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9일 일요일

조리원 일상

조리원은 천국이라더니..뭐 이리 바쁘고 쉴 틈이 없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면 조리원이 천국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의미일뿐인건가, 우리 조리원이 힘든건가.

조리원에서는 아침 8:30, 점심 12:30, 저녁 17:30에 밥을 먹는다. 긍정이가 언제 일어나는지에 따라 아침 먹기 전에 한 두번, 점심 먹기 전에 한 두번 수유하러 간다. 긍정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에는 오전에만 4번 수유하러 가기도 하는데, 먹기만 하면 잠드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며 젖먹이는데 한시간씩 걸리기 때문에(실제 먹는 시간은 15분만 되도 감사할 지경) 진이 다 빠진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이 아니면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이 시간만큼은 그냥 나를 위해 쓴다. 근육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출산을 했더니 마사지 해주는 아가씨가 조금만 건드려도 아프다. 빨리 회복되면 좋겠다. ㅜㅜ
오후 2시부터 3시 반까지는 신생아실 소독시간이라 긍정이를 방에서 보살피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밥 먹은 직후부터 수유하라는 콜이 걸려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두세시간씩은 씨름을 한다. 집에 가면 하루 24시간을 이렇게 보내야하겠지. 처음에는 단둘이 있는 것이 무서워서 재우려고 애썼는데 그렇게 되면 이후에 수유하러 불려다니는게 힘들어진다. 아무튼 아이를 혼자서 본다는 건 정말 힘들다. 물 한 잔 마시러 나가기도,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우니..긍정이가 오면 엄청 긴장되는지 왜그리 화장실에 가고 싶은지..
저녁 식사 후에도 두 세번 더 수유하고 나면 10시가 넘어가는데 그럼 그냥 분유 보충해 달라고 하고 나는 밤중 수유는 하지 않는다. 산모들 중에는 100% 모유수유하느라 밤새 수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항상 피곤에 절어있다. 아침 6시에 콜 받고 나가면 다들 혼이 나간 상태로 수유하는데 참 대단하다싶다. 지금 이 마음과 사랑으로 아이를 키워야할텐데..신생아때는 내 몸 축나는 것도 아깝지 않은데 왜 아이들이 자라면 그 마음이 변하는걸까..
일정이 이렇다보니 너무 바빠 쉴 틈이 없고,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콜이 올지 모르니 항상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이가 먹고 깨는 시간이 패턴이 생기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텐데. 온종일 한 번 눕지도 못하는 날이 있는가하면, 중간중간 나오는 간식을 제 시간에 먹기도 힘들다. 요가니 뭐니 조리원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한번도 참석해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집에 가면 더 힘들겠지.

와중에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하는 미션이 있다. 딱히 조리원동기라는 이름으로 만남을 지속하고 싶지는 않지만 있는 동안은 유별나지 않게 보내야하니까. 이렇게 쉴 틈이 없는데 사람들은 수유실에서 수다떨고 노는게 좋은가보다. 오늘 저녁엔 햄버거를 시켜먹기로 했다.
최근에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줄을 이었는데 본인이 중산층 정도라고 생각하는 30대 여성들은 이 안타까운 사회현상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 상대적인 박탈감에 죽는거라고.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 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건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일 것이라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
조리원에서 애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나라 걱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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