간은 꽤 긴데 내려올 때는 한쪽 발로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슬라이드 쪽으로 기어올라가다 힘에 부쳐서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이제는 끝까지 잘 올라간다. 미끄럼틀이 작아서 조금만 더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올라가고 부술듯이 뛰어 놀겠지.
확실한 발음은 아니지만 돼지 소리, 꿀꿀 소리를 잘 낸다. 꿀꾸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장난감에 돼지, 강아지, 고양이 버튼을 누르면 울음소리가 나는데 멍멍 눌러봐라, 야옹 눌러봐라 하면 찾아 누른다. 한 번 한 행동은 다시 잘 안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연히 누른건지 정말 인지하고 누른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신랑 옷에 그려진 곰을 보고 가리키며 옴이라고 하던데 정말 곰이란걸 알고 말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탈 것들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잘 찾아낸다.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것은 소방차, 비행기, 자동차인것 같다. 갖고 있는 장난감이랑 매칭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신랑이랑 그림을 보고 놀다가 비행기를 가리키더니 이어서 하늘을 가리키더라며, 이 녀석 나한테 비행기가 뭔지 설명하는건가 하는데 아주 웃겨 죽겠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가 래미콘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런 모양의 차는 처음 보는 것이니 아주 유심히 오랫동안 쳐다보더니만 집에 와서 래미콘 그림을 계속 쿡쿡 찌르며 가리키기도 했다.
말귀를 많이 알아들어서 심부름도 가능해졌다. 엄마가 젖병 소독하면서 노리개 젖꼭지 소독한다고 쪽쪽이 가져오라고 하면 방에 들어가서 꺼내온다. 우유 먹자고 뭐 준비해야 하지? 하면 손수건을 갖고 와서 가슴팍에 대고 서 있는다. 다 지가 내킬때만 하는거긴 하지만, 혼날 때는 아무것도 못 알아들은척 하지만. 
14개월 영우는 꾀도 늘고 떼도 늘고 잘 크고 있는 중.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420일 이모

몇 개 단어의 발음을 흉내내고 있지만 엄마 아빠는 이제 아주 잘한다. 다음엔 어떤 단어를 말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발음은 좀 어렵다보니 이모를 먼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림이랑 만나서 저녁을 먹고 함께 영우와 통화를 하는데 영우가 이모라고 말한다. 낮에 동생한테도 이모라고 말해줬나보다. 힘내서 빨리 말 해보자.

2015년 4월 20일 월요일

415일 영우 두 살이예요.

영우가 우유를 먹으면서 자기 손가락을 쳐다보며 하나씩 접어보더란다. 손가락으로 뭘 하고 싶어 그러나 싶어서 엄마가 영우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접어주면서 두 살이예요를 가르쳤다고 한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엄마가 영우 몇 살이야~ 하면 영우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엄지와 검지를 펴는 듯이 보이는데 뭐 벌써 그런걸 알까 싶지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마냥 신기하다. 
영우 몇 살이야? 두 살이예요~ 귀여운 녀석.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411일 부산 나들이

시댁 큰어머니가 부산에 사셔서 영우 태어난 후로 한 번도 보지 못하셨다돌 즈음 영우가 보고싶다고 하셔서 그간 기회만 살피다가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아 부산으로 향했다이제 영우가 차를 잘 타니 한 두시간 거리는 크게 부담이 없다..큰 어머니큰 아버지를 뵙고 처음에는 살짝 낯설어 했으나 떼쓰지 않고 개인기도 보여드리고 잘 놀았다역시 밖에 나오면 순....
도착해서 영우 밥 먹이고 우리도 밥 먹고 좀 놀다 보니 시간이 휙 가서 세 시 반쯤 나왔다꼭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영우가 오후 낮잠을 잘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바다까지 이동하는 동안 잠들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재롱을 떨었는지 모른다드디어 해운대 도착또 나의 욕심에 영우가 바다를 보는 순간 좋아하는 장면을 기대했으나 아마도 시야가 넓지 않아 저 멀리의 바다가 보이진 않았으리라.
영우랑 해변을 걷고 모래사장을 걸었다바다를 보고큰 배를 보고파도 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정말 궁금하다모래 위를 걸을 때는 바닥이 딱딱하지 않으니 신기한지재미있는지내가 발바닥으로 모래를 문질문질 해주니까 꺄르르 좋아한다다른 아이들 모래장난 하는 것도 유심히 보고 그만 걷고 올라가자고 하니 더 걷겠다며 모래 위를 한참 걸었다올라오고 나서도 한참을 걸었는데 한쪽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한쪽 손으로는 유모차를 잡고 걷는다신랑이 자기 손 잡으라고 유모차를 빼니 싫단다유모차를 잡고 걷겠단다바람도 많이 불고 낮잠 시간도 한참 지나서 가려고 하니 들어가기 싫단다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버틴다쬐끄만게 지 의지가 생긴게 참 웃기다영우의 첫 바다 나들이는 성공적.

