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나온 이후 엄마가 조리를 해주고 계신다. 밤중 수유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퇴실 전날 혼합하라는 얘기를 듣고는 밤에는 조리원에서처럼 분유 먹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엄마도 그러기를 권하신다. 나는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니 밤에는 엄마가 데리고 자면서 분유 먹이겠다고 하신다. 나는 그러자 했고, 그렇게 불효를 하고 있다.
조리원을 나온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엄마는 거의 매일 밤을 새고 계신다. 아이가 어떻게 자는지 살피려고, 속싸개를 풀러주면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지 관찰하려고,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 살피려고, 자다가 놀래서 깨면 칭얼댐이 잦은 아이 안아주려고, 토하지나 않으려나 지켜보고 계신다. 아이가 울면 나도 자다 깨서 나가보게 되고 새벽녘에 일어나면 엄마와 함께 아이를 보는데, 이렇게 편히 아이 보는 나도 일주일 지나니 피곤한데 엄마는 어떻게 버티고 계시는지. 게다가 내 밥도 챙겨주시고, 낮에도 보채는 아이 재우는건 거의 엄마가 도맡아 하신다.
엄마 무릎도 성치 않은데 내가 아이를 안아 달래고 있으면 곧바로 받아가시며 내 몸 걱정, 딸 사랑 손주 사랑에 짠하고 죄책감도 많이 느껴진다. 나는 그 사랑을 제대로 보답할 수 있을까, 내리사랑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지만 여전히 툭툭 쓸데없는 말과 잔소리를 내던진다. 엄마 미안하고 고마워요.
조리원 퇴소 전날, 원장님이 들어와서는 분유는 사 두었냐고. 병원에서 받은 매일 명작 한 통 있어서 먹일거라고 했더니 매일은 다 같다며 20ml에 한 스푼 타서 먹이라고 한다. 난 정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20ml에 한 스푼씩 타서 한 통을 다 먹였다. 새 분유를 주문하려는데 맙소사, 명작은 40ml에 한 스푼이 정량이고 그간 두 배 진한 우유를 먹여온 것이다. 이 무지하고 부주의한 엄마를 어찌해.
월요일 아침 이 사실을 깨닫고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어쩐지 찡찡대기도 많이 하고, 변도 잘 못 보고, 소화도 잘 못 시키고 하던 것이 다 분유 때문이었나보다. 말도 못하는 갓난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죄책감이 밀려들면서 아득해졌다. 나는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면서 엄마에게는 한 스푼 깎아서 넣어야지 왜 눈대중으로 하냐며 잔소리를.
때마침 잠에서 깨어 젖먹으려는 아이를 안아드니 얼마나 미안한지. 아침부터 눈물바람.
미안해 영우야. 힘들었을텐데 잘 견뎌줘서 고마워.
사족. 조리원에서 먹는 매일 앱솔루트 센서티브는 명작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분유를 바꾸면 아이가 배앓이를 한다는 둥 근거없는 이야기들로 조리원에서 먹던 분유를 그대로 먹이는 엄마들이 많다. 그런데 명작은 40ml에 한 스푼, 센서티브는 20ml에 한 스푼이다. 실제로는 네 배 비싼 것이다. 이 사실을 다들 알고 있으려나. 병원과 조리원에 타겟마케팅도 적절하고 가격 민감도도 교묘하게 낮춰버린 마케팅팀을 칭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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