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강릉 여행


지난 주 결혼식 참석차 강릉에 갈 일이 있어 1박을 하고 돌아왔다.
경포대, 오죽헌으로 대표되던 강릉은 테라로사, 보헤미안, 안목해변의 커피거리가 명물로 자리 잡은 커피 도시가 되어 있었다.


테라로사는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꼭 가봐야지 싶었는데 등산복 입은 관광객들이 가득가득해서 실망스러웠다. 한적한 강원도 산골에서 맛보는 맛있는 커피를 기대했는데 한적하지도 않고, 특별히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는 30분을 기다린 후 온실에 갖다 놓은 테이블에서 마셨다. 여기저기 테이블을 막 갖다 놓은 터라 회전은 빠른 것 같았고 직원들은 손님 자리 안내하러 올 때 재빨리 부르지 않으면 만나기도 힘들었다. 분위기 완전 꽝, 다시 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테라로사 찾아갈 때 저 멀리 보이던 눈덮인 태백산맥이 훨씬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그 멋진 모습을 남겨보고 싶어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보았으나 역시 눈에 담은 것과 같은 풍광은 아니다.

이어서 이동한 하슬라 아트월드. 하슬라는 고구려 시대에 불리우던 강릉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레스토랑, 호텔, 미술관 등이 있고 꽤 넓은 부지의 야외 공원이 있다. 야외 공원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나는 조각이 뵐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조각인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고구려 시대와 뵐렌도르프의 비너스 제작 시기가 비슷하던가 싶어 찾아봤는데 그것도 아니고.

미술관에서는 최병민님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골격과 근육을 묘사한 것이 내 취향엔 맞지 않았는데  ‘응시’라는 작품 중 하나가 신랑 마음에 들어 큐레이터한테 물어보는 경험까지 하고 왔다.
하슬라 아트월드는 풍경, 미술전, 야외공원, 부분적으로 볼 때는 괜찮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조화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촬영지라고 곳곳에 빨간 원피스의 임수정이 붙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살짝 별로였다.

강릉에 마땅히 묵을 숙소가 없다고 들었는데 새로 생긴 라카이 리조트는 카키색 페인트가 칠해진 외관이 깜짝 놀랄만하지만 내부는 여느 호텔처럼 깔끔하다.

오죽헌이나 선교장 등의 옛 자취는 느껴보지 못한 대신 강릉의 신흥 명소들을 둘러보고 회와 커피와 교동짬뽕과 함께 한 짧은 강릉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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