2015년 4월 12일 일요일

408일 문화센터 친구

지금 다니는 문화센터에 버스 한정류장 차이의, 영우보다 1개월 빠른 동네 친구가 있다. 그 아이도 할머니랑 같이 오는데 덕분에 우리 엄마도 덜 심심하면 좋겠다. 이 날 처음으로 그 아이를 집에 초대했다고 한다. 이제 그 아이 집에도 가보고 놀이터에도 같이 나가보고 할 요량이라고 하신다.

오랜만에 친구가 집에 놀러오자 영우는 어땠을지, 잘 놀았을지 궁금했는데 사촌 오빠 아이가 놀러왔을 때랑 똑같았다고 한다. 평소 갖고 놀지도 않는 장난감인데 친구가 갖고 놀면 빼앗았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두어번 잡아당겼나보다. 휴우. 이 샘쟁이 떼쟁이를 어쩌면 좋아. 조금 더 크면 말귀도 알아듣고 친구들이랑 잘 놀 수 있겠지.

404일 글로벌 영우

대구는 벚꽃이 만개했다. 동네 아파트 정원에도 벚꽃이 많아서 산책 때마다 벚꽃을 보여주긴 하지만 제대로 벚꽃놀이 시켜주려고 하셨는지 경북대학교 교정을 방문했다. 영우 손잡고 걷던 중 동남아 여자아이 가족을 발견하였는데 엄마가 정말 반가워하며 영우를 옆에 데려다 놓고는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빨리 글로벌 친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젊은 우리에겐 별 일 아니지만 대구같이 보수적인 동네에서 동남아 아이를 봐도 전혀 편견 없이, 또래의 아이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같이 사진 찍게 하는 엄마가 참 대단하다 싶다. 사진 속에서 본 그 아이 가족들도 영우를 반갑게,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영우가 할머니의 긍정적이고 편견 없는 마인드를 잘 배워서 바르게, 글로벌 마인드로 커 주면 좋겠구나.

401일 미끄럼틀

이것 저것 사주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데 신랑 친구가 돌 선물로 미끄럼틀을 사준다고 해서 겨우겨우 지름신을 억누르고 있다. 나는 커다란 미끄럼틀을 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작은 미끄럼틀이어서 약간 실망했으나 그 또한 내 욕심일뿐, 겁 많은 영우는 무서워서 그 작은 미끄럼틀도 잘 못 내려온다. 아빠가 미끄럼틀 타 보라고 위에 올려놓고 물러섰더니 혼자 높은 곳에 서 있기 무서운지 내려달라고 난리다. 높은 곳에서 내려가는 건 소파 위에서 내려가는 것밖에 안해봤는데 그렇게 내려갈 수 없는 커다란 곳에 서 있으려니 무서울 수 있겠지.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잘 못하고 엄마아빠가 몇 번 슬라이딩할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느낌이 이상한지 영 호응이 없다.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6일만에 드디어! 스스로 계단을 올라가고 슬라이딩해서 내려왔다. 아직은 무서워서 신나게 내려오지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슬라이딩이 짧아서 조금만 지나도 재미가 없을거 같긴 하지만 지금의 영우에게는 위험하지 않고 딱 맞는 사이즈인 것 같다. 언젠가는 올라타고 반대로 기어올라가기도 하고 험하게 놀겠지만 지금은 조심조심. 왈칵왈칵 움직여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심성이 있어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2015년 4월 9일 목요일

