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잘 있었니, 사진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이다.
저자의 가족들이 모여 옛날 가족사진을 보는 자리에서 동생이 찍혀있는 그 사진이 지금 그들이 앉아있는 식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같은 위치에 오래된 사진을 두고 찍어 공유한 것이 시발점이다.
지금도 www.dearphotograph.com 라는 사이트에는 과거를 추억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추억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세상에 안계신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한 사진으로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었고, 부모님 세대들은 자식들의 갓난쟁이 시절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행복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 조금 아쉽더라도, 후회되더라도, 추억으로 견뎌낼 수 있나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싶다. 외국, 특히 미국은 어린 시절 살던 집에서 아직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단독주택 문화이다보니 마당에서, 계단에서, 현관에서, 집과 함께한 추억도 많은 것 같은데 우리 나라는 글쎄.. 30년 전에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하겠지만 아파트에서 살았더라면 똑같이 생긴 집이란 장소에 대한 추억이 있을는지 모르겠고, 단독주택이었던 내가 살던 집만 하더라도 지금은 원룸촌이 들어서서 추억거리가 없어져버렸다. 다녔던 초등학교, 고등학교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학교마저도 다 증축되서 내가 다녔던 학교같은 느낌이 없다. 재개발에 난개발에 논밭도 아파트가 되어가고 있는 마당이고 시골집을 가도 주변은 꽤나 많이 바뀌어 있다. 그래서 크게 특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사진들이 참 신기했다. 어쩜 몇십년이 지나도 유지되는 장소가 있을 수 있는건지.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 수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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