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일 토요일

질풍노도 출산기

오늘 베이비센터 앱에서 임신 38주를 알리는 메세지가 왔다.
휴. 이렇게 3월을 맞이하게 되다니.
지난 2월 25일 긍정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출산이라는 것이 어찌나 개인차가 큰지 겪어보기 전에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렵다. 원래 우리보다 예정일이 일주일 빨랐던 신랑 친구네 커플은 7시부터 유도 시작해서 그 날 오후 2시에 낳았다고 하니 어쩐지 억울하기까지 하다. 나의 힘들었던 24일과 25일의 과정을 남겨본다.    

24일 새벽 두시쯤 잠이 깬 후 계속 잠 못 이루고 있던 중이었다. 세시쯤 됐으려나. 분비물이 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그러려니 했는데 양이 점점 많아져서 혹시 양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 그러나 남들이 얘기하던 락스냄새가 나지 않아서 아닌가보다하고 다시 누웠다. 계속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신랑을 깨우고 병원에 전화해본 것이 5시. 한시간동안 더 관찰해보기로 하고 6시에 다시 통화 후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한 번 예상치 못한 입원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샤워하고 출산가방 점검하고 아침먹고 9시에 병원으로.
확인 결과 양수가 새는 것이 맞았고, 자궁은 1cm만 열려 있는 상태라 내일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사람에 따라 양수 파열 후 바로 진통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 25일 오전까지 진통이 없으면 유도하기로 했는데 입원해서 10시부터 바로 촉진제를 맞게 되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11시가 넘으면서부터는 진통이 슬슬 시작되었다.
약기운이 잘 받는 것인지 오후 들어서는 진통이 꽤나 심해졌는데 자궁이 안 열려서 할 수 있는게 없다. 최소한 4~5cm는 열려야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진행이 너무 느리다. 촉진제를 끊어보아도 진통은 이미 걸린 상태라 고통은 계속된다. 난 진통의 강도가 자궁 열리는 것과 비례하는건줄 알았는데 자궁이 안열려도 진통은 심하더라. 양수가 먼저 터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언밸런스하게 진행중인 것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이 와중에 임신 기간 내내 문제 없었던 혈압이 갑자기 170까지 높아지고 단백뇨까지 검출되어 임신중독증이 우려된다고 한다. 혈압이 높으면 자연분만시 임산부와 아이가 위험할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행해보자고 하신다. 그러던 중 5시에 겨우겨우 자궁이 3cm 열려서 드디어 무통주사를 맞게된다. 원래는 맞으면 안되지만 혈압도 높고, 천천히 진행시킬거니 진통이라도 줄여보자며 맞은건데 다행히 혈압도 함께 내려갔다. 무통주사는 2시간 정도 효과가 있는데 보통은 한 번만 맞으니 4~5cm 열렸을 때 맞으면 두 세시간동안 자궁이 거의 다 열리는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는거 아닐까싶다.
무통을 맞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던 무통천국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의학의 발달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는 시점의 진통을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고 원장님께 물었더니 혈압 때문에 진행상태 봐서 또 주사를 맞을수도 있다고 해서 어느정도는 안심이 되었다.
진행이 안될까봐 걱정하였는데 두번째 주사를 맞던 오후 8시에는 5~6cm, 11시에는 8cm정도 진행되어 다행이다, 곧 끝나겠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1시 확인결과 여전히 8cm. 그때부터 멘붕이 시작되었나보다. 혈압도 다시 높아져 원장님은 수술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시고, 그런데 자궁근종 때문에 출혈이 많아질 수 있어 수술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하셨다. 2시쯤 네번째 무통주사를 맞았으나 이때부터의 진통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띄어서 천국의 효과는 없었다. 나는 24시간을 거의 깨어 있었던 상태라 비몽사몽이었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내진과 스트라이핑을 거쳐 5시가 되었다.
힘든 중에도 긍정이가 잘 견뎌주어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온 상태였고, 덕분에 힘주기? 밀어내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작할 때에는 힘을 어떻게 줘야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고 간호사가 칭찬해서 그렇게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진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주기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분도 개인차가 클 것이다. 두 번 힘주고 낳았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면. ㅜㅜ
한시간동안 엄청 용을 썼나보다. 온 몸의 실핏줄들이 다 터지고, 허벅지 뒷쪽엔 멍이 들고, 팔은 아직까지도 아프고, 근육들은 다 풀렸다. 신랑도 뒤에서 받쳐주느라 엄청 고생하고. 간호사는 애기 위험해진다고 계속 겁주고. 하늘이 노래져야된다는데 두 번쯤 올려다본 분만실 천장은 여전히 제 색깔을 띄고 있고. 완전 망연자실해있는데 간호사의 한숨. 그리고 신랑의 "이제 됐나봐" 하는 목소리. 원장님이 들어오고 두 번 정도 힘을 더 준 후, 긍정이가 나왔다. 이후의 과정들은 후기에서 본 것처럼 생 살을 절개하고 꿰매는데도 아픈 줄도 모를만큼 앞의 고통이 컸다.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데 어떻게 다들 그걸 잊고 또 하는건지.

그렇게 만난 긍정이. 37주 3일만에, 겨우 정상분만으로 태어났는데 3.24kg으로 잘 커주어 고맙고. 양수가 먼저 터진 좋지 않은 상황, 진통이 길어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잘 견뎌주어 고맙고.
2014년 2월 25일 오전 6시 41분. 그렇게 우린 동지가 되었고, 긍정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