푸념

출근하기 너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게임이 재미 없는 것도 문제지만 게임을 하고 있는 시간이 낭비로 느껴진다.
분석 툴이 없으니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단 생각에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3개월쯤 지나면 나아지겠지. 첫 번째 문제는 이사만 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398일 동물원 나들이

순전히 내 욕심이지만 동물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다. 사실 애초에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영우는 아직 동물 실사도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른 집은 벽에다 동물 사진들을 붙여놓기도 하고 자연관찰 전집을 일찍부터 사다가 보여주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동물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동물을 보여주려고 나섰다.
대구에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서 찾아간 곳은 달성공원. 그 이름 참 옛스럽도다. 입장료가 무료인 대신 주차장이 없어서 주변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 날씨가 꽤 좋아서 꽃들도 꽤 많이 폈고 덤으로 동물 냄새도 많이 난다. 달성공원은 사진 속에만 있는 곳이지 가보았던 기억이 남아있진 않는데 연인, 가족,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 되어 있었다.
얼룩말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곰도 있고, 코끼리도 있었으나 영우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곰은 좀 쳐다본 거 같긴 한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풍선에 더 꺄르르한다. 동물을 보고 우와해주길 바랬던 나의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공원을 걷고, 잔디를 밟고, 꽃 속에서 환히 웃는 영우 사진도 건졌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즐거운 나들이다. 좀 더 크면 동물 보고 좋아해주겠지~

390일 공차기

기어다니던 시절에도 공을 보면 꽤 멀리까지 굴리면서 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손에 이끌려 서서 발로 툭 차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발놀림이 서툴러서 공이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이 뒤로 가기도 했다. 보행기 처음 탔을때도, 처음 길 때에도 뒤로 가더니 공 찰 때도 뒤로 가는건 참 웃기다.

이 날도 역시 처음에는 공이 다리 사이에 끼어서 굴릴 수도 없고 차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가 좀 익숙해졌는지 잠시 후에는 공을 차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제법 공을 발로 차서 저 멀리로 보낸다. 이렇게 기술이 하나하나 늘어간다.

384일 일상

가끔식 갖고 노는 공이 있다. 축구공 패턴인데 세계 여러 나라 지도가 패턴마다 박혀있다. 제부가 대한민국 국기를 알려줬다고 했는데 다음 날 대한민국 어디있어? 라고 물으니 이리저리 공을 굴려서 대한민국 국기를 찾아낸다. 그녀석 참 신통방통하네. 그런데 가끔 일장기랑 헷갈리기도 한다는 건 함정.
날씨가 좀 풀리면서 밖에 몇 번 데리고 나갔더니 이제 나가려고 하는건지 눈치를 채는 모양이다. 영우야 우~ 가자 하면 손을 끌어서 현관문 앞으로 간다. 가끔은 양말 신으려는 흉내도 낸다. 양말 신으면 밖에 나간다는걸 어찌 알아챘나몰라.
그간 걸음마 연습을 따로 시키지 않았다. 충분히 기어야 허리에 좋다고도 하고 일찍 걸어봐야 넘어지기만 하지 엄마아빠가 쫓아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 스스로 일어나 걸을때까지 기다렸다. 날씨가 좋아 밖에 데리고 나가서 손을 잡고 걸려보았는데 의외로 잘 걷는다. 집에서 신는 소리나는 신발이 있는데 밖에서 신는 신발은 소리가 안 나니 발을 탁탁 쳐보는 모습, 손 잡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 좀 걸었더니 힘든지 주저앉는 모습. 생생하다.

서울로 출발하려 하는데 아빠가 영우를 데리고 나오셨다. 우리가 차에 타니까 영우도 차에 타려고 손을 뻗는다. 영우야 안녕하고 문을 닫고 출발하는데 영우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영우는 뒤돌아서면 잘 놀겠지만, 그저 내 기분 탓이겟지만, 괜찮을거란걸 알면서도 눈물이 난다. 점점 영우랑 헤어지는게 힘들어진다.

2015년 4월 7일 화요일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hubris 님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저자의 첫번째 책과 비슷한 형식과 소재들로 이루어져있고, 일부는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서 짧게라도 언급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있다. 도발적인 소재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글에 몰입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반복해서 '당위와 현상의 괴리' 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설명하는 도구로 경제학을 끌어들였고, '괴짜경제학'과 같은 방법론으로 더 도발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상들에 대해 설명하며, 냉정한 현실인식 위에 이상적인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군주론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야하는것은 당위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한 것이 현상이다.
나는 가르치려고해서 재미없다고 평 한 적이 있는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 는 좋은책이지만 지루한 이유도 당위만 늘어놨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만 있지 인간이 어떻게 살고있는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나이만 들어갈때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럴 경우에는 네가 사랑하지 않는 매력 없는 미혼자 대신 네가 사랑하는 매력적인 기혼자를 만나"라고 말하는 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현상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바로 인류의 모순이 있다.

두번째 장에서는 저자 나름대로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인생에 변곡점에 있는 나의 상황에서 맘에 와닿는 얘기들이 많았다

내가 행복할때는 언제인가?
실행해보지 않으면 입증할 길이 없다.


이순신, 징기스칸, 오프라윈프리의 잘 정리된 인생이야기를 보는것은 덤이다.

2015년 4월 6일 월요일

378일 심부름

엄마가 기저귀 갈려고 영우에게 기저귀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기저귀를 뒤적뒤적해서는 진짜로 하나 꺼내왔다고 한다. 그 뒤로 동생이 영상을 남기려 시도했지만 기저귀 통을 뒤적거리는 정도에서 실패. 그래도 기저귀란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 모양이다. 이제 조금만 더 크면 심부름 시킬 수 있는 날이 오려나~ 그거 괜찮은데?

375일 문화센터

지루한 겨울이 끝나간다. 겨우내 집 안에만 있었던 영우 콧바람 쐬어주려고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열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여섯 명은 엄마가, 네 명은 할머니가 데리고 온댄다. 아, 이것이 오늘날 육아의 현실.
이미 문화센터 다닌 지 한달이 넘었는데 그간 육아일기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그간의 활동들을 몰아서 적어보면, 첫 날은 달팽이가 되어서 썰매를 탔다. 둘째 날은 앞치마에 모자까지 쓰고 파스타 요리를 했다. 셋째 날은 농부가 되어 씨를 뿌리고 삽질도 했다. 넷째 날은 포크레인 운전도 하고 스포츠카도 타보았다. 다섯째 날은 빵을 구웠다.
선생님이 교구 가지러 나오라고 하면 제일 먼저 기어나간다고 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다른 장난감으로 교체해야해서 선생님이 갖고 가면 아쉬워서 에엥 운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날은 놀이가 끝날때까지 장난감 반납을 못하기도 한단다. 영우 6개월 무렵 문화센터 일일체험 갔을 때 수업 시작하면 앞으로 기어나가서 선생님 옆에서 놀거나 엄청 돌아다니는 애들이 있었는데, 영우가 그 애일 줄이야.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새로운 물건을 보면 입으로 가져가려고 해서 그거 제지하랴, 옆에 다른 아이들 오면 얼굴이라도 할퀼까 떼놓으랴, 엄마가 힘드실거 같아 걱정이지만 그래도 잘 놀아주니 고마워 해야겠지.

374일 도리도리

곤지곤지, 죔죔, 빠이빠이 손으로 하는건 다 하는데 도리도리는 잘 못하던 영우. 드디어 도리도리를 알아 듣고 비슷하게 흉내를 내게 되었다. 근데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건 쉽지 않은지 몸이 더 들썩들썩거린다. 사실상은 머리는 고정되어 있고 몸이 좌우로 흔들거리는거라고 봐야지. 엄마는 머리가 무거워서 돌리기가 쉽지 않아 그렇다고 하는데 도리도리하는 모습이 참으로 웃기다. 지금은 제법 머리를 움직일 수 있다.

364일 안녕하세요.

신랑이 영우랑 영상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안녕하세요를 시키니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흉내를 내더란다. 그동안은 엄마가 영우를 안고 서있다가 안녕하세요를 하면서 허리를 굽히면 영우도 같이 허리를 살짝 숙이는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인사했다고 좋아라해주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유연해서 폴더처럼 접히는 영우식 안녕하세요 인사를 보면서 신랑은 뭉클해서 눈물이 났다고. 많이 크긴 했다. 일년동인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것 같다.

2015년 4월 1일 수요일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나의 읽고 싶은 고전 목록에 있는 책이다. 그러나 원전을 읽어보면 베버나 마르크스때 처럼 다시 좌절하겠지. 질낮은 번역때문인지 시대에 맞지않는 문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번의 비슷한 경험을 한 후에는 차라리 해설서를 읽는게 맘 편하다.

 마르크스가 말년에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했듯이,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은 오늘날 통용되는 의미의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다. 르네상스가 신에게서 인간을 분리해낸과정이듯이, 마키아벨리는 윤리에서 정치를 독립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대변자였다.
 군주는 여러가지 좋은 기질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하더라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아니 더 대담하게 말한다면, 그런 훌륭한 기질을 갖추고 항상 존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우며, 갖추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바로 그것이 더 유익하다. <군주론> 18장
 마키아벨리는 군주라면 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분명히 전제한다. 단 군주가 선함을 유지하려면 악함을 이해하고 때로는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선악 개념을 초월해야 한다고 통찰한다. 선과 악이 세상의 두가지 측면이라고 할때 선만으로 상대를 대결하는 것은 무기의 절반만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다르다.
'희망적인 미래'는 '냉혹한 현실'의 기반위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도 냉혹한 현실을 무시하고 희망적인 미래만을 공상하며 그래서 쇠퇴하는 개인과 조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더는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지략'을 겸비해야만 양면적 존재인 인간이 모인 조직을 이끌 수 있다.
그는 '정치를 가능성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국가의 역량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공동체가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경로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나아가는 과정을 정치로 이해했다.
 마찬가지로 '경영도 가능성의 기술'이다. 나아가 개인의 삶도 '가능성의 기술'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재능을 감안해 생존과 발전의 가능성을 부단히 찾아가는 과정이 개인적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생존에 필요한 핵심 영역을 타인에게 의존해서는 존중받지도 못하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 결국 종속되거나 결별하게 마련이다. 타인에 의존하는 삶은 결국 비참한 결과로 끝나게 마련이다.
- 용병이 당연하던 시대에 시민군 체제인 로마가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 고종의 외세에 의지했던 정치의 좋지않은 결말
- 핵심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한 IBM
- 기업의 핵심은 수익력이다. 기업에 돈이 돌면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어 투자와 예금을 권유하고, 사업을 같이하기를 원한다. 반대로 유동성의 위기에 빠지면 호황 때 몰려든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 영세 중립국 스위스의 평화는 입이 아니라 주먹으로 획득하고 유지하고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세가지 요소로 에토스,파토스,로고스를 들었는데 에토스는 연사의 인격과 매력, 청중에 대한 영향력으로 설득 과정의 60%를 차지한다. 파토스는 청중의 심리상태로 설득에 미치는 영향은 30%수준이다.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인 로고스는 10%이다.
- 마키아벨리는 매스미디어의 개념도 없던 500년 전에 브랜드와 이미지의 본질을 통찰한 셈이다.
- 회사마다 다양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만 결국은 '고객 만족과 종업원을 행복하게 하여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 숭고한 목적과 효과적 수단의 결합은 국가는 물론 개인과 조직이 항상 추구해야 하는 실질적 방향성이다.

- 영국 정부가 죄수 호송중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묘안은 인센티브 개편이었다. '죄수 1인당 지급'하던 호송비를 '살아서 도착한 죄수1인당 지급'으로 바꾼것이다.
- 종교도 이익집단이다
-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를 세워서 정당성을 역설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해관계에 있다. 따라서 협상을 잘 이끌려면 논리가 아니라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 논리는 입장에 따라 만들어진다. 상대방의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 썩은 사과 하나가 조직 전체를 오염시킨다. 리더는 조직을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지, 인간성을 개조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을 이끌기 위해 인간에 대한 통찰은 필요하지만, 인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기업 경영자의 임무도 가치를 창출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며, 이를 위해 필요하면 썩은 사과를 제거해 조직 전체를 보호하는 사람이다. 물론 썩은 사과를 계도하는 사람이 아니다.
-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엄격함은 조직 운영의 두 축이다. 두려움과 인센티브는 사람을 움직이는 핵심 동인이다.
- 부하의 이익과 리더의 이익을 일치하게 만드는 것이 경영의 핵심.
- 사람이 적극적이 되려면 조직의 가치관과 물질적 보상이 둘다 필요하다.
- 원칙이 없는 선행은 결국 모두를 불만에 가득 차게 한다.
- 끝날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확실한 승리를 추구하라.
- 새로운 은혜를 베품으로써 과거의 원한을 잊도록 만들수는 없다.

- 현명한 리더는 진지한 잔소리꾼을 곁에 둔다.


- 군주는 절대적 위기에 처했을때 절대적 권력을 휘두를 여유가 없다. 고난에 처했을 때 군주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군주론> 9장

- 외공과 내공을 함께 갖추어야 확장이 가능하다. 내공이 없는 창업자 2세, 3세들은 자산과 설비를 물려받았지만, 진로, 삼미등 무너진 사례가 많다. 반대로 사업이 성장하고 일정단계에 이르면 창업자는 1인기업 체제를 벗어나 유능한 참모진을 구성해야 한다. 뉴코아, 한보는 그러지 못해 당대에 망했다.

-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조직간에 제휴하는 이유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들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은 손해만 보는 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로마가 세계의 패권과 함께 장기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피지배 민족들과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상생의 안목은 헬로키티가 세계적인 캐릭터로 자리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타인을 강하게 한 자는 자멸을 자초할 뿐이다. 미쓰비시 현대 사례.

- 군주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자신보다 강한 나라와 손잡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것은 승리를 거두어도 그 자의 포로가 되기 때문이다. 군주는 될 수 있는 한 남의 뜻대로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군주론>21장

-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변화를 감성적 애원과 논리적 설득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개혁은 힘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 시민의 천성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떤 일을 설득하기는 쉬우나 설득된 상태를 유지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말로 되지 않으면 힘으로 믿게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군주론> 6장

- 한 나라를 차지할 경우 정복자는 필요한 강경 조치를 한번에 강력하게 실행하되 매일같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 모든 가혹행위는 한번에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덜 고통스럽고 반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반대로 은혜는 대중이 오랫동안 음미하도록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 <군주론> 8장

- 자기 운명은 자기가 지배하지 않으면 남이 지배한다. 하늘이 내리는 운을 믿으면서 땅위에서 노력하는것, 즉 운명을 받아들이지만 또한 노력을 통하여 운명이 부여한 가능성을 실현하겠다는 태도가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는 현실적 태도다.

- 파버카스텔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생명력은 길다

- 로마인들은 화근을 미리 예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다. 또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재난을 묵과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왜냐하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망설이다 보면 적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프레타망제( Pret A Manger ) 나 인앤아웃 버거는 샌드위치 업체로 모두 최근 급부상하는 기업들이다. 영국기업인 프레타망제는 패스트부드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을 뒤집어 성공했다. 유기농 야채와 색소가 첨가되지 않은 햄, 자연상태에서 사육된 닭고기를 쓴다. 그런데도 저렴하고 가축 사육농가들과 직거래하고, 10년이상 거래한 납품업자들에게 공급받는다.
- 100년 미만을 사는 인간의 체험은 한계가 있다. 역사를 통해 수천년을 관통하는 세상살이의 본질적 측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조직의 모습, 사소한 것과 본질적인것을 구분하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최근들어 본 책중에 가장 메모가 많았다. 공감가는 부분도, 재미있었던 부분도 많았었기 때문인데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져서 도대체 김경준이 뭐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였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여러 역사속 인물들과 수많은 기업의 실제 이야기가 나오는 방대함은 참 대단하다. 단순히 해설서라기 보다는 군주론을 소재로한 김경준 경영론이라고 보는게 맞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